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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한 주를 보내며...
  • 조회 수: 1664, 2007-11-16 13:50:15(2007-11-16)
  • 날씨가 쌀쌀해져서 그런가 아니면 누구 말마따나 나이를 생각해야 하는 건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더 힘들어 집니다.
    힘든 것만으로 끝나면 박차고 일어난다던가...  교회에서 잘 쓰는 말처럼 육신의 약함을 쳐서 복종시키거나... 이렇게 할텐데....  박차고 일어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다만 5분이라도 더 이불 속에 머무를 수 있을까 별 쑈를 다하곤 하지요.
    처음에는 부드럽고 약간은 졸린 듯한 목소리로 “여보~ 일어나요~”하던 체스카의 웨익컵 콜이 점점 크레셴도되고 마르카토를 넘어 스타카토됩니다.(요거 음악 용어입니다.ㅎㅎ.. 우리 성가대하람은 무슨 말인지 잘 아시죠?)  
    “여봇! 회사 안가?!!! 늦/었/다/구~!!!”  이렇게요...ㅠㅠ
    제가요....  그런 압박과 설움 속에서도 악착같이 5분 정도는 용감하게 더 개깁니다. ^^
    집을 떠나야 하는 마지노선은 늘 그렇듯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빌거리고 기어 나왔으면 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서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식탁에 앉아서 밥 반 공기 비우는 게 무슨 엄청난 예식이라도 되는 양 꿈지럭 대다가 체스카가 방금 갈아온 과일 쥬스를 후식으로 들이키고는 그 새콤 시원함에 정신이 나서는 아침 당뇨약을 먹고 시계를 보면 이제 뭐 씩씩하지 않을래야 그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게 되어 있는 거라는...ㅠㅠ
    잽싸게 머리감고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거울 앞에서 이쪽저쪽 좀 봐 주는 그 사이... 날 위해 일찍 서둘렀던 체스카는 자기의 본분을 다 했으므로 다시 수면모드로 들어가려는 것을 “여보~ 나 간다~”로 현관으로 불러내선 뽀뽀한방 해주고 문을 박차고 나갑니다.
    그리고는 12 혹은 13시간 뒤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요.

    헤아려 보니 이 일을 20년을 해 왔네요...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 뭔가 모를 답답함이 숨어있는 것 같기도 한... ^^;;
    .
    .
    뭐 다들 이렇게 알콩달콩들 살고 계시지요?

    이 얘기 하려던 건 아닌데....  또 약간 샛군요...
    피곤함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었거든요...
    잠깐 저장하고 네이버지식을 보니 <피곤>의 뜻이 ‘몸이나 마음이 지쳐 고달픔’이라고 나옵니다.
    제가 저에게 ‘지쳤냐?’ 라고 물어보니 ‘지치면 안 되지’ 라는 대답이 나오는군요.
    ‘고달프냐?’ 라고 물어보니 ‘뭐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냐?’ 라는 대답이 나오구요...

    어떤 분이 쓰신 시에서처럼 삶이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아직 삶이 어떤 것이지 잘 모르는 것일까요....
    왜 저는 ‘피곤하냐?’ 라는 질문에 ‘응’ ‘아니~’로 대답하지 못하고 묻지도 않은 다른 답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저에겐 위로와 쉼이 필요할까요? 아니면 주마가편이라고 더 강한 독려와 목표가 필요할까요?...
    조금은 비약이 되겠지만...
    제 삶이 그 분에게 사로잡힌 삶일까요? 아니면 일에 사로잡힌 삶일까요?
    엊그제 수요 예배에 남궁선교사님이 아이들이 주님 안에서와 공부 안에서 와의 시간과 비중에 대한 대비를 해 주셔서 참 옳은 말씀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저의 삶도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 열심히 많이 해서 남 보다 잘 먹고 잘 살아라.’ <-- 이거 좀 너무 천박합니까?
    ‘공부 열심히 많이 해서 남을 잘 먹이고 더불어 너도 잘 먹는 리더(?)가 되어라’ <-- 이러면 좀 낳습니까?
    엉덩이나 궁뎅이나 방뎅이나 사실은 다 같은 거죠.
    저를 비롯한... 속물이지만 하느님께서 조건 없이 주신 구원을 달게 받아 간직한...  이 땅에 뿌리박고 사는 소위 대다수의 믿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여기서 대다수란? 그렇지 않은 분이 분명히 계시다는 말씀입니다.)
    ‘일 열심히 해서 잘 먹고 잘 살자’ 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일 열심히 해서 잘 먹고 잘 살게 되면 그래도 명색이 내가 믿는 사람인데 좀 베푸는 삶을 산다면 아름답지 않을까?’ 뭐 이 정도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문제이기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애나 어른이나 그 전제 조건의 맨 앞에 <공부>와<일>이 있다는 것이고, 어떤 방식이던 간에 나에게 먼저 인컴이 있어야 한다는 세상의 명제를 따르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먼저 나누고 먼저 하느님 나라를 구하면 다른 것도 채우겠다고 하신 그분의 말씀을 사실은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 좀 과격한가요?
    그래서 제 생각엔 제 자신도 교육을 통해서는 그 분의 삶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년에 더해 학창시절 16년까지 실제로는 그 분이 아니라 세상에 사로잡혀 살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그래서 늘 내 영혼의 깊은 그 곳에서 피곤하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주님께 나와서는 예배나 말씀이나 기도를 통해 어쩌면 응급 처방만 받아서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고 늘 같은 증상을 달고 사는 것은 아닌지...
    .
    .
    .
    교우님들,
    혹시 피곤하신가요?  지쳐서 고달프신가요?
    우리의 원래 모습은 세상 가운데에 주님의 일을 하다가 지쳐서 고달파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만 그 분 앞에 나아와 그 품에 안겨 깊은 위로와 충만한 사랑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그 분이 아닌 것에 사로잡힌 바 되어서 지치고 고달프다면 그 사로잡힌 것이 우리를 회복시켜주지 않는 한 그 고달픔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후우~....
    .
    .
    글을 쓰다 보니 제 안에 모호한 감사와 알 수 없는 피곤함은 사실은 세상이 주는 것이라는 답이 나오는군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일의 강도가 문제가 아니라... 제가 그 곳을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는 그런 답이요.... ^^
    물론 제가 아는 그 분은 그저 세상 일로 지쳐 돌아와도 안아 주실 분이지만서두요...
    .
    .
    .
    시편 119편을 봅니다.

