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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교우님들....
  • 조회 수: 1670, 2008-07-17 14:50:23(2008-07-17)
  • 많이 덥지요?

    꽤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마른장마란 소리는 처음 듣는 단어이지 싶습니다.
    장마기간인데 비가 안 온다는....  장마전선은 형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일본과 우리나라를 왔다 갔다 하면서 비를 뿌리는 게 아니라 제주 남해까지 올라 왔다가는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하는 모양입니다.
    80년 전에 비해 평균 기온이 1.6도가 올라갔다지요?
    30년 전에 비해 해수 온도가 0.8도 올라갔답니다.
    제주 지역 해수면의 높이는 30년 전에 비해 22Cm나 올라갔다고 그러구요...
    2001년에 이미 아열대 기후 아니면 못사는 영양사슴하늘소가 안동에서 발견되었다고 그러질 않나...
    장마가 가지는 강우 특성보다는 열대 지방 우기에 보이는 스콜의 특성을 더 닮은 강우 특성이 한반도이남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그래요...
    제 기억에 작년에도 장마 때보다 장마가 끝나고 나서 더 큰비가 국지성으로 내리고 그 외 지역은 폭염에 시달렸던 생각이 납니다.
    .
    .
    이런 얘기를 왜 하냐구요? ^^

    무슨 환경 어쩌구...  대운하 저쩌구... 이산화탄소 배출 협약...  에너지 절약...
    이런 심도 깊은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구요...  그냥 더워서요...  
    더울 땐 어떻게 하면 좀 시원해지나....  뭐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은행소파... 극장...
    차가운 수박... 냉장고 구석에 쳐 박혀 있던 캔맥주...
    그러다가 교회 홈페이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한 여름 밤의 공포...  월하의 공동묘지...’  속칭 귀신 얘기가 떠오르는 데 그냥 바로 쓰기가 뭐해서 좀 빙빙 돌았습니다. ^^
    .
    .
    지금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삶의 경륜(?)도 조금 쌓였고 또 말씀을 통해 내가 알던 귀신은 그저 사람들 겁주려고 상상 속에서 만들어 진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큰 놀람이나 두려움은 없지만... 제가 어렸을 때 들었던...  영화에서 보았던...  그 당시 느꼈던 공포감 만큼은  지금 떠 올려도 팔뚝의 솜털이 일어난다는 거 아닙니까?
    여름이 너무 더워서 오싹해지면 좀 시원할까나 하는 생각에 얘기도 많이 만들어 냈지만 사실 한 여름밤의 집안은 온 종일 내려 쬔 태양의 열기로 오히려 바깥보다 후덥지근하여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저희 집에 선풍기가 들어 온 게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이나 되는군요... ^^  일제 산요였었는데 동네에 몇 대 없었습니다.  좀 사는 옆집의 미제 선풍기 보다 단수도 더 많고 때깔도 이뻤고 아주 조용하게 돌아가던 선풍기... ^^
    그 이전에는 자연 바람이나 부채에 의존해서 땀을 식혔으니 당연히 한 여름 밤에는 좀 덜더운....   비가 오면 대청 마루에서...  비가 안 오면 그나마 바람이 좀 부는 마당 한곁의 평상위에 모두 모이곤 했습니다.

    제 공포의 시작은 아마 라디오 ‘전설따라 삼천리’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꼭 이승만대통령 목소리 닮은 할아버지가 빠~바바바~바~ 하는 시그날 뮤직과 함께
    휘이이~이~... 하는 음산한 바람 소리가 들어갈라치면 ‘즌설..따라.. 삼천니... 오늘은... 저 겡상..남도... 무슨군... 무슨면...무슨리의 남매 연못에...얽힌...’ 어쩌구 하기 시작하면 방안에서 이불을 덮어 쓰고 누이들과 다닥다닥 붙어 있어도 소름이 좌~악 돋으며 추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기억 없어요? ^^

