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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이 넘어 가면...
  • 조회 수: 1264, 2007-06-08 12:05:19(2007-06-08)
  • 이 한 주간 사이버 상에서 생활 나눔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아무 생각도 없이...  뭐 이러 이러한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감동도 없이 그냥 그렇게
    머뭇거리는 독수리들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혹시 우리 공동체의 풍성한 나눔을 기대하는 저의 마음을 괘씸하게 보시고
    슬쩍 지나가는 것처럼 나눌만한 주제를 던져 주실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저주저하며 혹은 어영부영하며 줄 수를 메꿔 나가고 있습니다만... ^^;;
    .
    .
    .
    제가 어렸을 때 얘기를 하나 더 해드릴까 싶네요...

    초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인가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씩 꿈에 나타나서 제 호흡을 거칠게 만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겨울방학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라 굉장히 추웠던...  그 시절에는 정말 추웠었지요...
    손에 물기가 있는 채로 철로 만들어진 손잡이나 그릇들을 잡으면 쩍쩍 붙었으니까요...
    물이란 물은 다 꽝꽝 얼었었구요.... 요즘처럼 온화한(?) 겨울이 아니었었습니다.
    마루바닥으로 찬바람이 횡행하던 교실에는 쇠난로가 있었고 아침에 당번들이 월동용
    창고에 줄을 서서는 장작과 조개탄을 한양동이씩(생각해 보면 그 때는 양동이라는 말도
    몰랐었습니다. 다들 ‘빠께쓰’라고 하지 않았나요?^^) 받아 오게 되어 있었어요.
    이게 또 나름대로 전쟁이라 빨리 가서 줄을 일찍 서면 좀 많이 받아 올수 있을 뿐 아니라
    가끔씩 소사아저씨의 장난인지... 늑장부리는 아이들에 대한 경계인지 한 반 정도는 꼬리를
    잘라 버리는 무시무시한 횡포(?)도 있었기 때문에 그 칼바람... 꽝꽝 언 교사 뒤편 길을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창고 앞에 나래비를 서고는 호호거리며 손을 녹이거나 시려운 발을
    동동거렸습니다.  
    대부분 감기와 영양부족으로 누런 코를 양코에 달고 훌쩍이면서 말이지요...^^

    당번을 남녀 1명씩 두 명을 두었는데 나와 같이 당번이 된 여자 아이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납니다. 좋지 않은 기억이기 때문에 잠재의식 속에서 애써 지웠는지도 모르겠구요...^^
    얘가 저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좋았어요.  그런데 동작이 좀 느렸었지요... (뭐 대부분
    여자들이 엉덩이가 무겁지만서두...퍽~ *)
    제가 급우들을 따뜻하게 해 주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마음이 급할 때 얘는 전혀 당번
    으로서의 책임감을 못 느끼는 것 같은 행보로 느릿느릿 걸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당시에는 남녀사이에 손을 잡는다던가 하는 행위가 터부시 되던 때라 손을 잡고
    함께 뛰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제가 그 아이의 옷을 잡아끌었는데 그만 얘가 미끄러운
    얼음길에 중심을 잃으면서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얘가 거의 깡패였던 겁니다. 물론 여자 입장에서 자기 탓도 아닌데 엉덩방아를
    찧는 쪽팔리는 일을 당했으니 화도 많이 났었겠지만  어떻게 저를 넘어뜨리고 내 위에
    올라타서는 죽빵(?)을 돌리는 야만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어떻게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신없이 맞다가 주먹이 안 날라 오길래 눈을
    떳더니만 코피가 흐르는지 비릿한 맛이 목구멍으로 넘어오더라구요...
    계집애한테 맞는다는 게 너무 창피하고, 많은 애들이 둘러싸서 보고 있다는 게
    또한 너무 쪽팔려서 에라이 한바탕 울어나 볼까 하는 순간...
    제 위에 올라 탄 애가 저를 보며 말을 합니다.  “ 유감있어?”

