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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숙인 연극 - 성공회 노숙인 다시서기지원센터 성프란시스대학 (장년 남자 노숙인을 위해 헌옷을 모집합니다.)
  • UN이 정한 노숙자, 혹은 노숙인(Homeless)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집이 없는 사람과 옥외나 단기보호시설 또는 여인숙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② 집이 있으나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③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과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

    이 기준에 따르면 길거리 박스나 지하철 통로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문제로 여인숙, 고시원, 쪽방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 또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군식구 대접을 받으며 친척이나 친구의 집에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도 포함됩니다.

    한 마디로 노숙인은 Home(집, 가정) + Less(없는),  집, 혹은 가정이라 부를만한 곳을 갖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겠지요.

    누구도 '아, 나는 노숙자가 될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며 생활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제가 티비나 신문에서 노숙인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면 안타까움은 들지만, 남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심정인 것처럼, 김혜복(48세)씨도 본인이 노숙인에 속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성프란시스대학의 인문학 과정을 이수하며 자활을 꿈꾸는 그는 오는 12월 18일 오후 7시 대학로 아리랑 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사랑 한번 해보고 싶어요' 공연을 앞두고 열심히 연습 중입니다.

    월셋방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나빠진 건강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남은 보증금으로 월세를 내고, 그 것도 다 떨어지자 가지고 있던 가전 제품이나 가구 등을 팔아 한동안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엔 그것도 끝이 나서 지금은 고시원에서 생활하게 되었다고 김씨는 말합니다.

    같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노숙인 신순경(55세)씨도 IMF 이후 겪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도 잃고 노숙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숙 생활을 하게 되어서 울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것도 운명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 후 담담해졌다고 합니다.

    노숙인의 자활을 지원하는 다시서기센터에 따르면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 가정불화, 가족해체, 건강문제 등의 이유로 노숙자가 된다고 합니다. 많은 경우 불우한 가정 환경과 낮은 학력, 부족한 기술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저에게 만일 부모님의 충분한 뒷바라지와 교육이 없었다면 저도 노숙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그렇겠지요.

    조금 오래된 통계이지만 1998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진료 보고에 따르면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의 60~70%는 술에 의존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는 술을 통해 수치심을 잊고, 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거리노숙인은 일반인에 비해, 3배 정도 우울증 위험도가 높고, 7.9배 정도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 있으며,  4.2배 정도 공포심을 더 느낀다고 합니다. 이 정신적 문제로 인해 간혹 타인에 대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도 생기고, 그 때문에 일반인의 노숙인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지는 것이겠지요.

    이런 심리적 문제를 줄이기 위해 다시서기센터에서는 생활 체육, 철학, 글쓰기 등 여러가지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연극 치료 교실입니다. 실제로 길에서 생활하던 김태헌(28세)씨는 센터에 들어와 공연 연습에 참여한 후 몸도 건강해졌으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연극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연극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는 조은영(39세)씨는 다시서기센터에서 매주 1회 노숙인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질병이나 가족 문제, 혹은 다니던 회사의 운영 문제로 인해 노숙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노숙이라는 것이 영 남의 문제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1년 동안 같이 연극 연습을 하는 동안, 참가자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모습을 직접 보며 그는 연극을 함께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그 보람이 다음 주 월요일 10명의 노숙인 배우들과 함께 일반 무대에 연극을 올리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아프기 전엔 아픈 사람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가난해지기 전엔 가난한 사람의 심정을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누구나 희망을 잃어 보기 전엔 희망이 필요한 사람의 심정을 완전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아프고, 가난하고, 큰 희망이 없었지만, 다시 건강해지고자 하는, 다시 가난해지지 않고자 하는, 다시 희망을 가득 안고 생활하고자 하는 의지만은 누구보다 약하지 않은 노숙인 연극단입니다.

    준비하는 공연 '사랑 한번 해보고 싶어요.'도 이제 사흘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이번 연극의 연출을 지원한 유영길(35세)씨는 보통 일반 연극을 준비할 때에는 관객을 위한 공연이었다고 한다면, 이번 노숙인 연극단의 공연은 관객의 즐거움은 물론 공연하는 노숙인 배우들의 참여와 즐거움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보통 사람과 똑같은 노숙인 배우들의 열정이나 에너지를 많은 분들이 경험하는 공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오늘도 땀 흘리고 있습니다.

    돌아 오는 길, 김혜복씨는 저에게 말합니다.

    "제가 희망을 잃고 있을 때 저를 먹여 주고, 다독여 준 것은 다름아닌 우리 나라, 우리 사회였어요. 제가 받은 은혜는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사람에게 꼭 갚고 싶어요."

    큰 집이나 많은 돈이 아닌, 작은 응원, 작은 꽃다발 하나만을 소원하는 그녀의 무대는 이미 저에게 잔잔한 감동입니다.  


    노숙인 연극단 징검다리의 연극 "사랑 한번 해보고 싶어요"는

    12월 18일(월) 오후 7시 30분

    대학로 아리랑 극장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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