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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단상 2
  • 조회 수: 1921, 2003-09-09 12:03:25(2003-09-09)
  • 생명 단상

    회사의 소철 이야기입니다.

    사진첩에 올려놓았습니다.  먼저 솟은 잎대를 주위로 올망 졸망 여섯 개의 잎대가 또 올라오는군요. 너무 기대가 됩니다. 잔뜩 웅크린 잎살들이 펴질 때 어떤 모습일지, 은빛 솜털들은 언제 떨어져 나가고 미끈한 진초록으로 탈바꿈할지, 지금 삐죽 솟은 놈들이 다들 알아서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들이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됩니다. 저렇게 솟은 놈들이 어느 순간 시들어 버리지는 않을지, 잎살들을 펼쳐 내지 못하고 또 길쭉하게 흐늘흐늘 해 지지는 않을지 말입니다.

    오늘은 내가 소철이 되어봅니다.

    아주 오랬동안 온실에서 자랐어요. 그리곤 팔려 갔습니다. 한동안 좋았어요. 나를 보는 눈들이 나를 칭찬합니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나에게 이상이 생겼어요. 햇빛도 없고 습기가 가득찬 곳에 너무 오래 있었던거죠. 내몸은 썩어가고 있었어요. 영양 실조로 잎새를 키워낼 힘조차 없었구요. 알아 차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살려달라고 절규했지만 아무도 나를 거들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를 죽이는 물만 더 들이 붓더군요.  결국 나는 그 세상에서 쫒겨났습니다.  칭찬과 부러움의 눈길은 찾아 볼수도 없는 계단 구석에 쳐박혔어요. 완전히 죽어버리면 폐기 처분되기위해 기다리는 처지 였었죠.
    그때, 내가 완전히 절망해 있을 때 그가 왔어요.  그는 나의 본 모습을 알고 있었어요. 나를 불쌍히 생각했죠. 나를 햇빛이 드는곳으로 옮기고, 넘치는 습기를 막아주고, 내모습이 아니었던 부분들을 끊어 내 주었습니다.  내 몸을 끊을 때 고통스러웠지만 나는 그 사랑의 손길을 느끼면서 기쁜 마음으로 참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새 생명으로 살겠습니다.

    이렇게 소철로 생각하니 나의 삶과 틀린 것이 없더군요.

    부모님 슬하의 온실같은 삶에서 사회로, 그 문화에 휩쓸리면서 나도 모르게 망가져 갔던 삶,
    결국 퇴직과 병, 실패와 번민들, 그리고는 그 바닥에서 나를 건져주신 내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를 수렁에서 건지시고 나로 주를 찬양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이제와 앞으로도 내가 명심할 것은 오직 내 하느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주님 제가 소철을 보며 걱정하는 마음이 바로 주님의 마음임을 제가 알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주님 저를 다시 세워 주셨으니 제가 실족하지 않겠습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Profile

댓글 2

  • 김장환

    2003.09.09 16:33

    감동이 있는 글입니다.
    계속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베드로님, 멋지네요.
  • 김영수

    2003.09.10 12:43

    베드로님은 음악만 잘하시는 분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시다니
    넘 멋진 분이시네요.
    앞에 글에서 소철에 대해서 쭉 쓰신걸 읽을땐
    소철 하나에 의미를 너무 많이 부여하는가
    싶었는데,
    다 읽고 보니 참 아름다운 글입니다.
    가끔 저희집에 소철도 기존 잎을 짜르고 난 뒤
    뾰한 솜털같은 새순이 올라와도
    저는 그런갑다.소철은 저렇구나 하고 아무 느낌없이
    지나쳤는데...
    시인과 안시인은 확실히 감각의 차이를 느낌니다.
    정말 주님은 베드로님을 사랑하시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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