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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안응식 야곱 교우 1주기 별세기념예배 설교문
  • 어제 이천환 주교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주교좌성당의 납골당 성요한 성당에 내려가 보았습니다.
    그곳에 어머니이 안치되어 있기에
    자주 가보아야 하지만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괜히 슬퍼지는 마음이 싫어서였습니다.

    어제는 그냥 발걸음이 그곳으로 옮겨졌습니다.
    밝게 웃고 계시는 어머님의 사진을 보니
    울컥했습니다.
    언제나 아들을 위해서 그 누구보다도
    기도해 주셨던 어머님!

    바로 그 옆 1298호에 채한나 교우의 남동생,
    그러니까 박점남 리브가 어머님의 외아들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잘 생기고 선한 얼굴의 정민이 아버지 채창욱 요셉.

    옆으로 조금 가니
    1261호에 이루리 모세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메모장에 놓여 있는데,
    어머니 현순희 파울라님의 애절한 그리움이 글마다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1224호로 갔습니다.
    안응식 야곱.
    문을 여니 형제의 사진이 놓여 있는데
    환하게 웃는 얼굴들입니다.

    1년 전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에도
    그 얼굴은 언제나 환했습니다.

    왜 이리 그리운지...
    보고 싶던지...
    한나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게 아플지...

    죽음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이천환 주교님처럼 수를 누리시고 하느님께 돌아가시는 분도 있는가하면
    천안호 사고로 죽은 46명의 장병들처럼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허다합니다.

    이런 죽음들 앞에서
    유한하고 연약한 우리 인생들은
    창조주 하느님에 대해서 의문과 원망을 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어찌할 도리가 전혀 없음에
    겸허히 죽음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안응식 형제는
    형제가 몸담았던 곳에서 나와
    하느님을 떠나 있던 시기에
    장인 어른의 급성 혈액암을 통해 주님으로부터 다시 부름을 받았습니다.

    투병 중에도 예배를 드리고 싶어하셨던
    장인을 모시고 본 교회 예배를 나오게 되었고
    장인의 소천 이후에도
    계속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와는 1년 이상
    부부가 함께 저와 개인적으로 만나 성경공부를 함께 하면서
    서서히 주님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회복되었습니다.

    지금도 형제가 했던 말 중에 생생하게 기억되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느날 금요중보기도회 시간에
    주님이 주신 말씀이라면서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나누었던 말씀입니다.

    딤후 2:3-4,
    3 그대는 그리스도 예수의 충성스러운 군인답게 그대가 받을 고난을 달게 받으시오.
    4 군에 복무하는 사람은 자기를 뽑아준 상관을 기쁘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자기 살림살이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말씀처럼, 야곱형제는 어느덧 우리교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일꾼이 되어
    교회위원으로, 주일학교 교사로, 수요예배 찬양인도자로
    그리고 공부방 시설장으로
    주님의 몸된 교회를 통해 그 삶을 온통 주님께 헌신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오늘 묵상 본문은 모세를 통해
    믿음의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80세에 부름받아
    40년 동안 자신의 전 존재를 드려
    광야의 여정을 마치고 약속의 땅의 입성을 앞둔 그 시간에
    하느님은 사형선고를 내리십니다.

    13절, 그 땅을 보고 나면 너는 너의 형 아론처럼 앞서간 겨레에게로 돌아가게 되리라.

    제가 모세였다면
    여러분이 모세였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바로 앞에 가나안이 보이고
    그 땅을 소망을 고난에 찬 광야의 여정을 이겨왔는데
    바로 입성을 앞두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모세!

    저라면 주님께 한마디 원망이나 불평을 하지 않았을까?
    ‘하느님, 어찌 저에게 .....?’

    하지만 모세가 반문하거나 원망하거나 불평했다는 표현이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이스라엘 민족의 장래를 걱정할 뿐입니다.
    모세는 겸허히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모세 앞에 가나안 땅이 펼쳐져 있지만,
    모세는 보이는 가나안 땅 보다는
    보이지 않는 하늘나라를 더 사모했던 것 같습니다.

