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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들은...
  • 조회 수: 1172, 2008-08-13 17:06:14(2008-08-13)
  • 회사 휴가가 거의 끝나갑니다.
    직업의 특성상 한꺼번에 휴가를 못가고 가능하면 분산해서 가야하기 때문에 거의 한달 가까이 듬성듬성 빠진 자리 때문인지 어수선합니다.
    그 와중에 아직까지 저만 일정을 못 잡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가야할 때에 일정이 몰리는 바람에 밀려났더니만 딸아이가 고3이다 보니 가족휴가도 만만치가 않군요... ㅠㅠ

    어떻게 휴가들은 잘 다녀오셨나요? ㅎㅎ

    돌이켜보니 저는 여름휴가에 관한 추억이 거의 교회와 함께한 것으로 가득합니다.
    가족끼리만 다녀 온 휴가가..... 에.... 또...  - -;;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교회 수련회(그때는 수양회....라고 했었습니다.)를 따라 다녔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럴듯한 휴양지나 피서지가 없었고 또 이름있는 곳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가지를 않았었습니다.
    강가나 바닷가에 주로 갔어요.  여주강, 금강, 북한강의 모래가 드러나 있고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  
    서해안 갯뻘... 이런 곳에 24인용 군용텐트 두 개를 치고 남녀만 갈라서 잠을 자며 3~4박을 해내는...
    지금 생각하면 거의 유격 훈련에 가까운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전교인이 다 갔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인가가 하나도 안 보이는 물가에 전기도 없고...  물론 수도도 없구요... 무슨 밥짓는 기계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하루나 이틀 전에 선발대가 온갖 잡동사니를 다 싣고 떠납니다.
    완전 생고생인데 악착같이 따라 다닌 걸 보면 그게 참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찻길에서 숙영지까지 그 뜨거운 뙤약볕아래 짐을 옮겨야합니다.(항상 꽤나 멀었습니다)
    대략 일인당 대 여섯 번을 왕복해야 하구요...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됩니다.
    차가 떠나면 풀을 깍고.. 바닥을 평평히 고르고.. 키만큼 자란 쑥대를 쳐 와서는 바닥에 가지런히 깔고.. 폴대를 세우고.. 천막을 덮고.. 조이고.. 당기고.. 묶고.. 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두 동의 군용텐트가 빵빵하게 세워집니다.
    그런 다음 팀을 나눠 한 팀은 부엌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샘물 파고... 작은 부식용 텐트치고...  주변에 큰 돌들을 다 모아서 밥솥 국솥 걸 자리 만들고...  
    대형 아이스박스 설치합니다.
    또 한팀은 화장실 만듭니다.
    멀지 않고 또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서 땅을 파고.. 가져간 목재로 발판 만들고.. 기둥을 세운 후 천막용 비닐로 벽을 만들고는 한 쪽을 찢으면 그럴듯한 화장실이 만들어 집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한 팀은 정탐을 나갑니다. 물속에도 들어가 보고 위험 지역 부표 표시하고... 어린이 안전 지역 표시도 줄을 띄워 해 놓고....
    그러는 중에 한 팀은 식사 준비를 합니다. 그냥 강물로요... ^^
    그 때는 생수.. 뭐 이런 거 없었거든요...
    그렇게 땀범벅으로 저녁밥을 먹고 나면 그 강가에 땅거미가 지기 시작합니다.
    설거지하고 일편 씻고.. 그러다가 모여서 만도를 드리고... 밤...그리고 자유시간....
    물 가까운 모래사장에 넓은 깔판을 깔고 앉아서 혹은 벌렁 드러누워서 나눴던 많은 얘기들...
    지금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구름처럼 보이던 은하수와 하늘 가득한 별들... 소쩍새 울음소리... 흐르는 물소리...
    생소한 밤벌레 우는 소리... 가 눈 감으면 가득합니다.
    형들은 술 한 잔 씩 하는 것 같고... 우리는 우리 끼리 모여 나름대로 교회와 학생회의 발전을 위해 꽤나 진지한 고민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비몽사몽 모기와 전쟁하며 하루를 지내고...  날이 밝으면 아침 해 먹고... 늘어진 텐트 다시 한 번 손 보고... 후발대로 올 교인들 점심식사를 준비합니다.
    휴대폰 당근 없었구요...  연락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요즘처럼 ‘여보세요? 지금 어디쯤 오셨어요?’ 뭐 이런 거 없다는 거죠...
    올 때 쯤 되면 그저 평소보다 자주... 교인들 올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대개는 아이들 머리가 먼저 보이고 “형~!” 혹은 “선생님~!” 이렇게 외치는 소리가 나면 본진이 도착한 것으로 알면 되는거죠... ^^
    후다닥 일어나 달려가면 저 멀리 피난민처럼 긴 행렬이 바리바리 짐을 들고 걸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우리 엄마도 있지요. “인구야~” 소리치십니다.
    하룻만에 보는 건데 왜 그리 반가운지...  엄마 손에 들린 짐과 옆에 아주머니 손에 들린 짐 몇 개를 더 받아 손에 쥐고 온 길을 되돌아 달립니다..
    .
    .
    .
    제 청 소년기의 여름휴가... 그 첫 날의 기억입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많고 드라마틱함을 지나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일화들이 내 휴가와 함께 있고...  그 주머니 안에서 가끔씩 함께 했던 사람들과 만나면 그 알토란 같은 이야기들을 꺼내어서는 만지작거리며 즐거워합니다만....
    .
    .
    .
    언제부터인지 대략 결혼을 분기점으로 그 이후에 다녀온 휴가가 기억이 잘 안납니다.
    편해서?...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져서?...  
    아니면 감동을 간직하기에는 이미 늙어 버려서?....
    아무래도 두 가지 다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유도 없을 뿐더러... 몸은 이미 불편한 것을 싫어하고... 기대라도 있으면 설레이기라도 할 텐데.... 그러기에는 나이를 많이 먹은 것이 아닌가 하는... ㅠㅠ

    한편으로는 휴가를 교회에 맞추다 보니 교회여름행사만 가졌지 나의 휴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교우님들,
    올 여름 휴가는 어떠셨나요?
    기억에 남아 추억할 만한 이야기들... 나눌만한 사건들을 좀 만드셨는지요... ^^
    나중에 한 번쯤은 꺼내서 쓰다듬으며 웃음 지을 만한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Profile

댓글 1

  • 니니안

    2008.08.14 10:59

    비슷한 세대는 흡사한 경험으로 살아 갈 밖에 없지만 참! 재밋네요
    그런 고생들이 추억으로 남아 이따금 쓴 웃음지게 하지만 베드로님의 표현은 40년을 이동시킨 타임머신 같아 그때의 추억으로 마음이 아려오네요
    우리가족도 아이들이 따로 국밥되면서 휴가의 기억이 별로......
    금년도 전도사역으로 모든게 끝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추억만들기도 젊어서가 아닌가 싶구요 이젠 철(계절)없이 가끔 심,신의 편안함과 가족의 존재를 중하게 깨닫는 연습만이 휴가방법이 아닌가 싶네요
    더위에 에어콘 감기 조심하시구요 성도님들 영적 다운에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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