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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감사의 마음으로...
  • 인사드립니다.

     

    지난 주 금,토,일

    교회 공동체 지체와 가족 3분이 별세하시면서 진행된 장례에

    교우 여러분이 보여 주신 사랑의 위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먼 거리에 있는 제 아버님 빈소에

    토요일 밤, 주일 오후와 밤까지

    거의 전 교우들이 찾아와 위로해 주셔서

    얼마나 힘이 되고 감사한지요.

    또 이렇게 사랑의 빚진 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고

    중 2부터 서울로 전학와서 자라나

    이버님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은데

    15살 차이나는 저의 큰 누님과 띠 동갑이신 형님이 전해주시는

    아버님의 축억은 참 아름다운 기억이었습니다.

     

    제 아버님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시면서도

    찾아오는 걸인을 언제나 환대하시고

    밥상을 차려주신 인자함으로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형님이 어렸을 때를 기억하기를

    아버님은 차비를 얻으러 집에 찾아온 나그네에게

    밥상을 차려주시고 옷을 챙겨주시고 고향 갈 차비를 손에 쥐어 주셨는데

    그 분이 너무 감복해서 집에 있는 텃밥을 다 일구어 놓고 가셨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젊은 시절, 정치에 꿈을 꾸며 활동을 하셨는데

    사업도 망하고 정치도 뜻대로 되지 않아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날 즈음에

    가세가 많이 기울고 아버님도 정신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셨다고 합니다.

     

    이미 6남매를 낳으신 아버님은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시고

    강원도 영월 상동에 있는 대한중석에 입사하시어

    형님이 교회를 개척하게 되실 때까지

    묵묵히 가장 역할을 하셨습니다.

     

    워낙 강직하신 성품이라 아부나 타협을 잘 못하시어

    당신 밑에 있던 부하들이 과정 부장으로 승진해도

    정작 당신은 만년 계장으로 자리를 지키신 분.

     

    이후 상동에 있던 종합병원의 사무장으로 부서를 옮기시어

    산간 벽지 오지 마을에 의료활동을 벌이시고

    도로 개선 사업이나 다리 놔주기 등을 하시며

    없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읺으셨습니다.

     

    직장 생활을 잘 하던 형님이 부훙회에서 예수님을 만나고는

    이내 사표를 던지고 신학교에 들어가실 때

    집 안에 큰 소동도 있었지요.

    그 때 저도 신학대학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그 소동 땜에 그냥 일반대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한 형님이 학부 2학년 때 교회를 개척하게 되면서

    아버님은 형님의 개적 기금을 위해서 회사를 퇴직하시고

    퇴직금으로 형님의 교회 개척 자금을 봉헌하시고

    나머지 돈으로는 작은 연립을 사시고

    가게를 얻어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육체 노동을 몇 년 하시기도 했습니다.

     

    이후 신학대학에 편입하시어 목사 안수도 받으시고

    맹인이신 셋째 매형이 사역하시는 맹인복지선교회에서

    오랫동안 사무장으로 섬기시며 노년을 보내셨습니다.

     

    목회를 잘 하시던 형님이 교회 건축을 시작하게 되면서

    아버님은 마음의 고통을 시작하셨습니다.

    형님의 교회 건축을 위해서 하나 밖에 없는 삶의 터전인 연립을 봉헌하셨고

    형님이 교회 건축을 시작하자 IMF 경제 위기가 찾아오고

    이내 부도를 맞은 형님으로 인해 거할 처소가 없으시어

    막내누님이 계신 미국에서 수년간을 사시기도 했지요.

     

    자수성가하신 큰 매형이 아버님 거처를 김포에 마련해 주셔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셨는데

    어머님이 폐암으로 투병하고 투병 후 급성간염으로 소천하시면서

    홀로 8년을 지내시는 외로움을 견뎌야 하셨습니다.

