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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엄마
  • 조회 수: 1498, 2007-12-08 09:01:41(2007-12-08)
  • 어제 세미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서둘러 먹은 저녁이 시원찮았는지 배가 좀 허전 하더군요...
    “여보, 뭐 먹을 만한 거 없어?”
    “......  만두?”
    “그럽시다~” 대꾸를 하면서 동시에 고구마를 꺼내서 씻고는 레인지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며칠째 탁자에 펼쳐져 있는 <예배인가? 쇼인가?>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프란체스카는 안방에 있는 TV로 장경동목사 특강을 듣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거실 TV를 켜고는...
    “나와서 봐~”
    소파에 나란히 앉아 고구마를 먹으며 이제 TV로까지 특강을 듣는군... 하며 보았습니다.

    아주 재미있거든요...
    말씀을 그렇게 잘 알아듣게  전하시는 분이 참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분 얘기 중에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것과 내가 하느님 사랑하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제가 잠시 멈췄습니다.
    장목사님이 청년시절에 군대에 가서 훈련소 6주 훈련받고 배치 받고 자대에 도착하니 엄마가 거기에 와 계시더라는 겁니다.
    “엄마~ 아니 웬 일이세요...”
    “으응~ 보구 싶어서~...”
    뭐 이런 얘기를 하면서 자기는 6주 동안 엄마 생각을 거의 안하고 ‘힘드네’ ‘죽겠네’.. 하며 지냈는데  똑같은 6주 동안 엄마는 내가 보고 싶어서... 못 견디게 보고 싶어서 휴가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그 곳까지 찾아왔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바로 하느님 사랑이 이런 사랑인데 여러분은 이런 하느님을 얼마나 사랑하냐는 얘기를 하시는데 아주 뭐 정말 눈물까지 울먹울먹하시면서... 보고 듣는 저와 아내 마음까지 울컥
    하게 만드시더군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장목사님은 엄마로 시작해서 하느님으로 가는데 저는 자꾸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왜냐하면 정말 똑같은 일이 저와 엄마 사이에도 있었거든요...
    23살... 가을의 초입에 훈련소를 마치고 인솔병을 따라 들어서던 그 부대의 정문에 바로 우리 엄마가 그렇게 똑같이 서서는 손을 흔들며...
    “인구야~” 하고 부르셨거든요...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왜 장목사님은 그 상황에서 ‘아! 어머니의 사랑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꼈다는데...
    저는 당황하고 부끄럽고 혼날까봐 두려웠던 기억이 더 큽니다.
    당직사관이 특별히 허락한 PX에서의 시간을... 엄마가 주섬주섬 꺼내놓으신 먹을거리들을...편한 마음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어제 장목사님이 그렇게 하느님의 사랑과 연관시켜 주시지 않았으면 아직도 그저 대단한 우리 엄마 정도의 수준에서 엄마를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엄마의 사랑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그 분은 저를 낳아주신 분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배 아파 낳은 자식에게도 할 수 없는 사랑을 하십니다.
    키우고... 가르치고...  시집장가 보내고...  그리고 끊임없이 걱정하십니다.
    .
    .
    .
    하루가 흘러 토요일입니다.
    새벽기도 갔던 프란체스카가 전화를 합니다.
    지하에서 옆에 차를 긁었다네요...
    “그냥 메모지 한 장 꽂아놓고 들어와요~” 하고 전화를 끊고는 걱정이 돼서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지하에 내려가 보았습니다.
    카니발 앞 범퍼에 이 사람 차의 측판 가이드가 스치면서 페인트가 조금 묻어 있길래 컴파운드로 닦았더니 깨끗합니다.
    의외로 새가슴인 프란체스카입니다. 차에 꽂혀 있는 메모지를 보니 아예 편지를 썼더군요...
    집에 올라와 다시 더 잘까 하다가 컴을 열고 어제 다 못쓴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앉았습니다.
    .
    .
    .
    어제 글을 못 끝낸 이유가 도대체 엄마의 사랑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를 생각하다가 이었었는데 바나바교수님의 마지막 강의를 들으면서 한편으로 우리 엄마의 사랑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관계>와 <능동적이고 의지적으로 잡는다.>는 말씀 가운데...  하느님이 그렇게 하시기로 결정하셨다는 말씀 가운데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우리 엄마가 상처하고 애가 넷이나 딸린 우리 아버지에게 시집오시면서 아마 우리 엄마는 바나바교수가 말씀하신 여러 가지 하느님의 법칙들은 모르셨겠지만 아마도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아의지로서의 결정을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남자를 남편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 보리라!  이 남자를 나의 남편으로 사랑하리라!
    이 남자의 모든 것을 또한 사랑하리라! 이 아이들도 나의 아이들로 사랑하리라!...‘
    실패한 결혼 경험은 있지만 출산의 경험이 없으신 삼십대 중반의 꽃다우셨던 엄마가...    아직 신앙도 없으셨던 우리 엄마가 내렸던 <관계>에 대한 의지적 결정이... 엄마의 가슴에서 사랑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의지적 결정 가운데에는 이 남자가 믿는 하느님을 나도 믿겠다는 의지도 있었던 것이고믿기로 결정하고 다가간 하느님이 우리 엄마의 그 결정을 어여삐 보시고 우리 엄마를 의지적 결정으로서의 엄마가 아닌 그냥 엄마....  그것도 훌륭한 엄마...로 세워 주셨다는 생각을  또한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원래 엄마였던 것처럼 ... 오히려 엄마보다 더 엄마처럼... 그렇게 나의 엄마가 되어 주셨습니다.
    엄마가 나를 아들로 삼기로 결정하셨을 때 이미 엄마는 나를 가슴으로 낳으셨던 것이라는 생각을 어제 말씀을 들으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달...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우리 엄마...
    우리 모두가 깜짝 놀랐지만 두 번의 수술로 다시 일어서신 우리 엄마...
    동생이 퉁퉁 부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글쎄 그 엄마가 퇴원하신 그 다음날 김치 못했다고 배추30통을 주문하셨다구요...
    도대체 정신이 있으신거냐구요...
    .
    .
    엄마의 사랑이 정말 끝이 없습니다.
    .
    엄마 사랑합니다.
    Profile