    조금 덩치가 커지고 스스로 내가 남자라는 자의식을 가진 후에도 여전히 귀신의 공포가 저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는 저희 집이 남수동(잘 모르시지요? 수원천을 종로통으로 나누면 천변을 따라 북쪽은 매향동이 되고 남쪽은 시장통까지 남수동이 됩니다.)에 살았습니다.
    동네에서 꽃집이라고 불렸습니다.
    일본식 가옥에 뒤로는 작은 산이 있고 산을 기어 올라가면 수원성 봉수대가 나오게 되어있었습니다.
    마당도 넓었고 마당 안에 큰 감나무와 밤나무가 있었는가하면 대추나무, 밑둥 지름이 30센티가 넘는 등나무, 후박나무, 라일락..등등과 더불어 길 가의 담 위로는 월계가 뒤덮고 담 아래로는 수국과 접시꽃... 옆집 담 아래에는 다래(키위죠?)넝쿨이 있었던...그런 집에서 살았었습니다.
    쓰다 보니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마구 용솟음칩니다. ^^
    그런데  이 집이요... 낮에는 참 이쁘고 놀 것 투성이 이지만 밤이 되면 그렇지 않습니다.
    뒷산에서 삵쾡이인지 도둑고양이인지...  꼭 어린애 목소리처럼 웁니다. 아주 섬찟합니다.
    갑자기 푸다닥~하며 새가 날아오르기라도 하면 그냥 가슴이 철렁~하고 바닥에 떨어지지요.
    낮에는 없던 온갖 야행성 벌레들-모기, 나방, 하루살이, 이름도 모를 곤충들...-이 다 기어 나옵니다.
    우리 집에는 뱀도 같이 살았었구요... 족제비 한 가족과 청설모가 우리와 함께(?)살았을 정도로 집이 좀 우거졌었다고나 할까요? ^^
    종종 박쥐도 떼를 지어 날라 다녔으니까요... ㅠㅠ
    장독대 옆 밤나무 밑에 대 여섯명이 누을 수 있는 평상이 건축자재에 덧대어 있었고 밤나무 아래에는 우리집 강아지 쏘니(스피츠와 발발이의 잡종인데 아주 영특한 놈입니다)가 혀를 죽 늘어뜨리고 헥헥거리며 우리를 바라보다가 평상 아래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재롱을 떱니다.
    한 여름 비만 안 오면 거의 이곳이 집합장소입니다.
    대략 저녁먹고  기온이 조금 선선해 질 때까지 서너시간 동안이요...
    그 때 나눴던 그 많았던 이야기들을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집 에 간간이 놀러오던 작은누이의 친구인 광숙이라는 누나가 있었는데 이 누나가 아주 귀신 얘기를 굉장히 잘했습니다.
    훤한 대낮에도 그 누나 얼굴만 보면 무서울 정도로 제 혼을 빼놨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전설이 되어버린 내 다리 내놔...  빨간손 파란손...  감옥과 학교.. 일제시대를 넘나드는 별별 귀신 얘기...들을 이 때 다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이제 말 배우는 남동생 빼고는 다 여자였고 당연히 그 평상위에서 남자는 내가 유일했는데... 남자 체면에 무서운 티를 낼 수가 없지 않습니까?
    속으로는 무서워서 환장할 지경이지만...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엄마한테 숨고 싶지만...  그 놈의 자존심이 자리를 못 뜨게 만듭니다.
    이상하게 그 누나는 얘기의 공포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쭈뼛쭈뼛하는 타이밍이 되면 절대 놓치지 않고 내 얼굴 앞에 눈을 까뒤집은 얼굴을 갑작스럽게 들이대고는 ‘꺅!’소리 치며 제 팔뚝을 꼬집듯 움켜잡습니다.
    저요? 거의 오줌쌉니다. ^^
    체면에 울 수도 없고...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남자가 무섬탄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부끄럽지만 소중한 어린 날 여름밤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도 삽십이 넘어서 까지 무서운 영화-서스페리아, 엑소시스트, 오멘..에서 나이트메어에 이르기까지...-를 보고서는 짧게는 1~2주 길게는 한 두달을 공포 속에서 지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구요?
    머리감을 때 눈 뜨고 감았습니다...  눈에 비눗물 들어가서 따거워도 눈을 안 감았다는...
    이해되시나요? ^^
    그럼 그런 걸 왜 봤냐구요? 흑흑...
    뭐긴 뭐겠어요...  남자라는 자존심 때문이지....
    .
    .
    .
    지금은 어떠냐 하면... 아무도 없는 저수지에 밤낚시 혼자 갈 정도는 됩니다. ^^
    .
    .
    교우님들,
    더위 잘 이기고 계시죠?
    그냥 읽으면서 그 동안만이라도 더위를 잊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좀 도움이 되셨나요?
    어린 시절의 쓰잘데기 없는 무서움에서 해방은 되셨는지요...
    혹시 아직도 그런 가짜 공포에 얽매여 있지는 않으시지요? ^^
    Profile

댓글 2

  • 니니안

    2008.07.17 22:06

    어린시절 (철없던시절 포함) 머리 서본적 몇번 있었지요! 지곡리에 이사간 그 해때 부터 귀신영화(드라마)몇번 찍더니 10여년 지나니 분위기가 없어져 없어 지더라구요 그래도 요즈음도 엘레베타 귀신등 현대귀신이 나타나 판치고,아직도 그런 귀신이 무서워 두손모아 비는 무당집이 많으니......
    우리의 영적전투장이 눈만뜨면 보이니 쉬지않는 기도와 말씀선포가 더욱더 필요할때 이라 생각합니다.
  • 김장환 엘리야

    2008.07.18 09:36

    피터님, 그리고 니니안님!
    홧팅!
    감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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