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입니다.
>
>20년에서 1년 빠지는 19주년입니다.
>뭔가 감탄사를 내뱉어야 하는데 ‘우와~!’는 좀 오바같고, ‘으아~!’는 약간
>김흥국이 같아서... 신부님 잘하시는 ‘와우~!’가 어떨까합니다.^^
>
>축하해 주세요.
>
>제가 한창 때인 30세, 체스카 꽃다운 나이 26세 때 CC(Church Couple)로 만나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우리 함께 걸어요~ 라는 찬양이 절로 나옵니다.)
>
>어제 오후에 양재 꽃 시장에 들려 장미 19송이를 안개꽃인지 작은 솜사탕인지
>모를 하얀 꽃들과 섞어서 바구니를 만든 다음 칙칙이에 금가루 한방 날려주고
>회사에서 조물딱거리며 만든 엽서를 꽂아 놓으니 제법 그럴싸합니다.
>거기에다가 우리 아내 닮은 꽃나무가 있길래 (함소아 라는 나무인데 꽃이 꼭
>연꽃 같습니다. 아이보리 색인데 레몬과 사과를 섞어 놓은 듯한 향기가 나더군요..)
>그것도 하나 사고... 또 하룻만에 이름을 잊어 버렸는데(워낙 어려워요..ㅠ)... 작은
>나팔꽃처럼 생긴 보라색 꽃이 만발한 나무를 보고 이제 꽃망울이 맺힌 같은 놈으로
>또 하나 사고 차에 싣고 집에 왔습니다.
>
>끙끙대며 간신히 현관에 화분을 놓고 꽃바구니만 짠~ 들고 거실을 들어서서는
>“여보~” 하며 체스카를 보는 순간(아파트 장 서는 날이라 저 해주려고 뭘 많이
>샀나봅니다. 바닥에 앉아서 몸뻬같은 체육복 입고 나물 다듬다가 약간 놀란 듯
>조금은 바보스런 표정으로 저를 올려 보더군요...)
>꽃바구니를 내밀며 좀 유치하지만 여보 사랑해~ 라고 말하기가 매우 거시기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대략 상상이 가십니까?
>
>잠깐 약간 당황스러운 듯한 느낌이 몰려 올려다가 그 느낌보다 더 큰 느낌으로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찹니다.
>옷도 대충입고 화장도 한 개도 안한 것 같은 우리 아내...
>손목에 힘도 없어서 타이핑도 힘들어하는 우리 아내가...
>거실 불도 안 켜고 바닥에 주저앉아 나 좋아하는 비름나물을 다듬고 있습니다.
>
>정말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눈물이 핑~ 돌려다가.. 참고는(제가 이래뵈도 남자거든요)
>한마디 했습니다.
>“모야~ 꽃바구니랑 매치가 안되네~...”
>잠깐 둘이서 하하호호 하다가 뭐 어쩌구저쩌#$뽀..#$꼭끌어..$%심도 얕은19금입니다.
>.
>.
>.
>매년 식목일이 결혼기념일이라 그래도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도 다녀오곤 했는데
>올해는 공휴일도 아니고... 거기다가 고난주간 피크타임이라서...
>(어차피 요즘 오누이처럼 오순도순 삽니다. 사순절이지요... 아내는 드라마
>쓴다고 심신이 지쳐있죠... 저는 무릎팍이 다 까져있으니... 이건 뭐...ㅎㅎ)
>
>올해는 조용하게 지내고 내년 20주년 기념일 맞이해서는 제대로 여행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회사에도 미리 예고장 날릴거구요...
>.
>.
>우리 교우님들도 우리 부부 계속 사랑하며 화목하게 잘 살라고 기도해 주시구요...
>또 기도해 주시는 만큼 동일한 축복이 교우님들 가정에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