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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사랑합니다.
  • 조회 수: 1443, 2007-06-20 13:44:48(2007-06-20)
  • 어제 저녁 요셉회장의 GGE에서 셀 소위원회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11시 반이 넘을 동 말 동합니다.
    불 꺼진 거실에 홀로 들어와 스위치를 올리니 죽어있던 카펫과 가구, 나무들이
    질세라하고 저마다의 색깔로 자신들을 드러냅니다.
    “안녕~” 한 마디 해주고는 시간이 늦었기에 서둘러 씻고 잠자리에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소파에 앉습니다.
    갑자기 허전한 느낌이 몰려옵니다.

    그저께 체스카가 언니네 갔거든요... 오랜만에 놀러가서 하루 자고 온다구요...
    그래서 흔쾌히 그러라고 했고 그날 저녁만 해도 아무런 감정이 없었는데...
    오히려 약간의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였는데... (퍽~*)
    어제 회사로 전화가 왔어요.
    “여보~ 나 하루 더 있다 가면 안돼?” “어? 왜...” “언니가 어쩌구저쩌구온김에
    이러쿵저러쿵...응?응? 안돼?“ ”그래... 그렇게 해... 내 걱정 말구... 어차피 오늘
    회의 있어서 늦게나 올텐데 뭘...“ 뭐 이러면서 어영부영 하루 더 예정에 없이
    혼자 지내게 되어버렸습니다.

    어제와 별반 틀려진 게 없는데 오늘 왜 이럴까 생각해 보니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는데 오늘은 ‘마음에 준비가 안 된 홀로됨’ 이란 것이었습니다.
    ‘야~ 이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  아하~ 이게 외로움인가보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갑자기 들어온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저를 막 몰고
    가서는 ‘내가 홀로 된다면...’ 이란 가정에 까지 데려다 놓는 게 아니겠습니까?
    .
    .
    앉은 채로...
    5분...
    10분...
    TV도 안 켜고...  지나가는 전철이 레일을 긁으며 내는 소리도 멀게만 들리고...
    바라보이는 시계의 분침이 멈춰 서 있는 듯 느껴지는 정체감...
    그 정체감이 내 귀를 먹먹한 이명으로 가득 채우고 세상 소리들이 사라져 갈 때...
    불을 켬으로 생명을 얻어 저마다 자신을 드러냈던 거실 공간의 색깔들이
    의미를 잃고 다시 흑백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에 언뜻 놀라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나이 먹어서 그런가?  단순한 상실감이 주는 허전함일까?
    편하고 익숙한...  늘 언제나... 그 자리에서... 당연히 나와 함께 있는...
    .
    아내가 없어도 똑같은 일을 합니다. 먹고, TV도 보고, 책도 좀 보다가 기타도 치고...
    시간되면 씻고 자고.... 또 일어나고 씻고, 입고, 먹고, 약 챙기고, 출근합니다.

    그런데 예고된 하루는 아무 문제없이 했던 것이... 준비 안 된 하루는 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한 걸까요...
    왜 허전한 감정 가운데 아내의 빈자리는 곱하기 100배 만큼 클까요...
    만일 이게 하루가 아니라 꽤나 긴 시간을 이렇게 해야 한다면 나는 이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아니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누구말 대로 ‘네가 나에게로 와...  어쩌구..’ 처럼 무슨 의미를 부여하자는 건 아니지만...
    오늘 예정 없는 하루의 혼자됨이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아니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나로 아내를 만나게 하심과 가정을 이루게 하심과 한나를 보내 주심을요...
    무엇보다도 이 작은 공동체 안에 사랑이 풍성하기를 바라시는 주님의 마음을요...
    일상의 반복과 미친듯이 굴러가는 세상의 격한 흐름 가운데 혹시나...  어쩌면...
    중요한 것을 잊고 세상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비교하며 껍데기만을 바라보며 뛰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니? 하는 주님의 마음을 또한 느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 하는 찬양을 흥얼거리며 감사한 가운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1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
    .
    점심을 후딱 해 치우고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어제 밤의 그 외로움을 통해
    교우님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요...
    관계 안에 연합함이 없는 사역은 껍데기 일 수 있다는...
    그 연합함의 주 성분이 사랑이라는.... 것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사랑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소용도 없다는 바울의 고백이 오늘 저의 고백이
    되어  먼저 내 안에 사랑 없음을 고백하구요...  혹시나 제가 사랑없이 내 뱉은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지체들이 있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_ _)

