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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랫만에...
  • 조회 수: 1186, 2008-07-03 14:58:50(2008-07-03)
  • 한 동안 글을 못... 아니 안썼군요...  오랫만에 마음이 내켜 자리에 앉으니 자판 위의 독수리 여섯마리가 아주 힘들어 합니다.

    요즘 난리가 아닙니다.  저희 집이요...
    큰 처형네 아파트 보수 공사하느냐고 공사를 감독해야할 큰동서하고 조카 빼고 모두다 와 있습니다.
    손주들이(커흑! 제가 할아버지입니다.) 아주~ 명랑합니다.
    뛰고 던지고 흘리고 노래하다가 소리 지르고 울고....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대략 십 오년 전 쯤에  우리 예나가 어릴 때 겪었던 어수선함 곱하기 둘 가운데 있자니 잘 적응이 안됩니다.
    TV는 만화영화가 틀어져 있고... 기타도 망가질까봐 케이스에 들어가 있는 상태...
    체스카는 혹시 가죽소파에 쥬스 흘릴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저는 세 살배기 손주놈 외에는 죄다 여자라 옷도 편하게 못 입고 말이지요... ^^
    어제는 중보기도를 끝내고 자정이 훌쩍 지난 시간에 다 들 자고 있겠거니 하고 들어섰는데 그때까지도 민석이가 안자고 개기고 있더군요...(참고로 민석이는 수요예배 건반치는 한진자매의 아들이구요... 한진은 저의 이종 조카며느리가 됩니다.)
    에라~ 어수선한 김에 이것 저것 꺼내 먹었습니다.(그 늦은 시간에...  당뇨인이... ㅠㅠ)
    ‘아따~ 식구 많으니 사는 거 같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
    .
    대충 시간을 흘리다가 정리하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물론 체스카하고 조금 입씨름을 했습니다. 뭐냐구요?
    나는 문을 좀 열자. 덥다. 숨 좀 쉬면서 잠을 자야될 거 아니냐! 는 주장이었구요...
    아내는 문을 닫자. 아침되면 추워진다. 우리만 있는 거 아니지 않냐! 하는 주장이었습니다.
    결국 반반... 아니 내가 조금 유리한 쪽으로 정리를 하고는 자리에 누웠습니다. ^^
    잠이 안옵니다. 아내의 손을 만지작 거려도 보고하지만 혹시나 싶은 상황 때문에 걸쳐 입은 옷이 불편한지 좀체 안정이 안되는군요.
    .
    .
    옛날 생각이 들어 옵니다.
    내가 유민이 만한 시절?(참고로 유민이는 민석이 누나입니다. 뭐 도낀개낀이지요...)
    ㄱ자로 생긴 한옥...  마당에는 다섯 길이나 되는 깊은 우물이 있었구요...  대청을 사이에 두고 안방과 건넌방이 마주한 집...  안방에 잇대어 부엌이 있었습니다.
    부엌과 안방 사이에는 쪽문이 있어서 그리로 작은 상이나 먹거리들이 드나드는 것은 물론이고 부엌에서 만드는 온갖 음식들의 냄새가 우리들(큰누나 작은누나 저와 여동생)의 코를 안달나게 만들었어요...
    부엌을 끝으로 다시 마당이 이어지고 열걸음 정도 걸으면 대문이 있는... 그 대문 옆에 화장실(그 때는 변소 라고 했었습니다. 물론 푸세식이었구요).... 그 화장실 옆에 검둥개(×깨 였었지요? 아마? ^^)가 묶여 있었습니다.

    아~ 그래...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감흥이 저를 더 깊이 몰고 들어갑니다.

