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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마누라님들 제위
  • 조회 수: 3639, 2013-12-18 17:15:50(2013-12-17)
  • 공원 길 건널목 앞에
    철따라 먹음직한 과일들을
    트럭에 아기자기 담아놓고
    파시는 아저씨가 계신다
    키가 훤칠하고 기골도 장대해 보여
    왕년에 한 구역쯤 맡으셨을 법하다

    오며가며 과일을 대먹고 있으니
    이제 서로 눈인사도 나누고
    날씨이야기도 가볍게 건네는
    사이가 되었다

    "날이 추워서 장사가 예전만
    못하시겠어요?" 의례적인 말에
    "가을까진 쪼매 벌었는데 지금은
    적자라예~ 추워서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엄고.."
    추워서 진저리 치시는 모습을 보고
    "추운데 조금 일찍 들어가세요"
    안타까워 말 인심을 쓰니,
    "마누라가 뭐하러 일찍 들어오냐고
    야단쳐요~눈치가 보여서 일찍도
    몬 드러가요~"

    아공~
    덩치가 산 만하시고
    왕년에 어깨에 힘 좀 주셨겠다
    싶으신 분이 이게 뭔 소리래유~

    대한민국에서 젤 무서운 이름
    역시 '마누라'네유

    "여보~ 자긴 일찍 들어와~
    밥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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