    멀뚱멀뚱...

    나오려는 울음을 멈추게 만들고, 맞아서 쪽팔린 것 보다 더 엄청난 메가톤급으로
    저의 마음과 이성(?)을 마비시키는 일이 있었으니...  제가... 그... 단어의 뜻을...
    모른다는 거 였습니다. ㅠㅠ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교 2학년 짜리한테 어려운 단어임에는 분명하지만  어쨋던
    ‘유감있어? 유감있어? 유감있...’ 짧은 시간 환청처럼..  메아리처럼.... 제 머리 속을
    맴도는 데...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하는데... 그 상황에서 어디다 물어 볼 수도 없고..
    모르면서 ‘응’이라고 할 수도 없고...  둘러 선 아이들이 나를 막 비웃는 것 같고...
    아무도 내 편을 들어 주지 않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울면서 막을 내린 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왜 드리느냐하면
    그 때 형성된 거절감과 부끄러움에 대한 방어 본능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제 안에
    있다는 얘기를 드릴려구요...

    제가 이 공간에서 글로 나눔을 시작한지 어언 3개월이 되어 갑니다.
    저... 솔직하게 약간 부끄럽고요...  거절감도 느낍니다. *^^*
    함께 풍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함께 하시는 분들도 몇 분 안 계신 것 같고...
    제 글에 답글도 별로 안 달아 주시고....
    제가 상당히 제 주관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저를 강하게 보실 수도 있지만
    저도 이런 상황에서 ‘혹시 내가 글 올리는 거 싫어하는 사람 많은 거 아냐?...
    싫어하는 거 보다 더 쎈 표현이 무관심이라는데... 나 관심의 대상이 아닌가봐...‘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는...
    .
    .
    .
    쓰면서 두 가지 마음을 주셨습니다.(역시 다정하시고 신실하신 그 분께서요...)
    첫째는 위에서 처럼 ‘너도 네 마음을 표현해~’ 라는 것 하구요...
    둘째는 ‘너처럼 독불장군인 애도 관심을 못 받으면 섭섭한 마음이 드는데 마음여린
    지체들은 어떻겠니‘ 라는 마음이요...
    .
    한 주가 끝나가는 오늘 주님께서 저와 우리 공동체 안에 서로 살피기를 바라시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기를 바라시는...  우리 마음에 당신 사랑을 담고 서로 세워
    주기를 바라시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주님, 우리 교회 모든 지체에게 주님의 그 크신 사랑을 부어주십시오
    Profile

댓글 4

  • 김진현애다

    2007.06.08 12:51

    '주님은 신실하고 항상 거기 계시네...... 주 사랑을 뭐라할까' 라는 찬양이 맴도네요. 뭐라할까.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베드로님의 글쏨씨 놀랍습니다. 감사합니다. 뻐꾹 ~
  • 김영수(엘리야)

    2007.06.08 13:28

    본문의 실력이 너무 좋아 괜한 덧글은 초를 칠 것같아 다들 독수리를 아끼는 것이 아닐까요? 수많은 팬들이 있으니 못 먹어도 계속 고 입니다.
    짝!짝!짝!
  • 박의숙

    2007.06.08 18:59

    은근히 베드로씨의 글을 기다리며 하루에 한번은 여기 옵니다.
    너무나 솔직하고 구수한 것이 옆에서 얼굴보며 얘기 듣는 것 같다니까요.
  • 마리스텔라

    2007.06.10 17:19

    몇주간 들어오지 못했더니 그사이 많은 글이 올라와 있네요. 베드로님의 글은 항상 나의 유년시절을 돌아본답니다. 소사아저씨라는 단어가 낯설지않고,입가에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 역시 나이들면 추억을 먹고 사나봐요. 저 역시도 글을 올릴때마다 망설이게 되고 자신없어하면서 가끔 필(?) 받을때만 올린 답니다. 언제나 보이지 않게 베드로님의 글을 기다리는 팬이 있음을 기억하시고, 화이팅입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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