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기도에 관하여... 이민규교수
  • 지금 우리는 청원기도나 혹은 말씀을 묵상하고 그것을 행하기로 다짐하는 차원의 기도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영의 세계에 들어가는 기도가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성경에 나오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지요.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보좌에 가까이 가는 체험이 가능할까요? 그저 모세와 예레미야, 에스겔, 이사야와 같은 선지자들, 그리고 신약의 사도 바울이나 베드로, 순교자 스데반 집사와 같은 이들의 이야기지 나와 무관한 것일까요? 성경에나 나오고 이후 초대 교회에서나 있었던 일들이 아닙니다. 하늘 문이 열려서 하나님의 보좌에 가까이 가는 것은 구약의 수많은 선지자뿐만 아니라, 신약의 사도들, 예언자, 은사자들 이후에도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성 어거스틴도 이런 체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물론 이 영적 체험은 결코 사도적 권위를 소유함, 성경의 절대적 권위, 절대무오한 직통 계시의 차원에 도달하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이 체험을 위해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됩니다. 즉 성경을 다 외우고 세상의 모든 신학을 지성적으로 다 연구한다 해도 결코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각의 경지가 아니거든요. 전 재산을 바치고 온 몸을 불사르는 헌신으로도 불가능합니다. 하나님은 오로지 조건 없는 겸손과 절대적 의존, 사랑의 언어에 응답하십니다.

    하나님의 보좌에 가까이 들어가려면 모든 하나님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다 비워야 합니다. 영의 세계에서 지적인 이해는 모두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편견일 뿐입니다. 그간 내가 알고 체험했던 하나님은 그저 상상으로 만든 하나님이었다고 느낄 정도로 전에 몰랐던 그분의 신비로움이 다가옵니다. 오직 나의 영혼이 난생처음 만나보는 그런 분이란 느낌이 듭니다.

    겸손과 사랑은 오로지 가슴의 언어입니다. 머리의 언어가 아니고요. 하나님은 오로지 겸손한 자에게 임하시지요. 겸손하면 사랑이 채워집니다. 사실 하나님의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굳이 인간의 언어로는 사랑이라 밖에 표현할 수 없어서 그렇지 가히 인간의 말로 표현할 수없는 사랑 이상의 것입니다. 보아도 본 것이 아니고 들어도 들은 것이 아닙니다. 이 상태에서는 하나님은 인간의 지성을 넘는 초월적인 차원의 언어로 대화하십니다.

    이 상태를 모름이라고 하겠습니다. 모름의 큰 구름이라 하기도 합니다. 완전한 안개 가운데 들어가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니까요. 여기서 모름이란 그냥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그간의 내 모든 지식과 신학과 경험을 내려놓아야 하는 모름입니다. 아무리 알려고 노력해도 알 수 없는 그러나 하나님만이 보여주시는 모름입니다. 지복의 상태만 있을 뿐 우리의 하나님에 대한 어떠한 질문도 멈추고 그저 온전히 신뢰하게 되는 모름입니다.

    이 경지에 들어가는 데는 사실 아무 조건이 없습니다. 그냥 이루어집니다. 지복은 오직 선물이지요. 그럼 그저 운이 좋아서냐고요? 아닙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조건을 붙입니다. 기도, 말씀, 묵상, 헌금, 봉사, 자기 비운 등등까지도 사실 항상 조건이 됩니다. 이런 모든 행위로 하나님을 만나려 한단면 사실 헛된 것입니다. 그래도 유익은 있습니다. 사실 조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 위한 과정이니까요. 무진장 애를 써서 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애를 써봐야 하지요.

    우리는 쉬지를 못합니다. 항상 옛 자아의 탐욕으로 생각으로 분주하지요. 그래서 안식을 누리기 위해서 힘들게 지쳐봐야만 합니다. 아주 지치면 놓게 됩니다. 자아가 강한 사람은 망해봐야 그간 자신의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들어가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모든 영성훈련은 깨끗한 고통입니다. 내려놓고 비우기 위한 분주함입니다.

    하나님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온유와 사랑의 언어로 대화하십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정말 멀지요. 온 우주에서 가장 먼 거리일 수도 있습니다. 교만한 사람에게는요. 그러나 가깝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에게는요.

    초월이 내제로 들어오고 영원이 순간으로 들어올 때 우리는 하나님에 대하여 무엇을 알게 될까요?

    영의 신비에 관하여... 계속하여..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592 청지기 3511 2022-11-02
591 김장환엘리야 5471 2015-01-24
590 김장환엘리야 4701 2014-11-28
589 김장환엘리야 6464 2014-10-31
588 김장환엘리야 7572 2014-10-14
587 김장환엘리야 5571 2014-09-11
586 김장환엘리야 6960 2014-07-24
585 김장환엘리야 5291 2014-07-24
584 김장환엘리야 6207 2014-07-01
583 김장환엘리야 5036 2014-06-20
태그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