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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탤런트 사미자 간증 (성공회 서울대성당 교우)
  • 조회 수: 1601, 2009-12-15 15:13:36(2009-12-15)
  • 국민일보에서 스크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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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 살 무렵, 서울 서대문 쪽에 살 때였다. 집 뒤 교회에서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울리던 종소리가 그날따라 꼭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당시 어린 마음에는 아버지께서 병석에 누워 계시는 일이 납덩이처럼 매달려 있었다. 종소리에 따라 집을 나선 나는 혼자 교회로 가서 기도를 드렸다. 신앙의 경험이 없었음에도 ‘기도하면 아버지 병이 낫겠지’ 하고 굳게 믿었다. 새벽기도는 한 달 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아버지께선 얼마 안돼 돌아가셨다. 섣부른 믿음을, 아니 기대를 품고 있었던 내 마음은 밀려드는 실망감을 견디지 못했고 한동안 교회를 멀리 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선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17세에 성공회 중앙성당에 나가게 됐다. 그때 성극을 하면서 연기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됐고 지금의 남편도 만났다. 결혼해 보니 시집 식구들은 모두 신실한 신앙을 가진 성공회 신자들이었다. 특히 시어머님의 신앙은 독실하셨다. 물질도 삶도 하나님께 드리기를 기뻐하고 행복해하시는 분이었다. 몸에 지니던 금비녀를 아낌없이 헌금함에 넣으셔서 신부님이 오히려 말리셨을 정도라고 했다. 하나님께뿐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많이 베푸셨는데 그 사랑의 은혜를 가장 많이 입은 이가 며느리인 나였다. 그야말로 천사 같은 분이셨다.

    결혼 전부터 성당에는 다녔지만 하나님과 진정으로 가까워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는 시어머님의 기도와 사랑의 도움이 컸다. 며느리를 이토록 사랑해 주시는 시어머님의 사랑이 하나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면 나도 기꺼이 하나님을 믿고 싶었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하나님의 사랑 속에 젖어 들어가다 보니 나도 어느새 장성한 자녀들의 어머니로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시던 찬송이 ‘저 높은 곳을 향하여’다. 그야말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가는 삶을 사셨던 어머님께 가장 잘 어울리는 찬송이다. 때문에 우리는 어머님 기일이면 항상 이 찬송을 부른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 내 뜻과 정성 모아서 날마다 기도합니다…내 주여 내 맘 붙드사 그 곳에 있게 하소서 그곳은 빛과 사랑이 언제나 넘치옵니다.”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 찬송을 부르면 환하게 웃으시는, 사랑 넘치는 그 얼굴이 떠오른다.

    첫 발걸음을 교회로 인도했던 새벽 종소리를 가끔 떠올린다. 비록 그 때가 신앙의 시작점은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던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내 신앙의 길을 예비하셨고, 가족과의 만남을 준비하셨고,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



    사미자(배우,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댓글 1

  • 니니안

    2009.12.16 10:34

    아멘!!!
    저희 어머니 모습이 생각 나게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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