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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어제
  • 조회 수: 1852, 2007-07-20 16:40:29(2007-07-20)
  • 회사 식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한 친구가
    “비도 오구 꿀꿀한데 차타고 나가서 맛있는거 사먹어요~” 그러기에
    한차에 거의 꾸겨서 타고는 10분 쯤 가면 있는 닭요리집을 갔습니다.
    아 뭐 닭 잘먹었다... 맛있어서 죽는 줄 알았다....  이런 얘기 할려고 하는건 아니구요...
    잘 먹구 나와서 다시 차에 몸들을 우겨 넣고 회사로 가려고 하는데 차들이 얼키고 설켜서
    가지를 못하는거예요...
    “모야~ 사고난거야?”부터 “기사양반~ 빨리 갑시다~” 까지 차 안이 잠시 시끄러웠습니다.
    그 때 이 동네 사는 막내가 하는 말...“애들 귀가 시간이라 그래요. 학원 차.. 엄마들 차가
    한꺼번에 왁~ 몰리거든요...“ ”.....“ ”.....“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니 캄캄한 밤도 아니고... 멀리 걸어가는 것도 아니고...  차도 인도 다 구분되어 있는데
    비좀 온다고 이 난리면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키우겠다는거야?!“
    “.......”  조용합니다.  뭐 자기들도 저런다는 얘기이겠지요....


    아이들 등교 환경이 그렇게 나빠졌나요?

    우리 세대의 어린 시절을 요즘 아이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잃어버린 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떤 인간을 만들어야 훌륭한 교육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초등학교 시절을 되 돌아
    보면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는 학원이라는 데를 안 다녀 봤습니다. 직장 생활하면서 회사에서 돈 대준다니까
    서강대 어학당 한학기 다닌게 제 학원 경력의 전부입니다.^^
    또 숙제도 별로 없었구요...  있어봐야 한 30분 정도 집중하면 다 할 수 있는 그런 숙제
    였지요...
    그러니 학교 수업 시간 이외의 시간은 당연히 노는 시간이었습니다.
    방학은 완전 캡짱 노는 시간의 연속이었구요...  지금도 그 시절의 방학을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벌렁합니다.  놀아야할 것이 너무 많았거든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를 가리지 않고 놀 것이 지천에 널려 있었습니다.
    노는 것 때문에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매일 누나들이 동네를 한바퀴 휘젓고 다니며
    “인구야~ 밥먹어~”를 목이 터져라 외친 다음에야 끌려 들어가곤 했으니까요...
    추억의 놀이들을 한 번 나열해 보면...

    여자아이들과 같이 하는 땅따먹기/고무줄 넘기/술래잡기/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공기/
    용화/다방구/신발숨기기 부터 해서 구슬놀이인 뎅구치기/쏭/양발로 구슬을 잡아서 가까이
    놓거나 맞추거나 하는 건데 놀이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것도 있고... 홀짝/으찌니쌈/딱지
    놀이(계급장으로 따먹는 놀이인데 네모난 딱지였었어요..)/방석딱지치기(이거 땜에 집에
    종이가 안남어났죠...)/말뚝박기/자치기/십자가이상/시계불알/껌딱지따먹기... 겨울이면
    썰매타기(모두들 직접 만들었습니다)/팽이싸움(총알 구하러 많이들 몰려 다녔습니다)
    쥐불놀이/칼싸움/말자까기/연날리기/칡뿌리캐기/새총만들고 새잡기.... 여름이면 물놀이/
    (교동에서 서호나 조개정방죽까지 걸어가서 하루 왼종일 놀고 컴컴해져야 집에 들어옵니다)
    고기잡기(수원천 매교동에서 비행장까지 소쿠리 하나가지고 훑습니다.^^ 정말 재밌어요..^^)
    메뚜기잡기/잠자리, 매미잡기(아침나절에는 거미줄 걷은 걸로 잡고 오후에는 풍성한 싸리
    나무로 잡습니다. 암놈 한 마리를 묶고서는 흘레쳐서 말이죠..)...  
    동네에는 세네살 아래 위로 터울들이 모두 한 무리가 되어서 놀곤 했습니다.
    당연히 하루도 안 빼놓고 싸우고... 깨지고...  피 나고... 집에 가서 혼나고...  가끔 엄마들도
    싸우고...   그렇지만 하루만 지나면 또 모여서 재미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번에 아버지한테 두 번 혼났다고 했잖아요...
    그 한 번의 사건은 이렇습니다.
    우리 동네 살림살이가 제 기억엔 한 집만 빼고 다 그만그만했었어요...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 제대로 지은 기와집에 가물가물 하지만 계급이 꽤나 높은 군인이
    살고 있었고 그 분의 어머님이 그 집의 존장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분을 호랑이할머니라고 불렀렀지요...  
    동네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고 문전옥답이 아니라 문전옥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집
    앞 마당이 우리 동네꼬마들의 놀이 공간이 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시끄러우니까 할머니는
    늘 신경질을 부릴 수 밖에 없었고... 뭐 그런 관계이었지요.
    겨울로 접어드는 초입이었던가로 기억되는데 그 문전옥전에 배추를 심어서는 속이 오르기
    시작해 짚으로 몸뚱이를 묶어 놓았는데...
    제가 뭘 잘 못 먹었는지... 미쳤는지... 친구 수균이란 놈하고 이인 일조가 되어 소놀이(그냥
    이름만 붙이면 놀이가 되는 겁니다^^)를 하면서 그 문전옥전에 김장 담글려고 애틋하게
    키우던 그 알토란같은 배추의 알토란을 모조리 망쳐버렸습니다.
    고갱이라고 하죠.. 배추 맨 가운데 연노란 새싹 말입니다....  손을 쑤셔 넣어서는 그 고갱이
    만 죄다 파먹었어요..  백포기도 넘는것을... 두 놈이요...  그리곤 걸려 버렸지요...
    .
    .
    뒤지게 맞았습니다.    

