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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온 글을 읽으며 - 과부의기도를드리다.
  • 붕어빵 노점상은 왜 자살했을까


    노점상인의 죽음, 끊이지 않는 진실공방


    한 붕어빵 아저씨의 죽음 앞에서…


    부인이 맞는 것 보며 무슨 생각 했겠는가?


    '철거 성과급' 폭력적 노점 단속 부추겨


      오전 6시께 정발산에 운동을 간다. 오전 10시께 붕어빵과 떡볶기, 순대 등 음식 재료를 실은 좌판을 밀며 집(경기도 고양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마을)을 나선다. 집에서 1km 정도 떨어진 문화초등학교(일산구 주엽1동)에 이르면 오전 11시. 아내가 장사에 쓸 물을 싣고 자동차로 도착한다. 아내의 붕어빵 좌판은 학교 정문에서 100여m 떨어진 길 건너편에 자리잡고, 정문 근처에 자신의 ‘달고나’ 좌판을 편다. 저학년 아이들이 마치고 나올 점심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 이런 생활이 12년째. 밤 10시께가 되면 부부의 수중에 6~7만원 정도가 남는다.

      고 이근재(48)씨의 24시간이다. 이씨 부부는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않는 일요일을 뺀 주6일 동안 노점상을 했다.  

      혹은 그가 살아있었다면 최근 약간의 변화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이씨 평소 성격대로라면 지금쯤 전노련(전국노점상총연합회) 집회의 맨 앞줄에 서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일산 복음병원 영안실에 차가운 주검으로 누워있다. 장례식장에는 생전에 가족처럼 지내던 노점상 동료들이 왁자지껄 모여 식사를 하거나 집회로 피곤한 몸을 잠시 뉘어놓고 있었다.  

      “살아있었으면 ‘누님, 신발 닳았다’고 운동화 한 켤레 사 올 동생이었는데…. 동생 없으니 내 돈 주고 샀네.”


      19일 정오께 이씨의 장례식장을 나서던 한 중년 여성은 새 운동화에 발을 구겨 넣으면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이씨의 장례식장을 지키던 전노련 회원 10여명은 점심식사를 서둘러 끝내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 이근재씨 장례식장의 화환이 시든 이유

      이씨의 아내 이상미(47)씨가 빈소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는 남편의 자살 소식을 들었던 지난 12일을 조그만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날도 노점상 단속 때문에 용역깡패 100여명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였다. 그런데 남편 친구가 전화를 했더라. ‘남편 어디 있냐’고 묻기에, ‘인력(시장) 나간다면서 아침에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의 친구가 ‘빨리 주엽지구대로 가보라’고 전했다.

      예감이 안 좋았나. 싸웠나 싶었지만 그런 사람도 아니고. 곧 그 친구가 다시 전화를 했다. ‘근재가 죽었대’. 순간 기절했다. 정신을 차리고 고양경찰서로 갔더니 누군가가 남편의 지갑을 보여줬다. 남학생 4명이 서 있었다. 공원에서 남편을 발견한 아이들이라고 했다.”

      부인 이씨는 그 뒤 남편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12년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함께 했던 남편인데, 앞으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할 만큼 그의 상황은 여유롭지 않다.

      이씨는 “남편이 (12일) 새벽 4시 반쯤 나가면서 이른 시간이라며 밥도 안 먹고 나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밥도 못 해 먹여 보냈네”라며 조용히 혼자 읊조렸다. 빈 속으로 나간 남편은 일산교 근처 한 공원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이씨는 남편의 자살 이유에 대해 “인력시장에 처음 나간 것이었는데, 처음 나온 사람에게 누가 선뜻 일을 줬겠냐”며 “부인되는 사람이 투쟁 현장에서 용역들에게 당하는 꼴을 봤으니 잠깐 딴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기 전날(11일)을 회상했다.

      “그 날도 집회가 있어서 장사를 안 하고 주엽역 근처 국민은행 앞에 모였다. 오후 2시께 갑자기 공무원들과 함께 검은 옷을 입은 용역 깡패들이 나타났다. 야채노점상부터 때려부수고, 사람 취급도 안 하더라. 노점을 뺏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그 모습을 길 건너에서 남편이 본 모양이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손을 잡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가 수술을 받은 이후 ‘고생만 시켰다’며 자주 하던 말이다. 남편은 ‘다음날(12일) 쉬라’고 했지만, ‘생존권 문제인데 어떻게 그러느냐’고 했고, 남편은 ‘그럼 뒤에서 눈치껏 하라’고 충고했다.”

      시종 낮은 목소리로 말하던 이씨는 고양시청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양시는 아직도 남편의 죽음이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31억으로 용역 깡패들 살 돈 있으면, 그 돈으로 지역 복지에나 힘쓰라”고 비난했다.

      이씨는 고양시의 공식 사과가 있을 때까지 모든 장례 일정을 취소했다. 발인이 지난 18일이었지만, 유족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화환 20여개는 시들어 있었다.


    - 노점상의 안타까운 죽음

      고인의 주변인들은 죽은 이씨를 ‘유머러스한 자전거맨’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노점상을 하던 문경림(48)씨는 “임진각 마라톤에 출전하고,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자전거를 타고 이웃 노점상까지 와서 ‘장사가 안 돼서 어떻게요, 누님’이라고 농을 치고 사라졌다”며 “피만 섞이지 않았지 주위사람들에게 가족처럼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를 추억하는 이들은 주변 상인들뿐만 아니었다. 이씨 부부가 노점상을 하던 문화초등학교 주변에서 이씨 부부의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고인 이씨는 학교 정문 근처에서 '달고나' 좌판을 하고 있었고, 부인 이씨는 100여m 떨어진 곳에서 붕어빵 등 먹거리 노점을 했다.

