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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오늘...
  • 조회 수: 1831, 2007-05-08 11:25:01(2007-05-08)
  • 어버이 날입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어머니날이 더 익숙하군요...

    ‘나아 시일 제에 괴-에-로움 다 잊으시고-오...  기-르실제 바암낮으로 애-쓰던 마음....
    지인자리 마른자아리 다 갈아 뉘시며...  소온 발이 다아 닳토오록 고오오생 하시이네...
    하아늘 아래 그무엇이 노옾다하리오....  어머님의 희이이생은 가아이 없어라....‘
    .
    .
    엄마가 전화를 안 받으시네요...
    아니면 못 받으시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근년에 부쩍
    귀가 어두워 지셨습니다. 당신 방에 계시면 받지만 손주들 돌보시느라 딴방에 계시면
    잘 못 들으시거든요...

    우리 세대 대부분이 비슷하리라고 보지만 저는 ‘아빠’라는 호칭을 한 번도 써 보지
    못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누구처럼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하고 어쩌구...’ 뭐 이런 건
    절대 아니구요....^^  <엄부자모>라는 말이 있듯이 아버지는 가까이하기에는 조금 먼 당신
    이었다고나 할까요....  항상...  언제나... 그 자리에... 든든한 버팀목이고 날 위해서는
    목숨도 주실 분이란 것을 알지만 자자란 사랑을 나누는 관계는 아니었던....
    모르겠습니다.  비교적 일찍(고교2년) 아버지를 여위였기 때문에 제가 훈육받을 시기에
    보았던 아버지가 저에겐 아버지 모습의 전부라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요...  

    아버지와 함께한 18년... 그 중 기억에 없는 유년기 6년을 빼고 12년 간 딱 두 번
    아버지가 저에게 매를 드셨는데요... 저는 그 매를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알았습니다.

    10살 초등학교 3학년 때 였던 걸로 기억하는 데...
    저희집이 교동인지 세류동인지 왜 중국학교 있는 그 동네에 살 때였습니다.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 갈 무렵 그날도 비가 참 많이 온 오후의 끝자락에 제가 동네
    개구쟁이 친구들과 물싸움을 하고 놀다가(그 땐 다 흙길이어서 그 길위로 빗물이
    흘러 내렸는데 중간 중간 물막이를 하고 그걸 터트려 아래쪽 물막이를 휩쓸어 버리는
    아주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놀이였습니다.) 위 쪽에 물막이를 터트린 친구(아! 기천입니다.
    박기천이... 동네에 있는 절간의 대처승의 아들...)가 내가 막아 놓은 물막이가 터지지
    않자 그만 고무신 발로 내 물막이를 허물어 뜨리는 반칙을 저질렀고 욱!~ 한 제가
    한 대 치고 뭐 그러다가 진흙을 뭉쳐서 서로 던지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절간 주인 아들이라 그 절에 깃들이고 살던 식솔들의 아이들이 모두 기천이 편이
    되었고 제가 상대적으로 열세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쫒겨가게
    되었는데...

    그 당시 아버지는 아내(저에겐 어머니죠? ^^ 제가 8살 때 돌아 가셨습니다.)를 오랜
    병간호 끝에 잃은 슬픔을 추스르시고 집을 새로 지으시는 막바지 였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에게도 전환점이 필요하셨던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로는 흔치 않은 2층 양옥집...  남향을 바라보는 전면은 타일을 붙여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대문이 난 길 옆에 장독대를 거쳐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 난간이
    있고 그 벽은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칠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으로 피해갔으면 끝났을 일을 장독대에 올라가 기천이 패거리들을
    약 올렸었던 것 같아요.  진흙 덩어리들이 휙휙 날라왔습니다. 붉은 흙탕으로
    뭉쳐진....   그 하얀 벽... 어제 일꾼 불러 마감한 그 하얀 벽이 그만...

    어느 순간 날아오던 진흙이 안 날아 오고 갑작스런 적막함에 주위를 돌아보는 순간...
    아! 거기에 아버지가 서 계셨습니다.
    오줌을 지릴 뻔 했습니다.  산길에서 호랑이를 만나도 아마 그렇게 쪼그라들진
    않았을겁니다. “인구 너 이눔으 자식!  일루와!!” 하시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고
    다리가 후들 후들 주저앉을 것만 같았지요...
    그 때 아버지가 몽둥이를 하나 집어 드셨는데 그 걸 보고 하늘이 캄캄해 졌습니다.
    집짖는 공사의 막판이기 때문에 마당 여기 저기에 공사 자재들이 마구 벌려져
    있었고 이층 슬라브를 받치던 버팀목에 덧댄 각목을 뽑아 놓은 것이 아버지 손에
    잡힌 것이었습니다.  굵고 날카로운 못이 대여섯 개가 삐져나온...  
    다가와서 그 억센 손으로 제 어깨죽지를 잡는 순간 이렇게 죽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많이 맞았습니다.  글쎄...  잘 기억이 안 나는군요...

