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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성공회 성탄 풍경 -
  • 할렐루야! 몽골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몽골의 겨울은 점점 더 깊어 가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울란바타르의 공기는 작년보다도 더욱 나빠지고 있습니다. 저녁에 잠깐 외출하고 들어와도 외투에서는 갈탄 연기 냄새가 흠뻑 베일 정도입니다. 숨을 들이 마시기가 힘들 정도로 갈탄 연기가 온 도시를 휘감고 있습니다.
      울란바타르의 인구가 100만을 좀 넘기고 있는데 작년에 이 중 360,000명이 호흡계 질환에 감염되었다고 합니다. 신문의 보도처럼 재난수준의 대기오염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며칠 전 차를 타고 시골로 갈 기회가 있어 청정한 맑고 차가운 공기를 마음껏 마셨습니다. 몸속에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골고루 퍼지는 느낌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성탄절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도제목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12월 22일(토)

      내일은 저희 집에서 예배드리는 교우들과 “박한가이” 마을에서 예배드리는 교우님들이 성탄절을 기념하면서 연합으로 예배드리는 날입니다. 평소보다 일찍 주중에 루가복음 1:18-25의 본문으로 성탄절에 마리아와 요셉의 신앙을 본받자는 내용으로 말씀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나랑 톨”이라는 울란바타르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으로 가서 교우님들에게 드릴 성탄 선물을 구입하였습니다. “박한가이” 마을의 교우님들의 성탄 선물은 몽골 성공회에서 준비하였고 특별히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한국에서 오신 장인 장모님께서 울란바타르의 교우를 위해 다이어리와 필기구를 선물로 준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뜻밖의 일이 있었습니다.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외출하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저희 집 계단 앞에 푸르게 자매가 저를 기다리고 서 있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저녁에 무슨 일로 왔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일단 집으로 들어와서 보니 푸르게 자매의 얼굴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상에 무슨 사건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매는 차를 한잔 마시자 갑자기 눈물을 보였습니다. 푸르게 자매는 올해 18살이고 울란바타르대학 영어학과 1학년입니다. 다른 도시에서 살다가 대학 진학 때문에 부모님 곁을 떠나 울란바타르에서 지금 사촌 오빠 가족이랑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촌 오빠가 술을 좀 지나치게 마시고 정신이 나간 상황에서 날카로운 물건을 푸르게 자매에게 던졌고 그것이 자매의 머리에 맞는 바람에 상처가 나고 피가 흘렀다는 것입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참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술에 취에 이성을 잃은 사촌 오빠의 행패를 피해 결국 사택으로 온 것이었습니다. 외투 안에 옷을 보니 피가 흘러서 얼룩이 져 있었고 맞은 머리를 후레쉬로 비춰보니 1cm 정도 머리가 찢어져 있었습니다. 집에 있는 약만 발라서는 안 될 것 같아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서 상처 부위를 꼬매고 엑스레이로 찍어서 이상이 없다는 것을 듣고서야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집에 술 취한 사촌 오빠가 있으니 오늘은 사택에서 사모님이랑 자라고 그랬습니다. 자매는 오빠가 지금은 자고 있을 거라고 그리고 알고 지내는 옆집에서 자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신부님에게 꼭 연락하라고 얘기해 주고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11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푸르게 자매는 병원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 저의 핸드폰으로 상황을 얘기하는 듯 했습니다. 나중에 자매의 어머니는 제 핸드폰으로 “선생님 딸을 보살펴 주어서 고맙습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여기서 몽골의 음주 문화를 잠깐 소개 하겠습니다. 몽골 사회와 가정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술 문제’라는 데는 몽골 사람들조차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이 술로 인하여 많은 가정이 파탄에 이르며 어린 자녀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몽골의 처녀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리고 제가 직접 물어 보아도 그렇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술로 인한 고통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역사적인 문헌을 돌아보면 이것은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있어 온 조상 대대로의 문제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2세기 초 몽골에 ‘하볼’이라는 칸이 있었는데 그가 정한 금주법에 보면 “마흔이 되기 전에는 술을 마시지 말라. 마흔이 되면 아주 조금만 맛을 보도록 하라. 쉰이 되면 자신에게 맞게 조금만 맛보라. 예순이 되면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맛보라.” 이 금주법에서 특이한 점은 여러분도 보신 것처럼 ‘마시라’는 말은 없고 다만 ‘맛을 보라’는 말만 있다는 것입니다. 주일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일이 일어나 기도제목을 얻게 된 하루 였습니다.