     

    올 해 2월 폐렴과 늑막염으로 20일 이상 입원도 하시고

    퇴원 이 후엔 기력이 많이 약해지셨지만,

    거동엔 지장도 없으시고 잘 드시고 하셔서

    이렇게 갑자기 운명하시리라 생각지 못했습니다.

     

    운명하시기 3일 전 열이 많이 올라 해열제를 사드시고

    쓰러지신 날엔 형님이 병원에 모시려 가려고 차를 대기시켜 놓고

    이제 내려오신다는 통화를 마지막으로

    병원갈 채비를 다 차리시고 문을 닫으신 후 그 자리에 주저 앉으신 채 숨을 거두셨네요.

     

    기다리던 형님이 올라가 아버님을 병원에 옮겨 심폐소생술로 심장을 다시 뛰게 했지만,

    심장이 멎었던 그 짧은 시간 동안 혈액이 상하고 장기들이 손상되어

    토욜 새벽 3시경에 다시 심장이 멎게 되었습니다.

     

    8년 전 어머님이 소천하셨을 땐 그래도 아버님이 살아계셔서인지

    슬프기는 했지만, 간혹 꿈에 어머님을 만나 오열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마음이 허하지는 않았는데

     

    아버님이 떠나시니

    찾아갈 곳이 없구나

    돌아갈 곳이 없구나

    고아?

    끈이 끊어진 듯한

    그 어떤 묘한 허한 감정이 마음에 드리웁니다.

    문득 문득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래도 하느님이 아버지 되시기에

    주님의 피값으로 맺어진  공동체의 지체가 계시기에

    위로를 얻고 힘을 얻어

    일상의 삶을 충성되이 살다가

     

    주님 부르시는 그 날,

    주님의 나라에 올라가

    주님 안에서 안식하고 계실 부모님

    또 먼저 떠나신 공동체 지체들을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이렇게

    천국의 소망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예수님의 선물로 주신 영생의 은총이 얼마나 감사한지

    돌아갈 본향이 있음이 얼마나 든든한지.....

     

    다시 한번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으로 위로해 주신 교우 여러분께

    하느님 나라의 소망으로 붙들어 주시는 주님께.

댓글 5

  • Profile

    ♬♪강인구

    2013.10.16 15:51

    신부님,
    못 가뵈어서 죄송합니다.
    주님 베푸시는 깊은 위로가 신부님과 가족에게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 김장환엘리야

    2013.10.17 09:58

    그러게요.... 오실 줄 알았더니... ㅋ

    감사합니다. 은혜롭게 잘 마쳤습니다.
    장례는 아버님이 자식들에게 마지막으로 베풀어 주신 축제의 시간이었습니다.
    2박 3일 간 가족들의 모꼬지.....
    보지 못했던 벗들과의 해후....
    장례를 계기로 잘 모이지 못하던 멤버들의 회합 등.
    깊은 슬픔 가운데 기쁨과 감사들....
  • 김영수(엘리야)

    2013.10.17 14:09

    고아가 된다는 것은 꼭 어렸을 때 일인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36세에 고아가 되었는데 참 외롭고 허전하더군요.
    그래도 신부님은 형님도 누님들도 많이 계시고 50세가 넘어 고아가 되셨으니....
    잘 이겨 나가실거예요. 힘내세요 신부님!
  • 서미애

    2013.10.17 20:26

    깊은 슬픔가운데 감사가 있다는 신부님 말씀에 공감이 되네요~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간간히 오겠죠...그래도 저희 모두 신부님 힘내시길
    기도합니다~신부님께서 저희에게 그렇게 힘이되주셨던 것처럼...
  • 전진건

    2013.10.18 08:15

    찾아뵙지 못하고 와서 죄송합니다. 제 기억으로 고인을 딱 한번 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땅에서 삶을 참 헌신적이고 따뜻하게 사셨던 분이셨네요. 고인이 남기신 그 따스함이 늘 신부님을 위로하시고 격려하실거라 믿습니다. 신부님께 환한 그 웃음과 따뜻함을 남겨주신 고인께 감사드리고 주님 품에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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