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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탄일에...
  • 조회 수: 1187, 2008-12-24 12:05:18(2008-12-24)
  • 메리크리스마스~ ^^

    오랫만에 글을 쓰게 되는군요.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공적인 글을 자주 올리다 보니 제 개인적인 글을 쓰는 것을 자꾸 피하게 됩니다.  
    두 달 이상이나 글을 못 썼지요?
    교회력으로나 이 절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로서나 그냥 넘기기에는 뭔가 할 일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이렇게 독수리들을 출동시킵니다.

    영화 중에 크리스마스의 추억(악몽인가?)이라는... 뭐시냐 해골바가지들 나오는 블랙코미디계열의 애니메이션도 기억이 납니다만... 오늘따라 지나간 옛 시절의 크리스마스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군요.

    성탄이 다가오면 제일 바빠지는 부서가 학생회와 청년회였습니다.
    60년대에는 요즘같은 반짝거리는 전구로 장식을 하지 않고 절에서 쓰는 연등을 걸었어요...
    1년동안 신부님 사택 창고에 쳐 박혀 있던 것을 모두 꺼내놓고 청년학생이 모두 달라 붙어서는 찢어지고 바랜 창호지를 물에 적셔 뜯어내고 새 창호지를 붙이고 ‘축 성탄’과 십자가 문양을 찍고는 그 안에 양초를 꽂아 교회 바깥 대문에서부터 줄줄이 성전까지 연등을 달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교회 앞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니 웬 겨울에 초파일이다냐?’ 할 정도로 절같은 분위기가 났었습니다.
    이게 바람이라도 좀 세게 불면 흔들리면서 창호지에 촛불이 옮겨 붙어 호르륵 타버리고는 했지요.
    조금 세월이 흘러서는 철사로 뼈대를 가진 연등은 없어지고 아코디언처럼 생긴 연등에 전구를 넣어서 한 두어해 걸더니만 언제부터인가 성탄 연등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성탄 망일(크리스마스 이븝니다)... 눈 덮힌 길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종종걸음으로 걸어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바라보는 교회 전경이 정말 멋졌었다는... 연등이 줄줄이 공중에 둥실 떠 있는듯한 길 너머로... 교회 창에서 스며 나오는 백열등의 그 따뜻한 느낌이 지금도 아스라합니다.
      
    주일학교를 위한 과봉도 사택(그 때는 신부님 사택에 있는 서재를 여러 용도로 사용했었습니다.)에서 이루졌어요.
    봉투를 팔지 않았는지 아니면 봉투 값이 아까워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봉투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안에 과자(주로 B급과자점에서 파는 생과자(센뻬이류..)와 미루꾸라고 하던 밀크캔디 종류... 양쪽으로 비틀어서 묶어 놓은 색색의 사탕들... 몇몇 비스켓 종류들... 을 넣고 풀을 발라 봉했습니다.
    그 작업하면서 청년회장의  “일하면서 먹으면 죽는다~”의 엄포와 감시를 피해 입속에 과자를 집어넣고 했던 기억이 또 나를 감상에 젖게 하는군요...^^

    트리를 만들고(트리래 봐야 빤짝이 돌리고 내리고 카시미론(캐시미어죠?) 솜으로 마감하는게 거의 전부였지만... 마구간을 만듭니다.
    마구간에 들어가는 인형들은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영국에서 물 건너온 거라고 하던데 문제는 얘들이 전부 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떨어진 목이나 팔... 이런 것들을 보수하고 짚으로 엮은 외양간에 하나하나 올려놓습니다.
    구유에 누으신 아기예수님을 중심으로 마리아와 요셉, 동방박사 세 사람... 소 한 마리, 양 두 마리... 아! 낙타도 한 마리 있었습니다.
    이렇게 놓고 지붕 안 쪽에 큰 별을 달고는 지붕에 솜으로 눈을 덮으면 끝나게 되는데 지금도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것은 그 마구간 보다... 그 마구간의 의미보다...  사실은 지금은 모두 뿔뿔이 흩어진 동무들과 나눴던 얘기들... 웃음들... 부대낌들이 더 소중한 느낌으로 간직되어 있습니다.

    한 달 이전부터 준비하는 게 있었는데 학생회 큰 행사 중의 하나로 크리스마스 카드와 성탄초를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도립병원(지금도 있나요?)행려병자 병동을 방문해서 그 돈으로 산 내복 등을 전하는 일을 했습니다.
    500장 정도를 다 그렸습니다.
    지금도 그리라면 그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교회그림, 나팔부는 천사들, 몽환적인 느낌의 석양, 눈꽃 핀 겨울나무, 여러 글꼴의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축성탄, 근하신년...  등등이요.
    하아~  글을 쓰다보니 옛 추억의 편린들이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눈물샘이 젖어오는군요...
    일년 동안 모인 제대초의 촛농들과 몽당초들을 다 모으고 파라핀 서너판을 사다가 교회 뒤란 한쪽에 불을 지피고는 주워온 깡통에 크레용과 함께 녹여서는 형형색색의 초를 만듭니다.
    난로 연통으로는 대초, 플라스틱 파이프를 자르고 잘빠지라고 기름을 한번 둘러 주고는 일자형 색초, 집에서 훔쳐온 밥공기로 사과초, 밥공기 두 개 엎어서 공초, 그 안에 얼음조각 넣고 부어서 얼음초, 알록달록 무지개초..  등등을 만듭니다.
    그렇게 성탄이 오면 교회 입구 로비에 주~욱 진열하고 어른들이 사 주십니다.

