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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래의 혁명
  • 조회 수: 3280, 2014-12-16 14:57:29(2014-12-15)
  • 두 아이가 모두 대학 때부터
    집과 떨어져 자취를 하다 보니
    빨래감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세탁물은 온수로 하느냐,
    세제는 무엇이 좋고
    섬유유연제를 넣은 후에는
    다시 헹구는 지를 물으니,
    에고.. 어디서부터 노하우를
    일러줘야 할 지 숨부터 가빠질 때,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의 안마당

    수돗가 빨래터가 떠오른다.

    누런 빨랫감에
    비릿하고 무른 빨래비누를
    처덕처덕 치대어
    바락바락 비비고 주무른 뒤,
    고달픈 살림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젖고 마르기를 반복해 갈라진 방망이로 

    힘차게 두들기고 두들긴다.
    그것도 성에 안차면 마침내
    잿물을 넣고 폭폭 졸이며 삶아낸다.

    누런 천들이 하얗다 못해
    눈 시린 푸른 빛이 돌고
    단 내를 풍길 때
    그제서야 연탄 불에서 내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구고 또 헹궜다.

    빨래의 혁명 '하이타이'가
    이 땅에 출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묘약같은 파란 가루를
    찬방의 참기름 아끼듯 손을 부르르 떨며
    대야에 따르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낡은 흑백영상 위에 크로즈업된 뒤
    멈춘다.

    "너희는 그렇게 살지 말고
    편하게 살아라. 다 소용없다."
    어머니의 처연한 음성이 귓가를 울리며
    이내 마음시울이 붉어진다.

댓글 1

  • 김영수(엘리야)

    2014.12.16 14:57

    그것마저도 불편하다고 이제는 세탁기에 탈수 건조까지 되는데
    빨래건조대에 너는 것 조차도 성가시니....
    요즘 여자들 참~~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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