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에 관한 몇 가지 질문들”

김진만(베드로)

1. 성공회라는 명칭

앵글리칸 처치(Anglican Church)를 한국, 일본, 중국 등 한자를 쓰는 나라에서는 모두 ‘성공회’(聖公會)라고 한다. 會는 교회의 ‘회’일 것 같은데, ‘聖公’은 무슨 뜻일까? ‘거룩하고’(聖) ‘공평하여 치우침이 없다.’(公)는 뜻이다. 사도신경에 나오는 ‘거룩한 공회’도 같은 뜻이다. 그렇다면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란 무엇인가? 먼저 ‘거룩하고’를 보자.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받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니까 거룩하다. 성령께서 그 속에 계시고 성령이 지도하시고 보살펴주시니까 거룩하다.

그다음에 나오는 ‘공번된’은 또 무슨 뜻인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며 모든 사람, 모든 지역에 열려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가톨릭’(Catholic)이란 말을 번역한 것이다. 성공회와 천주교, 그리고 정교회가 모두 가톨릭 교회에 해당된다. 성공회를 위시한 가톨릭 교회는 세계 도처에 있는 보편적인 교회이다. 가톨릭 교회라고 하면 유독 로마 교회(천주교)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주장하는 것이 로마 교회의 맹점이다. ‘거룩한 공회’라는 구절이 들어있는 사도신경을 외우고 믿는 모든 교회가 가톨릭 교회일 수 있다.

세계의 모든 성공회는 모(母) 교회인 잉글랜드 교회(영국 교회, Church of England)와 한 가족이어서 세계 성공회를 영어로는 ‘Anglican Church’, 또는 ‘Anglican Communion’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전 세계 곳곳의 성공회를 가리킬 때 ‘영국 교회’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스코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의 성공회는 대한성공회와 마찬가지로 잉글랜드 교회가 아니고 잉글랜드 교회의 수좌 주교인 캔터배리 대주교와 상통관계를 맺고 있는 독립적인 자치교회이다.

‘Anglican’은 원래 잉글랜드, 잉글랜드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지리적, 민족적 의미는 희박해졌다. ‘커뮤니언’(Communion)은 여러 교회가 모여서 이루는 믿음의 공동체, 즉 교단이라는 말이다. ‘앵글리칸 커뮤니언’(Anglican Communion)은 약 1억 명의 교인을 가진 세계 성공회를 가리킨다.

김진만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브리티쉬 카운슬 장학생으로 런던대학 University if College에서 중세 영문학을 수학하였다. 고려대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었으며,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정년 퇴임 후 지난 2013년에 숙환으로 별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