      19일 오후 하교하던 초등학생들은 붕어빵 노점이 있던 자리에 삼삼오오 모여 “주인 아저씨가 자살했대”라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주인 아저씨가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게 돼서 죽었다고 하더라”며 “종종 여기서 떡볶기를 사먹었다”고 말했다.

      앞을 지나던 50대 여성 또한 이씨 부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이 동네에 살고 있다”며 “노점상 부부가 일요일을 빼고 매일 나왔는데 요새는 보이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씨의 자살 소식을 전하자, 그는 깜짝 놀라며 “참 열심히 산 부부였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어 “역 앞 광장에 노점상이 많아서 지저분하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생계 수단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인 이씨의 노점 근처에는 고인의 자전거가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가 장사를 하던 자리에는 누군가 흰색 국화 한 송이를 놔두고 간 뒤였다.  


    - 고양시 “이씨 자살, 노점상 단속으로 인한 죽음 아니다”

      전노련은 이씨의 죽음으로 투쟁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전노련은 지난 16일부터 ▲노점상 단속 중단 ▲용역 깡패 해체 ▲자살한 노점상 이근재씨에 대한 보상과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고양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고양시청의 입장은 강경하다. 노점상은 명백한 불법이며, 시민들의 민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단속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노점상인들의 저항에도 단속은 계속된다는 데 변함이 없었다.

      김운영 고양시청 공보관은 “시는 올해 초부터 불법 노점상, 노상 적취물, 불법 주정차 및 광고물 단속 등 4대 질서 원칙을 확립하고자 지속적으로 단속을 실시했다”며 “지난 11일부터 노점상 단속을 시작했고, 상인들과 마찰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시에 대규모 노점상이 많다보니, 의정부나 파주 등지에서 모이는 바람에 우후죽순 격으로 노점상이 생기고 있다”며 “시민들의 불편 신고가 잦아졌기 때문에 단속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용역직원들을 동원한 데 대해 “공무원들끼리 단속을 하다가 노점상인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사례가 있었다”며 “그래서 용역 회사에 의뢰를 하게 됐지만, 나갈 때마다 공무원들과 함께 나갔다”고 해명했다. 31억원 노점 단속 비용에 대해서는 “4대 질서 확립에 드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양시쪽에서는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먹고 살기 힘든 이들에 대해서는 노점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며 “그러려면 현재 노점상에 대한 실태조사가 있어야 하는데, 노점상들이 자신들의 신분 노출을 꺼리며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씨의 죽음에 대해 “지난 11일은 주엽역 인근 태영플라자 주변을 단속하던 중이었고, 이씨가 영업을 하던 곳은 아니었다”며 “집중 단속 구역에서 벗어난 곳에서 영업하던 사람이 그렇게 된 것은 이번 단속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고양시는 지난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씨가) 발견된 곳의 주변에는 자살의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유서도 없었다”며 “자살 원인에 대해 경찰에서 조사중이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전노련의 선전전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고양시와 전노련 간의 대화는 결렬된 상태다. 전노련은 “유족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고양시는 “이씨의 죽음이 단속으로 인한 자살로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양쪽의 주장은 평행선을 긋고 있다.


    - "지자체, 서민의 생존권 없앨 권리만 갖고 있나"
      
      조덕희 전노련 집행위원장은 “고양시가 노점상 실태조사를 요구한 적이 한 번 있지만, 악용의 소지가 있었다”며 “노점상을 기업형과 생계형으로 구분하면서, ‘단속을 할 때 도망가면 생계형, 반발하면 기업형’으로 보는 등 상식 이하의 기준을 들이댔다”고 반박했다.

      조 위원장은 “노점상이 불법인 것은 맞지만, 서민들의 최후 생계 수단인 노점상의 발생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며 “법의 잣대만 들이대서 '불법'으로 몰 것이 아니라 국민 생존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업과 비정규직이 만연한 사회에서 정부나 지자체장에게 서민들의 생계를 끊을 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노점상을 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상황에 대해서는 왜 생각해보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고양시는 노점상을 불법으로만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등 타협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불법이라는 이유로 눈앞에서 없애려고만 하는 것은 탁상행정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유 사무국장은 “서울시의 경우, 노점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난 2월 ‘노점관리특별대책’을 통해 노점상을 허가하는 시범지역을 만드는 등 대안 마련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정책이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고양시는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권활동가 박래군씨 또한 “노점상 문제는 빈곤의 구조로 봐야 한다”며 “국가는 우선 서민들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지, 용역을 앞세우고 예산을 퍼부어서 노점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시민들의 불편 때문에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생존의 권리와 시민이 겪는 불편을 동급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저소득층이 먹고 사는 문제를 시민들의 통행 불편보다 낮게 보는 것은 올바른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용역을 앞세워 행정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관청은 쫓는 자이고, 하루살이처럼 길거리에서 벌이를 해야 하는 노점상은 쫓기는 자이다. 전국적으로 매일 되풀이되는 소모적인 추격전, 다른 해법은 없는 것일까?



댓글 1

  • Profile

    강인구 ^o^

    2007.10.22 15:46

    해법이 있고 없고는...

    결국 아는 것과 행해지는 것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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