    또 샜군요... 된장 --;;

    아무튼 저는 유년시절에 공부한 기억이 없습니다.
    어떻게든 시간만 나면 놀려고 머리를 굴렸던 기억 밖에 안납니다.

    혹시 제가 어릴 때부터 노는 걸 멀리하고 열공 했으면 지금 엄청나게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는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요?

    요즘 아이들은 다들 학원 다니고 그것도 두 세 개씩... 학교 공부에 충실하고... 그러니..
    아마도 다들 사회의 부유한 리더가 되겠지요?^^

    아니라구요?
    그저 뒤처지면 어떻게 될까 염려되어 시키신다구요?

    그거나 저거나... 궁뎅이나 엉덩이나 아니겠습니까?

    저는 우리 아이들이 유년시절을 그저 놀고(함께 어울리며!!)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쉬엄쉬엄 기초 공부만 하면서요...
    그러다가 청소년이 되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이 보여 주고요...
    물론 그 꿈은 세상이 제시하는 밟고 올라서야 이루어지는 꿈이나 많이 가지므로 해서
    충족되는 꿈이 아닌...  함께 사는 사람들을 이롭게 하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자존하며
    자유할 수 있는 그런 꿈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청년기가 되면 스스로 그 꿈의 완성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는...  건강한 사회의
    한 일원이 되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도 우리 한나를 잘 키웠다고는 말 못하지만 벌써 고2나 되었네요...
    한나에게 이런 저의 생각을 얘기하고 동의를 구하지만 마음 한편에 동일하게 우리 한나가
    뒤처지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음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무엇이 올바른 교육인지 잘 알면서 이 사회가 끌고 가는 큰 흐름에 할 수 없이 끌려들어
    허덕이는 우리 부모들의 군상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구요...
    .
    .
    .
    교우님들...
    .
    .
    어떻게 해요...?
    Profile

댓글 4

  • Profile

    김종현

    2007.07.20 18:43

    공감합니다..
    베드로씨 덕에 어린시절의 추억이 새롭군요.
  • 마리스텔라

    2007.07.20 22:18

    사실 비가 오는 날이면 평상시보다 아이등교 시간에 더 걱정을 하게 됩니다. 민주는 걸어서 가는데 비가 오면 차를 태워주려하는데 오히려 민주가 싫다고 거부를 합니다.저 역시도 때로는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여러가지 생각하게 하네요. 그런데 우리 어렸을때 놀았던 놀이를 어쩌면 그렇게 많이 기억해내시는지 ... 한참을 웃었답니다. 어린시절 공기놀이
    하느라 저녁먹는것도 잊을 만큼 집중했던 저를 떠올리며 잠시 추억속으로 빠져봅니다. 그립네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 지금의 아이들도 나중에
    이런 추억이 있을 런지....아이를 키우는 저를 반성하게 하는 글입니다.
  • Profile

    강인구 ^o^

    2007.07.21 22:57

    체스카가 "당신 거짓말이야." 하길래 "뭐가?" 그랬더니
    "당신 학교 다닐 때 과외 했다며.. 어머니가 다 얘기하시드만..."
    .
    .
    예~ 저 중학교 때 한번 고등학교 때 한번 그룹과외 받았습니다.
    싫다는 걸 엄마가 억지로 시켜서요...^^

    그러나 제 얘기는 유년시절의 이야기라는 걸 밝혀둡니다.
    초등학교 때는 그저 놀기만 했어요.^^
  • 김장환 엘리야

    2007.07.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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