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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3243, 2008-07-22 17:19:46(200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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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고 지혜로운 독재가 필요하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변화를 요구받으면 일단 저항부터 하나 보다. 몇 년 전 의약분업이 강제적으로 실시되
었을 때 무척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익숙해진 약 구입 방식이 갑자기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반
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했기에, 의사를 만나지 않고서는 내가 살아갈 길이 없게끔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고혈압 약을 매일 먹어야 했다. 자유자재로 약을 구입할 수 있었던 과거가 훨씬 좋아 보
였다. 그러나 의약분업 실시 후 한 달에 한 번씩 의사를 만나기 위해 병원까지 가야 하는 불편, 그리고 다
른 환자들과 함께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 기껏 20-30분 기다린 후 고작 1-2분 정도 혈압 재고 ‘짠 음식 먹
지마라’, ‘운동을 하라’는 상투적인 잔소리, 그리고 나서 3천 원씩 내야하는 진료비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
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동안 이 생활을 한 달에 한 번씩 하고난 지금, 난 그런대로 이 제도의 장점에 익숙해져버렸
다. 투덜거리면서도 만나야 했던 간호사나 의사와의 정기적인 만남은 신앙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친분 관계
로 바뀌었고, 의사의 컴퓨터에 기록되어 있는 나의 혈압의 변화는 어느 사이 신뢰할만한 나의 의료 데이터
로 보이게 되었으며, ‘일 년에 한두 번 피검사 등을 하라’ 해서 결과에 따라 듣게 되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
은 바로 나를 위한 조언과 전문적인 사랑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지금은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
사 온 지 꽤 되었지만 늘 그 병원을 한 달에 한 번 싫지 않은 마음으로 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한편으론
의약분업 제도의 강제적 실시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게 되었고, 나의 초기의 투덜거림에 머쓱함을 느끼
게 되었다.
나는 민주주의 신봉자이다. 교회의 당회며 제직회며 공동의회도 민주적 원리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고
확고히 믿는 사람이다. 죄의 실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권력은 그것이 정치적인 것이든 문화적인 것이든 종
교적인 것이든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진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나 어떤 배움과 훈련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나는 반드시 독재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그 독재
는 피훈련자를 위한 선한 독재이어야 한다. 동시에 그 독재는 정말 지혜롭게 구사되어서 피훈련자에게 잘
통하는 방식으로 발휘되어야 한다. 그래서 유명한 운동선수들이나 음악가들의 배후에는 항상 선하고 지혜
로운 독재가 있었음을 보게 된다. 물론 자기중심적이고 우매한 독재적 훈련가가 있어서 스캔들도 일어나
곤 하지만 말이다.
나는 영적 훈련, 특히 경건의 연습, 그 중에서도 큐티와 기도 훈련에 있어서만큼은 반드시 선하고 지혜로
운 독재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단지 모범을 보이는 ‘Role Model’만으론 안 된다. 부드럽게 권장만 하
는 리더십으론 안 된다. 독재자이어야 한다. 내가 잠자는 시간에 문자나 핸드폰을 날려 깨우는 독재자이어
야 한다.
큐티 교재를 수시로 또는 불시에 가져오라 해서 혹독히 검열하는 냉혈한이어야 한다. 그리고 큐티가 매너
리즘과 피상성으로 흘러가는 것을 눈치라도 채기만 하면 사정없이 나의 지적 태만과 영적 해이를 질타하
는 몰인정한 고문관이어야 한다.
큐티인생 30년을 돌아보면 나에게도 그런 분이 있었다. 당시 IVF 간사이자 현재 합동신학교에서 조직신학
을 가르치시는 송인규 교수님이 그랬고, 사랑의교회 옥한흠 원로목사님이 그랬으며, 나의 영적 어머니
Daphne Roberts 선교사님이 그랬다.
큐티맨이 되고자 열망하는 자들이 있는가? 큐티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가? 당신의 영적 지도자에
게 또는 큐티 파트너나 리더에게 당신을 마음껏 괴롭힐 수 있는 백지위임장을 드리도록 하라! 그가 당신에
게 선하고 지혜롭게 마음껏 독재자가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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