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부터 우리는 주님과 함께 있었다


우리는 주님을
우리가 뵙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우리는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있었다

그러므로 주님을 뵙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진리의 성령은 이미 우리에게 와 있으며
우리는 주님과 함께 있었다
빛을 빛으로 보게 되는 것은
나의 눈이 아니다
주님과 함께 보는 것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행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주님과 함께 먹고 마시고 행하는 것이다
실로 우리가 은밀한 곳에서 행하는 일이나
밝은 곳에서 행하는 것이나
늘 주님은 우리와 함께 있으며
나는 주님과 더불어 오늘을 살고 있다.

내 안에 있는 주님의 눈동자
내 안에 있는 주님의 음성
주여.....
우리가 숨쉬는 숨결 속에 함께 계시는
당신을 느끼게 하시고
우리가 행하는 작고 큰일 하나하나가
함께 있는 당신을 증거하는 일이 되게 하시고

진실로 주여...
처음부터 우리는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있음을
순간마다 깨닫게 하시며
우리들의 생활이 가난하든 넉넉하든
당신과 함께 있음을 믿게 하시고

우리가 펴는 삶의 구석구석마다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고 증거하는
금빛과 은빛의 색실로
수놓는 생활이 되게 하시며
마지막 날...
그 찬란한 빛과 구원 속에서
당신 안에 있는 저가 되게 하소서


(박목월·시인,  1916-1978, '처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