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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글 발췌
  • 조회 수: 1144, 2004-09-12 15:19:38(2004-09-12)
  • 내가 못 박혔던 십자가
    이상규 목사

    십자가의 죽음을 경험하다
    언제였던가. 나는 집 근처 교회의 지하 본당을 기도실 삼아 몇 주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에이든 토저(A. W. Tozer)의 <하나님을 추구함>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기도했다. 읽다가 감동이 오는 대목에 이르면 읽던 것을 멈추고 묵상을 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깨달음을 기도로 바꾸어 갔다. 그러다가 다시 읽어갔고, 그러기를 반복했다. 좋은 시간들이었다. 은혜를 느꼈다. 그러나 그 책의 깨달음들이 어느 한순간 칼을 내 가슴에 겨눈 것과 같이 그렇게 섬뜩하고도 무서운 내용으로 돌변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의 책에서 토저는이렇게 질문했다.
        "예수님의 몸이 찢기심으로 휘장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하나님 쪽에서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우리가 밖에서 머무는데 만족하고는 하나님을 우러러 보기 위하여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그리고 그는 이렇게 답을 했다.
        "그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마음속에 휘장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 이외에 무엇이겠는가? 처음 휘장처럼 걷혀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어서 빛을 막고 하나님의 얼굴을 우리로부터 가리게 하는 그 휘장 이외에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우리 안에서 심판되지 않은 채, 십자가에 못 박혀지지지 않은 채, 부정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타락한 우리의 성품이라는 휘장이다. 그것은 우리가 비밀히 부끄럽게 생각해온 것,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결코 십자가의 심판으로 끌고 간 적이 없는 것인 자기 생명(Self-life)이라는 촘촘히 짜여진 휘장이다. ... 자아는 우리로부터 하나님의 얼굴을 가리우는 불투명한 휘장이다. ...우리는 자아의 죄들을 십자가로 끌고 가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 그 휘장은 살아있는 영적 직물로 만들어진 것이며... 그것을 건드린 다는 것은 아픔을 느끼는 우리 자신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것을 찢는 다는 것은 우리를 상하게 하는 것이며 피 흘리게 하는 것이다. ... 죽는다는 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생명이 만들어진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본질을 찢는다는 것은 몹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십자가가 예수님께 행한 일이었고 십자가가 사람을 자유케 하기 위하여 모든 사람에게 하려는 일이다."
       그날 나는 이 말씀들 앞에서 떨고 있었다. 왜냐하면 토저의 글을 통해 성령께서는 누구보다도 바로 나 자신이 조금도 긍휼히 여김 받음 없이 완전히 찢겨져 죽어야만 할 그 휘장과 같은 존재하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이런 내가 회복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온 우주와 역사 속에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 그러나 그날 성령께서는 어찌하여 이 두려움에 떠는 죄인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 세우셨던가, 평소에 자주 거론했고,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골고다의 그 십자가가 그날따라 왜 그토록 두렵게 느껴지게 하셨던가.
        그때의 내 모습이란 마치 대수술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아이가 그 수술 과정을 생각하고는 공포에 떨며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는 것과 같았다. 한동안 이 진퇴양난의 늪 속에서 허울적거리던 내게 불현 듯 성경 말씀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지 아니하면 아무라도 내게 올 수 없으니..."(요6:44).
        성령님께서 주신 말씀이 분명했다. 나는 나의 의지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골골다 십자가였기에 전심으로 이 말씀을 의지하여 아버지께 절규하듯 간구했다. "아버지여, 제발 저를 강권적으로 이끌어서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박아 주옵소서!"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가 실제로 못박힌 것이다! 교회의 장의자를 두 팔로 짚고 있던 나는 비록 눈에 보이는 못은 없었지만, 나의 두 손이 그곳에 못박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 어떻게 이런 일이....
        이때부터 나는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 있는 자신을 발견urs했다. 어떤 강을 건넌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찢긴 휘장 속에 들어간 것과 같았다. 나는 죽었는데 다른 이가 나를 다스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2:20)라는 말씀은 교리가 아니라 실제였던 것이다.
        ...중략...
        내가 나 스스로의 감정이나 의지로는 결코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없다고 볼 때, 그날 나는 정말 십자가에 죽은 것이 확실했다.
        ...중략...
        나는 그날 나의 손을 주님께 봉헌했다. 이제는 정말 내가 십자가에서 죽었고, 나의 모든 것을 내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신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댓글 2

  • 김장환 엘리야

    2004.09.12 21:25

    아멘, "내가 매일 죽노라"고 고백했던
    사도 바울로의 고백이
    이 밤, 나의 고백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여, 나를 십자가로 이끄소서!"
  • Profile

    강인구

    2004.09.13 10:10

    엄청난 고백입니다.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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