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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한지문
  • 조회 수: 2097, 2014-03-31 15:00:57(2014-03-25)
  • 어릴적 살던 대부분의 집들이
    비록 허술하고 낡긴 했어도
    한 해살이를 준비하며
    어떤 해는 도배나 장판을 단장하고
    또 다음 해엔 담장을 고치는 등
    집을 부분적으로 수리하고 가꾸며
    터 잡은 곳에서 정들여가며
    자자손손 살았다.


    그 기억의 한 조각으로
    추운 겨울,
    황소바람 막아줄 문풍지를
    새로 바르는 황금빛 물든
    어느 늦 가을날엔
    종일 온 집안이 분주하다.


    아궁이에는 한지에 바를 풀을 쑤고
    마당에선 미리 떼어 낸
    방 문짝에 물을 뿌려
    세월에 그슬린 빛바랜 한지를
    깨끗히 떼어낸다.


    조심스레 맞잡은 손길로
    풀먹인 한지 한 장 한 장을
    앙상한 완자살에 살포시 부치면
    무르익은 늦가을 햇살과
    순풍의 속삭임이
    어느새 탱탱하고 기분좋은
    긴장감의 소리를 만들어내어
    뽀얀 빛살을 머금게 한다.


    문 여닫는 손잡이 부분은
    유난히 때가 타고 찢어지기 쉬워
    한지 두 장을 덧 바르는데
    한지와 한지 사이에는
    지난 계절 반듯하게 말려두었던
    꽃잎과 나뭇잎을 이리저리 수놓아
    두 장을 정성스레 합장시킨다.


    삭막한 겨울밤,
    부드러운 불빛에 비친
    단색의 수채화는
    지난 계절의 화려함을 그리움으로
    마음에 묻고
    이듬해 봄을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겨울을 나게한다.


    빛을 반사시키는 유리문과 달리
    빛을 머금고 다시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창호 한지문은
    가족들의 고단함을 위로하듯
    포근하게 겨울 밤을 감싸준다.


    추웠지만 낭만이있던 그 시절
    새김질을 할 수록
    정겨움이 우러난다.

댓글 1

  • 니니안

    2014.03.26 09:03

    시인으로 사셨으면 더 유명하여 지셨을 건데......아쉽네요
    예전에는 가장이면 당연하게 할줄 알고 행했던 작은 집 수선이 이제는 전문가에 빼아긴 영역이 되었네요
    한지문을 바르고 문틈에 찬 공기를 막는 문풍지를 덧 바른 지혜는 문풍지의 떨림으로 밖의 날씨를 가늠하기도 했고,창호지 바르는 중간사이에 작은 창(창이라고 할것도 아닌)으로 눈만대면 밖의 전경을 보던 시절이 코 흘렸던 시절이 였는데......배 고프고 불편했던 시절 이지만 정겨운 다시 가고픈 시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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