댓글 7

  • 공양순

    2007.12.08 12:21

    찡합니다. 사랑은 배워야 하는 감정... 내리사랑이래잖어요...
  • 김장환 엘리야

    2007.12.08 13:26

    엄마! 오랫만에 듣는 말, 어느덧 어머니에 익숙했었는데...

    저도 엄마가 돌아가시고는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엄마는 암투병 중에도 새벽기도로
    암투병 전에는 시시때때로 금식기도 하시며
    자식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이신데,,,,
    그 기도의 빈자리....

    얼마 전, 김포집에 가서 거실에 놓여져 있는 어머니 사진을 보며
    흐느끼며 울었던 꿈이 쌩각나네요. 아마도 내 마음 깊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스며있나 봅니다.

    천국에서 만날 엄마! 그곳에서도 기도하고 계실겁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 마리스텔라

    2007.12.08 16:53

    마지막 강의 시간에 마리아에 대해 말씀을 들으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나의 마음이 무거웠는지 모릅니다. 정말 엄마는 우리가 상상할수도 없는 사랑을 베풀고도 늘 모자르다고 말하시죠... 제가 어릴때 너무 몸이 허약해서
    고등학교때까지도 가방을 자주 들어다 주셨지요. 저는 그렇게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다 커서도 늘 엄마가 다 해주셨지요. 지금도 저와 같이 살면서 아이들 보시고 음식 해주시고 .... 늘 헌신만 하시는 어머니가 언제부터인가 싫고 괜히 투정부리고 신경질을 부리곤 했었죠.너무 죄송하고...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부터 찡해옵니다.

    아 ! 엄마 .... 사랑합니다.

    형제님의 글을 읽으며 , 엄마는 누구에게나 많은 추억과 그리움의 대상이라는 사실에 새삼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엄마의 사랑을 다시 깨닫게 해주시네요......
  • 마르코

    2007.12.08 23:04

    엄마............
  • 안응식

    2007.12.09 00:31

    난 아직도 엄마라고 부르는데~.
    어머니는 남들에게 하는 호칭이죠.
    아주 희생적인 분이예요.

    근데
    별로 당당하게 내세울 것이 없구요,
    엄마 생각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1. 누런 아주 아주 싸구려 김에 김밥 싸준것.
    그래서 챙피해 남들 앞에서 안먹고 하교길에 몰래
    혼자 먹거나 다리밑에 들어가 돌 들쳐서 그냥 쏱아 버리고
    빈 도시락 같다준~. 에휴~~
    2. 여름에 예측하지 못한 비가 쏱아질 때 비맞고 오지 말라고
    가져 온 것이 아저씨들이 농사 지을 때 입는 커다란 우비~
    얼마나 쪽 팔리던지~
    초등학교 때는 우산이 아이들 숫자만큼 안돼서 비료푸대 뒤집어 쓰고
    아니면 못자리 비닐 쓰고 5킬로미터씩 걸어 다녔으니 지금 생각해도
    한숨만 나오네요.
    그래서 절대 학교에 오지 말라고 원망 +분노를 발해서 그 후로는 시
    원(?)하게 학교 다녔죠.
    그 사랑의 표현을 못 받아드린 것이 쪼끔 아쉽지만 지금도 별수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부모의 사랑은 환경을 초월한 사랑인 것만은 분명
    합니다.

  • 꿈꾸는 요셉

    2007.12.10 09:37

    작년 미국에 있을 때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은 후
    요번 미국에 와서 1주일 동안 울었던 기억이...

    어머니의 사랑을 알고 나서 다시 만나니..
    더욱 절실히 느껴졌습니다.

    자신을 버리면서 사랑하시는 사랑.
    예수님과 닮지 안았나요?

    어머니의 눈물은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진한 애정이 담겨있다.
    -아브라함 링컨- (←맞나? 아마도...)
  • 이숙희

    2007.12.14 16:44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란 다하여라..는 시조가 생각납니다...
    누워서 모든 일에 도움을 받으셔야 하는 어머니...이제 그사랑을 몸 으로 갚아드릴 때가 왔는데...여전히 내 일 부터 챙기는 나....주님께 어머니를 맡김이 내 불효의 핑계가 되지 않게 ..한번더 만져드리고 그 사랑 고맙다고 고백하며 그 분께 제 사랑을 ..온전히 (영 혼육으로)전할 그런 때를 놓치지 않게 하소서 .엄마...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어머니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제발 일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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