    대청을 마주한 건넌방은 할머니 차지였다가 돌아가시자마자 요양원에서 돌아온 엄마가 이불을 깔고 차지해 버리셨습니다.
    당연히 안방은 아버지와 3살동생과, 여섯 살 저와 9살 작은 누나와 13살 큰누나가 함께 차지하게 되었구요...
    아련합니다....
    뜨끈뜨끈한 아름목을 차지하기 위한 그 숱한 싸움과... 냉기 올라오는 음목으로 밀려났을 때 울다가 혼났던 기억... 아버지는 따로 이불을 쓰셨지만 우리 남매들은 한 이불안에서 잤던 관계로 그 이불 안에서 발차기와 방귀...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시시껄렁하지만 엄청나게 재미있었던 무수한 이야기들... 캄캄한 방안에서 아버지와 함께 듣는 전설의 고향...
    “이눔 자식들~ 고만들 하고 자!”하는 몇 번의 아버지의 위협이 최고조에 이르러서야 입을 닫는 매일 매일의 일상....  

    지금 생각하니
    옆방에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혹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아내가 가쁜 숨을 내 쉬고 있는데 올망졸망 철없는 자식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싸우고 울고 웃는 그 어수선함 가운데서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우리를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저를 애잔하게 합니다.

    모야~! 주제가 다른 곳으로 흐르려 하는군요...

    나누고 싶었던 얘기는 이런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가 아니라  내 마음 가운데 혹은 우리들 마음 가운데 있는 벽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제 중보기도 시간에도 나눴지만 내 안에... 우리 안에 있는 벽에 대한 얘기요.
    어쩌면 내가... 아니 우리가 관계 안에서 힘들어 하는 것이나 새로운 관계 갖기를 머뭇거리거나 혹은 두려워하는 것이 사단의 속임수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꽤나 긴 시간 동안 내 것을 챙기고... 빼앗기지 않으려 하고... 합력하기보다 독립하려하고... 너를 제끼는 것이 내가 앞서가는 것이고... 그것이 세상사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가르치며...  무한 경쟁에 내 몰렸던 그 시간들을 통해...  
    혹시 우리가 후천적으로 그런 경험적 성품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닌지...
    그 궤계가 너무도 간교하여 그 옛날 한 이불 속에서 뒹굴던 형제까지도 이제는 세상적 가치관으로 밖에 관계를 갖지 못하는 존재로 우리를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닌지...
    어린 시절 가졌던 관계- 함께 뒹굴며 희노애락과 가진 것들을 공유하는... -는 어디로 사라지고 자기 앞 길은 자기가 알아서...  나 살기도 바빠... 를 외치는 그런 관계로 전락한건 아닌지...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적당한 거리... 부담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아닌지...
    .
    .
    .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
    저는 요즘 저희집의 상황을 통해... 제 자신이 이러한 번잡함... 어수선함... 약간의 불편함...과 동시에 활기참... 긴장감 있음... 웃음과 생동감 있는 상황 가운데 내가 아주 오랫 동안 잊고 있었던 내 어린 시절의 관계성-함께한다는 것... 불편함 그러나 자유함...-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보고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주 조~금이겠지요?
    내 안에 쌓인 벽이 참 높고 견고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들로 인해 안정감 있다고 느꼈던 것이 속임수 였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보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고립되므로 단절되어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서로~’ ‘함께~’ 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쉽지 않지만 그것이 옳기 때문이고 우리를 이롭게 하며 바로 하느님의 본성이시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창세 이전부터 삼위로 하나이신 그 친밀함이 동일하게 우리 가운데에도 함께 하시기를 바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적자인 사단은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의 그 친밀함 가운데 거하는 진리를 알지 못하게 하려고 온갖 궤계로 우리로 그 분의 성품을 닮지 못하게 함으로 대적해왔던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저 나일 뿐인데 지금 내가 아닌 상상 속의 나를 만들어 놓고는 다른이 들이 그 상상 속의 나를 나로 알아주기를 바라는 허영을 사단이 잡았을까요?
    아니면 지금의 나를 부끄럽다고 여기게 속이고 그 부끄러움을 잡아서 벽을 쌓게 만들었을까요?
    과연 우리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속아 왔던 것일까요?
    이 글을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 과연 자기를 그렇게 가감없이 남에게 드러내기만 하면 벽이 허물어 질것이냐? 오히려 주는 부담감으로 인해 관계가 더 힘들어 지는 것 아니냐? 약하거나 부끄러운 것들, 모자란 것들을 꼭 드러 내야해?  오히려 감추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 아닐까? 대인 관계에 기본적인 예의지...’ 하는 생각이 들락날락합니다.
    .
    .
    우리 제자교회 공동체 안에 셀과 단체, 사역단위들 안에 이러한 벽들이 허물어지기를 바랍니다.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드러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서로를 기뻐하고 감싸 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이 아프면 “나 아퍼..  위로해줘요...”라고 다가가서 말하고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함께 아파하는 문화가 우리 안에 있기를 바랍니다.
    상대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꼈을 때 체면이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벽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먼저 다가가 함께 그 문제를 이야기하는 문화가 우리 가운데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 초대하고 방문하며 잘 알게 되고 그 아는 것으로 인해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를 잘 아는 경지가... 최소한 누군가 문제가 있을 법한 말을 했을 때 “저 사람은 왜그래~” 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이니까 저렇게 말할 수 있는거야~ 저 마음을 내가 알지~”라고 말 할 수 있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으면 좋겠습니다.
    오지랖이 좀 넓어졌으면 싶습니다. ^^

