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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금요일에...
  • 조회 수: 1155, 2007-08-24 13:45:36(2007-08-24)
  • 가끔씩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매일 보는 풍경이나 늘 상 하는 일들 가운데 무덤덤하게 지나치다가
    뭐 특별한 감동이나 사건들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문득...
    아무 이유 없이... 뭔가가 새롭게 보이고 갑자기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경험이요...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매일하는 출근 길...  달라진 게 있다면 꽤나 오랜 우기를 끝내고 요 몇 일간
    해가 쨍쨍 났었다는 것?
    일단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두 군데 속도제한 구역(?)을 제외하고는 대략
    어쩔 수 없이 막히기 시작하는 구간까지는 출근의 압박을 느끼며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립니다.
    또 막힐 때쯤이면 즐겨 보는 ‘내곁에 있어’를 틀기 때문에 운전과 슬쩍슬쩍 보는
    TV외에는 뭘 보고 말고 할 상황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과속 구간에서
    (기흥~대략 달래네고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제 눈길을 잡아 끈 것이 있었
    습니다.

    요즘 판교 택지지구 기반 공사가 한창이어서 고속도로 진입로를 닦기 위해
    파놓은 흙을 작은 산처럼 쌓아 놓았는데...  평소 지나다닐 때는 속으로
    ‘저거 언제 끝나나...?’  ‘아따~ 판교 다 들어서면 길 꽤나 막히겠네...’
    ‘하여튼 도시계획이 없어요..ㅉㅉ..’ 뭐 이런 생각들만 하고 다녔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 참 희한하게도 그 작은 산이 제 눈에 화~악 하고 들어오는
    겁니다.
    그곳을 지나가는데 대략 2.3초 걸렸을라나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 눈에는 휘~익하고 지나가는 영상이 아니라...  뭐랄까
    슬로비데오 보는 것처럼 자세하게 보이고... 그 짧은 시간에 제 마음 가운데
    감탄을 불러일으키고....  저를 따뜻하게 만든 것은...
    남쪽을 바라보는 경사면에 어느 샌가 꼬물꼬물 기어 나와 잡초인 줄 알았던
    것들이...  오늘 아침! 모두 다 노란 꽃 몽우리들을 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남쪽 면에는 촘촘하고 풍성하게...  그 반대 면에는 듬성듬성하고 여리게...

    옛날.. 등굣길인지 출근길인지... 이른 봄 전철을 타고 서울 올라갈 때... 온통
    소나무로 뒤덮인 산의 북쪽 면에 뒤덮듯이 붉게 핀 진달래군락이 타오르는 불처럼
    갑자기 내 눈에 들어 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  

    아!  생명!

    지하 교차로를 만들기 위해 파 올린 흙더미... 그 흙더미가 한 여름 비와 빛을
    받고 바람에 쓸리더니 아무것도 없던 자신에게서 꽃을 피워냈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깊은 묵상 가운데 들어 온 것이 아니라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내 눈을 통해 머리에 잔상을 새기고 그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가슴이 따뜻해지고는...
    내 입술이 열려 “하~” 하고 감탄을 뱉아 내는...
    그런 흔치 않은 경험을...  내가 특별히 구하지도 않았는데 주신 것은 왜일까요?

    오전 내내 틈 날 때마다 아침의 그 장면과 내 마음의 감응을 되새겼습니다.

    주님이 제게 뭔가를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요...

    요 근래 답답하고, 뭔가에 화가 나있는 것 같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공연히 짜증내고, 굳은 얼굴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내 마음 가운데 이렇게 다가
    오시는군요...

    “뭐가 불만이니? 뭐가 걱정인거야.... 내가 말하지 않더냐? 들꽃이 아무런 수고나
    길쌈을 하지 않아도 그 꽃의 아름다움이 솔로몬의 영화보다 더 낫다고 말이다...“
    “.......”
    “베드로...  너는 내게 이방인이 아니야...  그러니까 이제 이방인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들은 필요가 없단다... 내가 주고자만 하면 그 짧은 시간에도 많은 것을
    보게 하고 네 마음까지도 열 수 있는걸....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  
    네가 먼저 나와 나의 왕국에 대해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는 것이지...“
    “.......”
    “얘야~  나는 생명인 동시에 사랑이란다.”
    .
    .
    .
    교우님들,

    우리 주님 참 자상하시죠?
    이런 찬양이 생각납니다.

    “나의 사랑하는 자의 목소리 듣기 원하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바위 틈 은밀한 곳에서 듣기 원하네~  부드러운 주님의 음성~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 함께 가자~“

    혹시,
    지금 주저앉아 있으신 분 있나요?

    그렇다면 귀를 기울여 당신을 부르시는 그분의 음성을 들으세요...
    함께 하시기를 원하시는 그 분이 지금 이 시간도 동일하게 자신의 사랑으로
    우리가 생명을 찾기를 원하시거든요...^^
    Profile

댓글 3

  • 김장환 엘리야

    2007.08.24 15:06

    !!!
  • 김영수(엘리야)

    2007.08.24 17:39

    아멘.와! 정말 대단한 강베드로!
  • 마리스텔라

    2007.08.30 16:36

    잠시동안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는데 이 글을 보고 다시 힘을 얻네요.
    김치 담그다 들어왔는데, 맛있게 만들어서 저녁상에 올려야 겠어요.
    베드로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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