    히브리 11:13-16,
    13 그들은 모두 믿음으로 살다가 죽었습니다. 약속받은 것을 얻지는 못했으나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고 기뻐했으며 이 지상에서는 자기들이 타향 사람이며 나그네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14 그들이 이렇게 생각한 것은 그들이 찾고 있던 고향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15 만일 그들이 떠나온 곳을 고향으로 생각했었다면 그리로 돌아갈 기회도 있었을 것입니다.
    16 그러나 실지로 그들이 갈망한 곳은 하늘에 있는 더 나은 고향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당신을 자기들의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수치로 여기시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위해서 한 도시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우리 안응식 형제도 그랬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 땅에 남겨지는 아내와 준수가 염려되었지만,
    임마누엘 예수님이 계시기에 주님께 의탁하며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오늘 큐티 본문에서 모세는 후계자 여호수아를 세웁니다.

    하지만 우리 공동체는 1년 지났지만,
    야곱형제가 보여줬던 사랑과 헌신의 빈 자리가 여전히 크기만 합니다.
    묵묵한 충성, 헌신, 사랑과 돌봄의 모습이 그립기만 합니다.

    천국에 있는 야곱형제가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해서
    형제가 보여준 충성과 헌신이 우리 교회에 충만해 지고
    빈 자리들이 채워지기를 바래 봅니다.

    묵묵한 순종으로 한결같은 충성으로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서
    다음 세대들을 위해서
    하느님의 나라와 그 의를 위해서
    충성된 군사들이 많이 세워지기를 소망합니다.


    먼 훗날 천국에서 야곱형제를 만나면 이렇게 말하는 우리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야곱, 형제의 뒤를 따라 내가 위원으로 충성했소.
    야곱, 형제의 뒤를 따라 내가 주일학교 교사로 충성했소.
    야곱, 형제의 뒤를 따라 내가 예배 인도자로 충성했소.
    야곱, 형제의 말에 따라 내가 주님께 충성된 군인의 삶을 살았소.’

    그 청년, 바보의사 책에서
    고 안수현 형제에게 바쳐졌던 헌신을 인용하여 읽고 마칩니다.

    ‘하나님
    오, 하나님
    어찌하여 그리하셨습니까?

    이천년 전 나사렛에서 난 청년 예수가
    33세의 나이로 무고하게 죽어갈 때도
    당신은 그걸 막지 않으셔지요.
    그래서입니까?
    예수께 부름받은 군사로서
    모집한 자를 기쁘게 해드리는 삶을 살겠다는 야곱형제에게
    죽음을 허락하신 겁니까?

    그래서입니까?
    예수 그리스도 3년의 공생애가
    그 어떤 인간의 평생의 삶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랑과 섬김을 보여 주었던 것처럼
    예수의 군사, 야곱 형제의 짧은 삶을 통해
    그토록 많은 헌신을 드리게 하신 겁니까?

    그래서입니까?
    인간의 고통과 고난의 역사에
    친히 고통받음으로 응답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예수의 군사, 야곱 형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가난한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자신의 육체로 철저히 경험하도록 하신 것입니까?
    그래서입니까?
    사망의 권세를 넘어 부활하여
    오늘 우리와 함께하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예수의 군사, 야곱 형제가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흔적이 되도록 하신 겁니까?

    그래서입니까?
    그래서 부르신 겁니까?
    아아, 우리네 이 작은 머리론
    당신의 섭리를 도저히 이해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슬퍼하고 그래서 안타깝고
    그래서 비통해합니다.

    그러나
    이제 눈물 그만 흘리렵니다.
    하나님을 삶의 비전으로 삼고
    예수의 군사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진리의 구도자로
    사랑의 전파자로
    백년을 살아도 의미 없게 살 수 없는 인생을
    짧은 만큼 더욱 가치있게 살아온
    그리고 이제 영원한 세계로 초청받아 안식하는
    야곱 형제의 영혼을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렵니다.

    하나님의 사람,
    그리스도의 충성된 군사
    야곱 형제는
    우리 곁을 떠나 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밝은 얼굴로 다시 반갑게 만날 것입니다.'


    원컨대, 별세한 야곱형제의 영혼이 하느님의 품에서 안식하고
    한나교우와 준수에게 주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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