    12월 23일(주일)

      평소에는 매 주일 11시에 울란바타르에 있는 저희 집에서 예배를 드리고 오후 2시 30분에는 택시로 “박한가이” 마을로 가서 그 곳 성도의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평소 주일의 일정입니다. 오늘은 성탄절을 기념하면서 울란바타르 성도와 박한가이 마을 성도가 오후 3시에 “박한가이”에서 연합 예배를 드리는 날입니다. 연합예배 후에 모든 성도들이 애찬식을 갖기로 하였기에 아침에 저희 집에서는 한국식으로 40여개의 김밥을 싸고 된장국을 끓이느라 조금은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1시 30분에 저를 포함해 10명의 인원이 한 아름 성탄절 선물을 싣고 임대한 봉고차로 박한가이 마을로 출발하였습니다. “박한가이에서 우리가 매 주일 예배를 드리는 성도의 집은 20여명이 모여 예배드리기에는 좁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도착하였는데 다른 성도의 집에 성대한 음식을 차려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그들의 인심 좋은 마음과 신앙심으로 인해 이미 은혜가 충만한 가운데 우리는 예배에 임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수의 크리스챤이지만 박한가이 성도들은 교회가 세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것을 충분히 느끼면서 저에게 맡겨진 큰 사명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예배 후에 정성껏 준비되어진 한국 음식과 몽골 음식을 맛있게 나누어 먹으며 돌아가며 노래도 부르고 합창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누군가가 선창을 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며 노래에 푹 젖어 드는 느낌이 꼭 흑인 영가를 듣는 것처럼 구슬프기까지 하였습니다. 박한가이 성도 중에 가장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 한분이 계신데 이 분은 젊은 시절 군인이었을 때 6.25 종전 직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북한에 가서 구호 활동도 하신 경험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희미하게나마 북한의 노래도 기억하고 계셨고 몽골 말로 직접 불러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말은 정확하게 다 통하지는 않았지만 직접 북한 실정을 경험한 할머니의 이야기는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계신 너러워 선생님의 초등학교 딸이 몽골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출 때는 너무 귀여워서 시선을 다른 곳에 옮길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잔치의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장 즐겨 부르는 찬양(제목 : 믿음직한 진정한 마음으로)을 다함께 합창하며 성탄절 예배와 축하 잔치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12월 25일(화, 성탄절)

      몽골은 성탄절이 국가 공휴일이 아닙니다. 몽골의 성탄절 이브와 성탄절 교회의 풍경은 썰렁하다 못해 허전한 느낌이 들며 대신에 거리마다 여인내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어디론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다 파티 장에 가는 것입니다. 몽골 사람들은 교회 다니는 사람 빼놓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탄절이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 이라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성탄절은 대부분 새해 파티 하는 날이라고 대답합니다.
      몽골은 년 말이 되면 온통 파티입니다. 일명 새해 파티인 것입니다. 단체별로, 학교별로, 친구, 직장, 가족별 등등... 내가 소속된 곳이라면 다 새해 파티를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활동성이 강한 사람은 년 말이 되면 하루에도 몇 군대씩 뛰어다니면 파티에 참석해야 합니다. 이런 파티에 안 나가면 왕따를 당하기 쉽고 사회성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을 받기에 몇 군대라도 쫓아다닙니다. 그리고 파티 장에 갈 때는 꼭 파티 복을 입고 갑니다. 특히 여자들은 영화제 시상식에 나오는 배우들 같은 그런 옷들을 입고 갑니다. 싸게는 5,000원부터 해서 의상을 대여해서 가기도 하고 자기가 직접 천을 사서 스스로 만들어 입기도 합니다. 우리 예배 모임에 나오는 학생 중에 보르마 자매는 자기가 직접 드레스를 만들었다 하는 군요.

      저희들은 이번에 성탄절 예배를 드리지 않고 저녁 5시에 교우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 식사를 같이 하였습니다. 모두가 저녁 식사 후에 파티가 예약 되었기에 미장원에서 머리를 말고 얼굴에는 반짝 반짝 거리는 뭔가를 뿌리고 한껏 멋을 내고 왔습니다.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저에게 성탄을 축하한다며 그들이 사가지고 온 케잌을 받았을 때는 그들의 외모만큼 마음도 참 예쁘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지만 몽골 성공회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여러분에게 전해 드립니다.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기도가 너무도 많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종을 위해 기도를 부탁합니다. 영의 양식을 공급하기에 심령이 메마르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계속해서 언어의 진보가 있기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몽골을 위해 기도로 물질로 함께 동역하는 모든 형제 자매님들에게 영육에 강건함이 있기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몽골에서 박찬정 미카엘 신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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