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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가을에...
  • 조회 수: 1159, 2007-11-01 18:09:40(2007-11-01)




  • 지난 주 금.토일에 회사 가을MT가 있었습니다.
    특별새벽예배의 마지막과 겹쳐서 몸과 마음이 피곤했었습니다.
    그 때문에 약해진 체력을 틈타 지금 감기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지요... ^^
    회사 일정은 2달 전에 이미 잡혀있는 일정이라서(이래야만 미리미리 병원 일정 조정해서
    모든 식구가 떠날 수 있거든요...)바꿀 수가 없었고... 교회 일정을 제 사적인 일정 때문에
    바꾸거나 보이콧(?)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고...  해서 둘 다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택했습
    니다.
    직원들이 잠자리에 들면 올라와서 새벽예배를 드리고 다시 가는 것으로... ㅠㅠ
    결국, 새벽예배까지는 참 좋았는데 다시 가는 것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양해는 구했지만 제가 없어서 토요일 행사가 많이 썰렁했다는 그런 불만들을 궁시렁
    궁시렁 쏟아놓는 것을 보며 참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격이 더러워서 해야 하는 것, 혹은 하기로 한 것은 어지간하면 해야 된다는 주의라서
    지난주에 몸이 안 따라 주는 이유로 다시 합류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립니다.

    아!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니구요...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사진기 메모리카드를 정리하다보니 MT 첫날에 펜션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찍은 사진이 보기가 좋아서 같이 좀 보고....
    또 바쁜 삶 가운데 잠시 머물다 가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교우님들,
    깊은 가을입니다.
    .
    .
    한잎 두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곳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안도현 / 가을엽서 -

    한때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에는 가을이 되면 내 가장 친한 친구 태준이 하고
    가을 색이 곱게 물든 낙엽을 주으러 다녔습니다.
    불알 단 녀석들이 아닌 계집애들이나 함직한 일들을 하고는 했는데...
    그 친구하고 제가 여자형제 틈에서 자라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약간 여성스러운 구석이
    있었는가 봅니다.
    저는 음악을 좋아했고 이 친구는 그림을 좋아했었어요...  그리고 똑같이 뭐 대략 낙서
    같은 수준이지만 글 쓰는 것을 좋아 했더랬습니다.
    장안문에서 화서문... 성곽에 한여름 악착같이 붙어 있다가 활활 불타오르는 담쟁이들...
    고르고 고른 가을 이파리들을 준비해간 두터운 책에 끼워 넣으면서 전리품을 획득하는
    듯한 희열을 느끼고는 했었지요...
    팔달산 무너진 화성장대 터를 지나 노래비를 거쳐 향교의 은행나무까지 훑으면 그 두꺼운
    책이 끼워진 이파리로 꽉 차곤 했습니다.

    그 책을 이파리째 무거운 다듬이돌 같은 것으로 눌러 놓고는 시를 썼습니다.
    처음에는 베꼈지요...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부터 시작해서 딱히 정해지지도 않은
    미래의 여인을 꿈꾸며 말입니다.
    그때는 코팅이라는게 없었습니다.
    시장 큰 문방구에나 있는 폭이 넓은 스카치테이프(지금은 동네 문방구에 다있지만요..)를
    구해다가 써놓은 시와 책속에서 다리미로 다린 듯 펴진 빨갛고 노란... 혹은 예쁘게 벌레
    먹은 이파리를 짝지은 다음 스카치테이프로 앞뒤를 코팅하듯이 붙였습니다.
    두 놈이 땀을 송골송골 흘리면서 말입니다. ^^

    ‘야~ 봐봐~ 어때? 죽이지?’
    ‘응~ 갠찬아 보이네~ 이게 더 낳지 않냐?’
    ‘야! 그거 나 주라~’
    .
    .
    .
    지금은 그런 감성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교우님들,

    이 가을이 다가기 전에...
    아직 보내지 않은 이 가을을...
    한번 쯤...
    아내와...  아니면 남편과... 혹은 아이들과...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Profile

댓글 2

  • 김장환 엘리야

    2007.11.01 18:52

    제 아내는 3주 넘게 감기로 고생했는데, 오늘에야 좀 나아진것 같더군요.
    아침에 위기 부부 관계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함께 보면서
    감기 걸린 아내를 위해 매운탕을 끓여주는 남편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서
    아내 왈,
    '이렇게 감기로 아파 고생해 왔는데, 당신은?...'

    지나가는 말로 한 것임을 알지만,
    아내를 나의 필요를 채워주고 내가 기댈 곳으로만 여기며 살아온
    이기적인 내 모습을 또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가을이 다가기 전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쌀쌀하다 못해 춥군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따뜻한 주님 품에서 쉼이 있는 저녁 되세요.

    아~ 참!
    사역반이 있군요.
    옷 든든히 입고 오십시오. 교육관 1층 식당이 춥습니다.
  • 꿈꾸는 요셉

    2007.11.05 14:39

    아...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여기는 벌써 겨울이랍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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