    솔직히 인정한다는 것에 대해 단어의 뜻만 알지 실제적인 적용의 한계를 잘 모릅니다.
    참 바보스럽지 않습니까?  말로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참 좋겠는데 그렇지 않으니 말입니다.
    “인정해~ ” 이러면 인정이 되는 걸까요?  아니면 ‘인정해야지~’ 이렇게 마음에 다짐을 하면 인정을 한건가요?
    내 의지와 내 성품의 괴리는 어떻게 하나요?    어디쯤엔가 선을 그어야 하나요?
    .
    .
    .
    그저 바랄 뿐입니다.
    광야에서 구리뱀을 쳐다보는 자는 생명을 얻었듯이 우리가 그 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한 그 분께서 우리의 삐뚤어진 성품을 회복시켜 주실 것을 믿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지금 내 안에 잘 못 형성된 세상적 가치관들이 하느님을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주님을 알면 알아갈 수록 하느님의 가치관으로 바뀌어 지지 않을까요?
    판단하지 않고... 정죄하지 않고...  혹은 무관심으로 위장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그 마음을 우리가 결국에는 닮지 않을까요?
    사랑할만할 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을 때에라도 사랑할 수 있는 경지에 까지 이르기를 소원합니다.
    .
    .
    .
    교우님들,
    쓰다보니 결국 사랑이군요...
    하느님 사랑... 나를 사랑... 너를 사랑... ^^

    2008년 하반기에 우리 사랑하며 살아요~
    Profile

댓글 3

  • 김장환 엘리야

    2008.07.03 18:01

    오랫만에 주필의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결론은 사랑임을 ! 그저 아멘입니다
  • 김영수(엘리야)

    2008.07.03 20:50

    앗따! 읽기가 힘든다.너무 길어 다 읽고 나니 눈이 침침하다.담부턴 욧점정리해서 간단히 써야 노인들 읽기가 쉬울듯(ㅋㅋ)...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글들인데... 아~~참 실천하기가 안되네...아직 멀었나 봐~~
  • 니니안

    2008.07.03 22:00

    주 필의 솜씨는 역시 대단합니다.자주 부탁함이 어려울까요?
    공동체에 내가 벽을 쌓으면 그 벽이 넘어져 네게로 무너질까봐 어쩔수없이 상대도 담을 쌓는 논리를 보게 되더군요.내가 (스스로 각자)그리스도의 깊은 사랑을 공동체에 넣어 주려고 할때 (그것도 주님앞에 죽지않으면......)그 사랑의 온기가 느껴 질까요?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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