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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507, 2007-11-08 18:15:03(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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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늦잠을 잤습니다.
발안에 있는 공장을 들러야 하는 관계로요... 너무 일찍 가는 것은 약간의 업무 방해요인이
있기 때문에 대략 10시 근처에 도착하면 된다고 볼 때 얼추 시간 반 정도의 여유가 생기
거든요...
물론 다른 날에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 중보기도를 생각해서 오늘 아침으로 약속
을 잡으면 잠을 더 잘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
과연 이런 생각은 저로부터 나오는 통밥일까요? 아니면 그분이 주시는 지혜일까요?
공장에 가면서 라디오를 틀었습니다.
양희은 강석우가 진행하는 여성시대를 들으며 갔어요.
정남으로... 귀래리로.... 향남면 뒷 산길로.... 돌아가는 시골 길이라서 아침나절의 가을
정취가 그런대로 물씬물씬 풍겨나는 그런 길로요...
안개가 뭉클뭉클 번져 올라오는 천변에 전설의 고향같이 갈대가 희끗희끗 돌아 스쳐갑
니다.
낮은 언덕배기를 휘돌아 우회전 하는 길의 옆으로 그 언덕을 연보라로 덮고 있는 들국화
가 잠깐 차를 멈추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군요...
길 가까이 붙어 있는 젖소 목장의 목책에 목을 내민 소가 하얀 김을 뿜어내며 되새김질을
합니다.
요즘 애들이 ‘완소’라는 표현을 쓰던데... 오늘 아침 공장가는 길이 저에게는 완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의 <로뎀>이 되는 그런 시간으로요...
이 짧은 생각의 여유가 한 주의 중간에 지쳐있는 내 육신에 까지 신선함으로 채우는 그런
역할까지 감당할 줄은 몰랐거든요....
양희은과 강석우가 돌아가며 애청자들이 보내준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담담히 읽어
줍니다.
대부분... 옛날에 많이 힘들었는데... 아니면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러저러한 힘든 일들이
있지만 사랑한다는... 행복하다는....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는... 뭐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그 중에 한 이야기... 굴삭기 운전을 하며 아내와 두 아이와 가정을 이룬 40을 이제 넘어
가는 가장이 보낸 편지를 들었습니다.
남자는 깊은 자책감에 빠져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형편이 좋지 못해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못내 괴롭습니다. 아내는 불평하지 않고 명랑합니다.
그러나 몇 천원으로 아이들 옷을 사오고는 자기의 알뜰함을 칭찬받고 싶어 하는 아내
앞에서.... 쭈뼛거리며 자기도 옷을 하나 정말 큰 맘먹고 장만했노라며 어렵게 보여주는
외투에 붙어 있는 가격표의 \35,000 을 보고는... 못견뎌합니다.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났더라면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텐데... 라며 자책합니다.
물론 편지의 말미에는 아직 살아 갈 날이 많으니 힘내서 열심히 일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더 사랑할거란 말이예욧!... 뭐 그런 얘기들이 당연히 있었습니다.
.
.
.
우리의 사랑이 돈이나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오늘 아침 굴삭기 기사님의 진솔한 아내 사랑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에게 있어서 아내는 어떤 존재인가.... 뭐 이런 생각...
아내에게 있어서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
안타까움으로 자책할 만큼의 사랑을 나는 아내에게 하고 사는 걸까?.... 이런 반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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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조금은 먹먹해 지면서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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