    제가 훌륭한 인격자가 아니어서 성품이 거칠고  아직 주님을 잘 알지 못해서 항상
    뒷북이지만  그래도 나누라고 등 떠미시는 그 분에 의지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 제자 교회 공동체가 모든 일과 상황 가운데 열심히 달려가지만 순간 순간 멈추어
    서서 함께 하는 지체들을 사랑으로 바라보기를 우리 주님께서 바라신다는 것 하구요...
    지체들에게 허락된 가정에서도 동일하게 그렇게 하시기를 바라신다는 것입니다. ^^

    교우님들,

    한 주간의 남은 날들 승리하시구요...  주님 사랑주시기를 구하며...
    .
    사랑합니다.  *^^*
    Profile

댓글 6

  • 김장환 엘리야

    2007.06.20 15:06

    ㅜㅜㅜ
    너무나 아름다운 글!

    피터님,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 김영수(엘리야)

    2007.06.20 18:21

    베드로는 참 착한남편, 훌륭한아빠, 멋진직원, 맑고고운 심성의 교우, 진짜순종하는 종. I'm very proud of my friend Peter Kang !
  • Profile

    강인구

    2007.06.21 09:12

    과분하고... 송구하옵니다.^^;;

    어른이 신작 동화를 하나 써 보지요...

    서울 한남동에 가면 아직도 무허가로 영업하는 외국인 전용 바가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그냥 주택처럼 생겼다네요.
    그런데 이 바에 꽤나 유명한 라이브 밴드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그 밴드의 리더 이름이 글쎄 피터였다지요? 아마?
    어느덧 소문에 소문이 나서 매니아들 사이에는 그 곳에 한번 가서
    밴드 바로 코 앞에 앉아 그 강렬한 비트를 온몸으로 느끼고
    마음을 긁어대는 피터의 파워 넘치는 보이스를 직접 느껴 보는 게
    소원이래나 뭐래나 하는 나눔들을 하고는 했었답니다.
    웬일인지 이 외국인 전용 바가 가끔씩 내국인에게 오픈될 때가
    있었는데 그럴짝시면 업소 측에서는 질서 유지를 위해 미리 한정된
    인원에게만 입장할 수 있는 암호를 부여하고 그 사람 외에는 입장을
    시키지 않는 횡포를 부리고는 했었다지요. ^^
    머리수를 세기 위해 A부터 Z까지 번호표를 준 다음 회수하면서
    질문을 하나 하는데 그 대답이 문을 지키는 기도 마음에 들어야
    문이 열린다는... 아주 후지고.. 고리타분한... ㅠ
    줄을 쭉 서고는 어떤 사람은 들어가고 어떤 사람은 매정하게
    짤리기도 하는데 그러면 울고 불고 난리를 쳐대지만 업소 측에서
    나온 깍두기 엉아들이 반짝 들어서 어디론가 치우시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드디어 차례가 되었어요.
    똑똑.
    쪽문이 철컥 열리며 어두운 문 저 편에서 충혈된 두 눈이 묻습니다.
    “누구야!”
    “나 L이야”
    “왜 왔어!”
    “나 피터팬이야”
    .
    .
    덜컹 문이 열리고 보무도 당당하게 입장했다는... 퍽~*
    .
    .
    .
    .
    엘리야 두분이 사이좋게 넘치는 말로 답글 달아 주심에 감사하며...
    요즘 그렇게 뜬다는 썰렁 개그였습니다.^^

    -끝-
  • 김영수(엘리야)

    2007.06.21 13:18

    Oh yes! I'm Peter fan.
  • 마리스텔라

    2007.06.21 22:30

    사랑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고...
    저도 오늘 형제님의 글을 읽고서 아이들과 아빠를 위한 기도모임시간에
    고린도전서13장을 읽고 서로 나누고,기도했답니다.

    이 시대에 그 무엇보다 흔하게 말하는 사랑.. 그런데 우리 안에 진정한 사랑은 얼마나 있을 런지...

    저도 공동체안에 진정한 사랑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기에 우리 교회안에서 사랑이 넘쳐나서 세상가운데로 흘러 가길 기도합니다.

    사막이 아름다운건 ,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다.이 글처럼 교회가 아름다운것은 지체간에 진정한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 안응식

    2007.06.22 21:46

    요즘엔 자주 못들어 와서 소식에는 형광등이네요.
    베드로님의 끈질긴(?) 글솜씨에 경의를 표합니다.
    '게시판의 낙낙장송'으로 닉 네임도 붙여 드리고 싶습니다.
    퇴직하시면 부부작가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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