    주여! 내 눈을 여소서  지금 주의 법 보도록...
    나는 땅의 객이 되었사오니 주의 법 숨기지 마소서...
    나로 주님의 법도의 길을 깨닫게 하소서...
    .
    .
    구하오니 주의 종에게 하신 말씀대로
    주의 인자하심이 나의 위안이 되게 하시며....
    주의 긍휼히 여기심이 내게 임하사
    나로 살게 하소서.
    .
    .
    잃은 양 같이 내가 방황하오니
    주의 종을 찾으소서....
    Profile

댓글 11

  • Profile

    김바우로

    2007.11.16 14:41

    감기가 주는 피곤함이란.... 에취~~~ㅠㅠ
  • Profile

    강인구 ^o^

    2007.11.16 16:03

    마이 아파?
  • 김장환 엘리야

    2007.11.16 22:55

    파주에 와 있습니다. 렌선을 얻어서 읽었습니다.
    오늘 오전에 게시판에 글을 하나 썼다가 지웠습니다.
    삶과 사역에 지쳐하시는 분들이 많아 보여...
    목자로서 따뜻한 사랑과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있음에 아픈 마음으로
    글을 적어 보았더니 ㅜㅜㅜ 너무 감정적이어서 지워버렸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제가 사제이고 여러분이 평신도이고를 떠나
    함께 십자가로 구원받은 하느님의 아들 딸로서
    한번 살다가는 인생의 여정에
    주님을 더 사랑하기를 원하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새벽에 '주께서 달린 십자가'를 찬양하며 마음 깊이 울었습니다.
    주님의 사랑에, 저의 연약함과 부족함에....

    사랑합니다.'
    주님이 허락하시는 때까지 진실된 사랑을 나누며
    복음을 영화롭게 하는 교회를 세워가고 싶습니다.

    샬롬!
  • 김장환 엘리야

    2007.11.16 23:23

    '날마다 솟는 샘물'이 우리 각자 안에 있기를 기도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 김장환 엘리야

    2007.11.17 10:32

    의문?

    1) '세상의 일-직업은 주님의 일이 아닌가?'라는 것.
    2) 열심히 일하고 할 수 있는 한(믿음의 분량만큼) 나누고 또 섬기며 살아가는 삶, 소위 소시민적인 삶! 건강한 삶이 아닌가?
    3) 아이는 공부해야 하고 어른은 일해야 하고. 그것이 삶의 모습 아닌가?
    4) 그런데 그 공부가 그 일이 나만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주님의 영광(너무 거창하다면) 나와 더불어 이웃을 위한 것인가?

    * 지금은 커피 타임, 한번 더 읽어 보고 끄적여 봅니다.
  • Profile

    강인구 ^o^

    2007.11.17 12:26

    신부님,

    이 글을 읽는 교회 지체들이 염려되어서 답글을 다신 것이라는 것을
    제가 압니다.
    우리 체스카도 이 글을 읽고는 '당신은 뭐랄까 너무 흑백 논리 같은
    생각이 들어...'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 그렇게 읽혀지나보지? 난 아닌데...'

    사실 제가 같이 공감하고 싶었던 부분은 <바라 보는 것>에 대한 관점이었거든요... 같은 일을 해도 바라보는 곳이 틀리면 그로 인한 결과는 많이 틀릴 수 있다는 뭐 그런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일상 가운데 그 부분을 흔들리지 않고 세워 나아갈 수 있다면... 지쳐서 고달픈 삶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요...
    .
    .
    아님 말고...^^
  • 김장환 엘리야

    2007.11.17 20:00

    아 ! 네~~~~~
    아침에 올린 의문이 너무 상식적인 것이어서...

    상식이 살아있다는 것이 건강한 거죠?
  • 꿈꾸는 요셉

    2007.11.19 12:46

    베드로 아저씨의 글을 읽으면 언제나 제 글이 조그맣게 보이는 건 제 생각일까요?
    아직 글을 쓰는 방법을 몰라 잘 쓰지 못하는 제가 부끄^^
    글을 읽다보니 너무나 공감이가고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하고...
    그런 글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제 글은 너무 직설적인 것 같아서
    글 쓰는 방법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ㅎㅎ
  • 김장환 엘리야

    2007.11.19 12:55

    나두~~~
  • Profile

    강인구 ^o^

    2007.11.19 20:30

    은성~

    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내가 쑥스^^
    난 네 글을 읽으려고 매일같이 학생회를 방문하는걸~
  • ┌밀알┐&┌열매┐

    2007.11.20 08:45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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