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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864, 2013-02-17 21:18:09(201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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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 어귀에 들어서면
세월의 때가 묻은 담벼락과
건드리면 곧 무너질 것 같은 굴뚝 앞에
누가 봐도 알만한 작대기 줄 들이
석필로 찍찍 그어져 있습니다
좀 산다하는 집은 작대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 집집 마다 고상하게 말하면
재래식 화장실인
변소가 있고 그 속엔 변 통이
들어 있습니다
통이 오물로 차오르면
그집의 어르신들은
긴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애들은 무조건 신문지를 이용해야 하고
어른들은 큰 것만 보게 했습니다
액체로 분량을 채우면
넘치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쌓기를 하는 겁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위기상황이
되었을 때, 온 동네를 울리는
구세주의 외침~~
"또옹~퍼~어!!"
"왔다, 왔다, 너 빨리 나가서
아저씨 한테 우리꺼 부터
퍼 달라고 해"
엄마의 재촉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 힘들어 보였던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던
아이는 잽싸게 튀어 나가
아저씨를 부르고
굴러다니는 뾰족한 돌맹이 하나
주어 들고 지겟수를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반짝입니다
"너 정확히 세라
그리고 아저씨! 통 좀 더 채워요"
"아이고 아줌마, 그럼 똥이 넘쳐 흘러요"
"안 흘리게 하는게 기술이지!"
아귀다툼 속에도 아이는
그 임무를 야무지게 완수합니다
그날은 온 동네가
지대로 발효 숙성된 암모니아 냄새에
쩝니다
온 동네가 한바탕 대사를 치루고
식구들은 저녁 상 앞에
옹기종기 모입니다
이제 당분간 편안하게
뒤를 볼 수 있다는 안도감과
밀려오는 행복감에
아이는 밥 한그릇을
거뜬히 비웁니다~
오늘 밥 값 제대로 했습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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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니안
2013.02.0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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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우로
2013.02.07 13:07
나도 그 작대기들고 금을 긋던 아이 중에 하나였다는...
그 광경을 눈으로 직접보지 않은 젊은이들은 절대 이해 못 할걸.... -
김영수(엘리야)
2013.02.07 13:31
똥(굳이 X라고 표현할 필요없이) 이야기가 나오면
왠지 마음이 참 푸근하고 체면도 없어지고 참 좋습니다.
저는 군대생활중 (방위시절) 군똥차가 올 때면
화장실(당연히 퍼세식) 뒤쪽에 뚜껑을 열어 모여 있는 엄청난 양의 똥들을
흡입하기 좋게 물로 희석을 해야 합니다.
한팀은 물을 퍼다 붓고 다른 한팀은 막대기로 휘젖어 묽게 만듭니다.
그래야 호스에 잘 빨려 들어갑니다. 그런 일은 방위들이 하지요.
작전(?)을 하다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냄새가 옷에 스며들어
퇴근시 시내 버스를 방위들이 쭉 타면
먼저 타고 있던 승객들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버스 이곳 저곳에서 똥방위 어쩌구 저쩌구 하며 수군거리는 소리에 참 창피했었지요.
그러나 방위들은 굳굳이 서서 차창 밖만 바라보면서 빨리 하차할 때를 기다렸답니다.< 잘키운 방위하나 열공수 안부럽다! >
속으로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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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유맘
2013.02.17 21:18
ㅋㅋ, 정말 재밌어요. 영화처럼 그 상황을 떠올려봅니다. 전 그런 시절 안살고 똥차가 푸는 것만 봤는데..재밌는 동화 읽는 것 같아요. 우리 교회에서 이렇게 과거를 함께 느끼는 어른 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참 좋네요. 너무 빨라진 세월인데....
엘리야 회장님 방위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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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순서를 기다려 돈 주고 하루~이틀사이 퍼, 냄새가 길어야 3일이지만
시골은,
오늘은 순이네,내일은 철수네...... 그것도 주변 밭에 거름으로 늘 그 냄새가 시골 냄새화되어......
그래도 지금은 시골서도 맡기 어려운 우리네 옛 향수로 그 냄새와 함께 사라진 시골의 촉촉한 정도 함께 사라진 듯 하여
그때를 그립게 하는 추억입니다.
마리아님 요즘 밥값 제대로 합니다. 옛날 짜장면 곱베기 값까지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