    그 때는 방학을 일찍했었습니다.  
    12월 중순이면 대략 방학에 들어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춥기는 왜 그렇게 추웠는지...
    방학하면 교회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었어요...  극성이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 때 그 극성이 지금 교회를 섬기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창, 합창, 연극, 연습하고....  한번은  무대가 낮아서 높이자고 한 친구가 그랬어요...
    서너놈이 영화동까지 리어카로 두 어번이나 왕복하면서 공사자재를 가져와서는 제대 전체를 50센티나 다 올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왜 악착같이 막을 만들었는지...  막을 두 개나 쳤었어요... 안 쪽에 제대를 가리는 막과 회중석에 가깝게 공연을 위한 막을 쳤습니다.
    조명만든다고 베니어판 잘라서 그 안에 백열등 넣고 스위치 달고 앞에 투명색지 붙이는(요즘으로 치면 전문용어로 스팟이지요...) 그런 수고를 직접 다 했었습니다. 학생들이요.... ^^

    공연은 오프닝과 클로징을 청년이나 학생들이 합창, 연극으로 열고 마무리했고 그 가운데 꼭 들어가는 인형극을 빼고는 내용물은 모두 주일학교 차지였습니다.
    주일학교도 교감선생님만 청년층에서 맡아서 했고 반별 선생님은 학생들이 다 맡아서 했어요.... 저도 고교시절에 2학년 믿음반 선생님이었습니다.
    지금 평택교회 부제로 계시는 김문영부제도 학생이었구요... 우리 교회 신재호형제도... 지금도 얼굴이 아른아른한 현진이, 미영이,영대.... ^^
    지금 하남교회 신자회장의 부인되시는 현정자매님도 제가 교사로 있을 때 쫄쫄이스타킹 입고 루돌프사슴을 춤추며 불렀다는... ㅎㅎ

    그렇게 자정예배가 끝나면 호소식이라고 그랬는데 새벽송을 돌았습니다.
    팀을 나눠서 등불 두어개씩 들고 자루하나 메고 출발합니다.  물론 걸어서지요...
    발꽁꽁 손꽁꽁이 되면서도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팀마다 보디가드로 청년 형들이 한두명 따라붙고요...  그렇게 재잘거리며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외운 캐럴들이 지금도 부르면 입에 붙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이불에 발을 모으고 교인 집에서 준비해 주신 과자와 과일을 먹으며 날이 샐때까지...  그 많던 이야기들과 재미난 게임들... 끝까지 함께 해주셨던 유난실 선생님....
    보고싶습니다....

    성탄 대예배를 마치고 준비한 선물을 들고 도립병원 행려병자동으로 갑니다.
    일본식 건물에 건물을 잇는 긴 회랑이 칙칙한 회색으로 가라앉아 있는 곳... 그 사이 마당에 둥그렇게 모여 닫혀진 병실 문을 바라보며 합창을 했습니다.
    어찌보면 가장 진지한 모습으로요....  ‘저어드을바아케 하안바암중에~’ 또는‘Oh come all ye faithful~' 을 4부로 외어서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준비한 내복을 들고 서너명씩 조를 이뤄 병실 문을 두드려 열고 들어가서는 선물 드리고 기도해 드리고... 그랬습니다.
    병원을 나오는 저희들은 하룻밤을 꼬박 샌 후유증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만족감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
    .
    그리고 세월이 흐르는 물처럼 지나갔군요...
    지금 저에게 성탄은 학생 때의 성탄과는 많이 틀립니다.
    순수한 열정이 사라졌다고 해야할 지....  성탄에 대해서 아는 것은 더 많아졌고 그 분에 대한 믿음도 더 굳어진 것 같은데...  오히려 그 시절 느꼈던 설레임.. 기대감... 같은 것이 엷어진  느낌이랄까요?
    .
    .
    .
    교우님들,
    제 생애 50번째의 성탄을 보내면서... 저와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아기 예수로 오시는 주님에 대한 설레임과 다시오실 예수님에 대한 기대감으로 우리의 믿음을 돌아보게 하는 것 뿐아니라... 주님에 대한 열정이 새롭게 회복되는 소중한 성탄절이 되시길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O^*
    Profile

댓글 3

  • 이병준

    2008.12.24 13:51

    Merry Christmas..~ . ~!!!r
  • Profile

    김바우로

    2008.12.24 14:55

    성탄절에 남겨진 추억이 많으시군요.
    대성당에 출석했던 제게는 어린시절 성탄절 기억 중에서 남은 것이라곤
    성탄절 예배 마치고 나오다가 불타는 대연각 호텔을 직접 지켜보던 일 밖에는
    없는 듯 하군요. 그게 1971년도 였으니 제가 10살 때 였군요. ㅠㅠ
  • 니니안

    2008.12.26 11:45

    색 바랜 크리스 마스를 경험하신 묵은 장군의 모습에 핑! 도는 눈시울이......
    그리고 대연각의 난리가 T.V속에서 보여지던 고교시절 겨울방학이 생각나는 군요
    지금의 아이들도 3~40년 후에 새로운 각도에서 제자교회의 크리스 마스를 기억하며 초로인생과 함께 그때 또 다시 달라진 크리스 마스를 홈에 올리겠지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잘 기억 했다 그때 맟추기 합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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