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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4193, 2016-01-25 19:59:44(201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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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퇴근 길에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다.
좌우 시야를 확보하고
양방향에서 오는 차가 없음을 확인한 후,
비 보호 좌회전을 했다.
회전 후 일차선에 들어선 순간
직진 차선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차량이
내 차를 치고 앞서 나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먹먹했다.
길 가장자리로 주차하고
내려서 차량을 살펴보니
조수 석 앞 범퍼가 시꺼멓게 갈렸다.
사실 우리 차는 13년 된
노령이라 아까울 것은 없었지만
상대방 차는 거의 새 차였다.
착잡한 심정으로
상대 차를 둘러보는데
도대체 어디로 나를 박았는지
흔적이 없다.
상대방 젊은 남자가
자기도 상황 판단이 안된다며
블랙박스 영상을 조회하고
보험사에 접수하겠단다.
난 블랙박스도 없으니
그렇게 하라 하고
떨리는 마음 겨우 추스리며
집으로 왔다.
퇴근한 남편 눈치를 슬슬 살피다가
밥 부터 먹인 후,
사고가 난
자초지종을 얘기하니까,
내 입장에서는
상대가 와서 쳤다고 하지만
상대 편은 내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나는 비 보호 좌회전이고
도로는 직진 차 우선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내 과실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사람 안다친게 다행이고
다음 부터 조심하면 된다나...
“내가 먼저 차 선에 들어왔는데?
그리고 상대 차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구”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무지한 아줌마의
헛 소리 같이 들리겠다 싶어
이내 함구하고 찌그러졌다.
아무튼 그렇게 우울하고
회개하는 심정으로
밤을 뒤척이고
무심하게 맥없이 아침을 맞았는데
상대 편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자기네 쪽 과실이 100% 란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싶었으나
그 과정에서
혹시 내 잘못이 들춰질 까봐
급히 마무리를 하고 끊었다.
후에 알게 됐지만
사고난 지점은 스쿨존으로
시속 30킬로를 준수해야 하는데
상대 차의 과속이 문제였던 것이다.
블랙박스가 나를 구해 주었다.
천만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 숨을 돌리는 순간,
어제 가혹하게 몰아 부쳤던
웬수의 얼굴이 떠 올랐다.
이 남편이라는 사람이
'남의 편'의 줄임 말임은
내 일찌기 알고 있었지만
서서히 부화가 끓어 오르기 시작한다.
들어오기만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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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시작은 가벼운 접촉사고로 시작했지만
가벼이가 아닌 큰일 바로전에 멈추어 주셨네요
다치시진 않은듯 하지만 많이 놀라셔서
안정제라도 드셨어야 하는데......
남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남의편이 되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