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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역열호?
  • 조회 수: 1157, 2008-02-22 12:03:19(2008-02-22)
  • 금요일 아침입니다.
    요즘은 금요일이 주말에 걸친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뭔가 예전에 토요일에 느꼈던 홀가분함이나 약간의 헐거운 듯 한 그런 느낌들이 마음을 지배하는 그런 날입니다.
    오늘만 일하면 짜여진 시간과 정해진 일과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여유로와 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직원들의 말투에도 너그러움이 약간 톤엎된 목소리에 묻어 나오는 군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직원 하나가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보통 월요일에나 하는 청소를 해 대는 겁니다.
    다른 직원들이 ‘왜 난리냐?’하는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뭔 일 있어?”
    “......”
    “말을 해봐~”
    “그냥요~ 그냥 하구 싶어서 하는거예요. 하면 안돼요?”
    “아니 뭐... 니 맘대루 하세요...”
    .
    .
    .
    이만한 일에 이리와 보라는 둥....  일단 끝내고 얘기 좀 하자는 둥... 그럴만한 일은 아닌 것 같고 해서 그냥 놔뒀습니다.
    그리고는 제 자리에 와서 단골싸이트 한 바퀴 돌고 교회 자게에 들러 ‘참 글들 안 쓴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아까 우리 여직원 청소에 어떤 배경이 있을까-부부싸움인가?... 애들이 말썽을?... 집주인이 방 빼 달라구 그랬나?...  시댁과의 마찰?...- 하는 상상을 하다가 어쩌면 그저 끌려가는 것 같은 삶에... 똑같은 일상에  갑갑증이 난 것은 아닐까?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 가운데 그나마 반항이라고 한 것이 청소?...이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하고 싶은걸 한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일으킨다....

    하고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그러기 위한 당위성...  혹은 그렇게 하기로 합의 된것들...
    이것들을 모두 뒤로 하고 <내가 내 의지로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한다.>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안에 내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해 그 것들이 내가 피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그런 부담스러운 것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요...
    당연히 해야 할 것에 대한 무모한 거부감이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듯합니다.
    학생 때는 공부였습니다.  학생이면 당연히 공부해야 하는 것을 저는 하고 싶어서 한 적이 없습니다.  해야 하기 때문에 했지요.
    직업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장남이고... 가장이고... 남들 다하는 거고...  일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해야 했기 때문에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들은 정말 내 인생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들 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여직원이 뜬금없이 씩씩대며 청소하듯이 말입니다.
    연애... 친구들... 개인적인 놀이들... 이런 일에 오히려 제 의지를 불태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의 범위를 넓혀 가다 보니 요즘 제 신앙생활도 점검을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학생이 되었으니 공부를 해야 하는 것과 군인이 되었으니 군 생활을 때우는 것과 직장에 들어갔으니 일에 얽매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믿는다고 했으니 믿음의 생활을 해 나가야 한다는 당연성만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요...
    내 안에 정말 그 당연성이 자발적이고 의지적이며 능동적인 당연성으로 서야 하는 것에 대해 나는 어떻게 하고 있지? 하는 질문과 더불어서요...
    .
    저요? 공부 그런대로 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가 저한테 점수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성적이 좋아서 잘 가는 학교에 가는 것이 학생의 본분을 평가하는 진정한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제가 알기 때문입니다.
    바로<學而時習之不亦說乎>처럼 내 안에 자발적으로 일으킨 성취감으로 얻어지는 배움에 대한 기쁨이 있었는가? 하는 기준을 알기 때문입니다.
    .
    .
    .
    교우님들,
    그 분을 배우고 시시로 그 분을 따르는 것이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고백이 저와 우리 교회 공동체 가운데 있기를 소망합니다.
    자발적으로 일어난 그 분을 향한 열정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기쁨 가운데 그 분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 가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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