    훌쩍.. 흐흐흑... 뭐 그러다가 아버지에게서 놓였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그 자각과 함께 “뚝!하고 가 씻어...” 라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더군요...
    비척비척 일어나서 우물가에 펌프질을 하고 대야에 물을 받아 계속 흐흐흑 거리며
    닦는데  그제야 알았습니다.

    맞은 곳이 화끈거렸지만 어디 한 군데도 긁힌 데가 없다는 것을요...
    못에 찔린 자국은 더더욱 없었구요...

    안도감이었을까요 아니면 어린 나이였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보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제 울음이 좀 더 커졌나 봅니다.
    “뚝! 못해~  사내자식이 그깐 일로...”
    .
    .
    .
    엄마 얘기 하려다 이상하게 아버지 얘기를 하게 되었네요.
    .
    .
    오늘 가슴 아프게 아버지가 보고 싶습니다.
    Profile

댓글 9

  • Profile

    강인구

    2007.05.08 11:29

    제 육신의 아버지도 저를 그렇게 사랑하셨구요...

    저를 만드신 하느님 아버지도 저를 훈육하시지만
    결코 상하게 하지 않으시는 분임을 제가 압니다. ^^
    .
    .
    우리 엄마 얘기는 나중에 해 드릴께요...
    정말 좋은 우리 엄마.... 왜 전화 안 받으시는 거야... *^^*
  • 김은미

    2007.05.08 17:00

    마음이..짠..하네요...^^ 저도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 Profile

    김바우로

    2007.05.08 21:31

    허어... 눈물이 다 찔끔나네...
    나두 울 아부지 보고잡다. -.ㅜ
  • 전진건

    2007.05.09 08:04

    답글을 안 남길 수가 없네요. 게시판에 들어올때 마다 베드로 교우님 글 참 잘 읽고 있습니다. 부창부수 란 말 이때 쓰는 것 맞죠.. "가슴이 참 따뜻한 분" 이시지만 "펜도 참 따뜻한 분" 이시네요. 예나는 참 좋은 아버지를 두셨네... 우리 모두도 그렇죠? 글 감사합니다.
  • Profile

    강인구

    2007.05.09 09:24

    며칠 지났지만 부제 서품을 축하드립니다. 전부제님~^^
  • 다니엘

    2007.05.10 01:10

    저희 아버님은 욱군 상사 출신이라 저는 참 매를 많이 맞았내요...하지만 나이 드신 후로는 저에게는 정말 좋은 친구(?)로 저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제가 고3 때 물어 봤어요...저를 왜 때렸는지요.....그 때 하시는 말씀이 성격이 급해서....그랬다구요.........
    근데..제가 요즘 우리 민주를 보면 제가 꼭 우리 아버지처럼 급하내요.....
    참 속상해요.....
    기도합니다..... 하나님을 우리는 기다려 주신다는 사실을....
    저도 우리 민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것을.....요....
    토요일에는 아버지를 뵈려 가야 겠내요.....참 보고 싶내요.....
  • 김영수(엘리야)

    2007.05.10 20:22

    우리 아부지는 한번도 날 때리지 않으셨다.물론 맞을 짓을 안했겠지.
    그래서 나도 우리 아이들을 한번도 안 때렸다.
    아버지 이야기만 하니 아버지날인가봐!
  • 박예신

    2007.05.10 22:31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네요. 아빠라고 부르지 못했던 것에 절대 공감.
    무섭고 엄한 아버지 였지만 , 막내인 저에게만은 잘 해주셨던 아버지....
    결혼하고 제대로 성묘한번 못했답니다. 가끔씩 아버지 생각이 나면 그냥 하늘을 올려다 보곤 왜 그렇게 가셨냐고 원망아닌 원망이 그리움이 되고.설움이 울컥 나의 성대를 자극하고,눈물이.....

    주께서 제곁에 계신 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네요.
  • 김진세

    2007.05.11 09:28

    베드로님 사랑합니다.
    10여년전 별세하신 아버지 베드로가 기억납니다.
    그리운 슬픔, 베드로님의 맘을 통해 저도 지난 시절로
    잠시 여행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의 하늘 아버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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