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아마존 소식
  • 조회 수: 2832, 2012-02-05 19:01:16(2012-02-05)
  • 아마존 안소식22

    어렵게 가져갔던 네 마리의 양들 중에서 한 마리의 양이 독풀을 먹고 죽었다.
    죽은 양의 뱃속에는 세 마리의 아기 양이 있어서 더 마음이 서운했다.
    얼마 지나서 않아서 다른 어미양이 한마리의 새끼를 낳아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바나와에 처음 양을 데리고 갔을 때 강선교사와 내가 양을 보며 ‘양.. 양..’ 하며 말하는
    것을 듣고 바나와 아이들이 그것이 양의 이름인줄 알고 ‘양’이라 똑같이 부르게 되었다.
    바나와에 첫 한국말이 생긴 것이다.

    옆집 싸바따웅의 가족의 저녁 먹는 모습이 딸 네피 손에 들려진 손전등 빛 사이로 희미하게 보인다.
    싸바따웅의 집은 우리 집에서 두 세 발자국 정도 떨어진, 아주 가까이 있어서 기침소리, 말하는 소리, 먹는 소리까지 다 들릴뿐더러 모기장으로만 가려진 우리 집 창 너머로
    지내는 모습이 자세히 보인다.
    처음에는 우리 집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살았었는데 사년 전 여덟 번 째 아이 모세가 뱀에 물려 죽고 나서 집을 새로 지어 옮긴 것이다.

    바나와에서는 가족 중 누군가가 죽으면 죽은 영혼이 살고 있는 집에 머문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살던 집을 없애고 다른 장소에 새로 집을 지어 이사가는 전통이 있다.

    머리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많지 않는 음식을 나누는 싸바따웅 가족의 모습이
    오늘 따라 즐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식사를 마치자 마자 바로 잠자리에 드는 싸바따웅은 한 밤 중에 아들 베뚜와 사냥을
    간다고 한다.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진 것이다.
    제발 큰 동물을 잡아와서 여덟 식구의 배가 만족스러울 만큼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
    다음날 아침…
    세 마리의 원숭이를 잡았다고 자랑하는 베뚜의 웃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좋아진다.

      
      <양과 친해진 아이들 >                       < 우리집 창문으로 보이는 베뚜집>

    내가 살고 있는 아마존의 우기는 보통 10월 말 정도부터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건기가 시작되는 4월까지를 겨울이라 부른다.
    지금은 9월 초인데 비가 오기 시작했고 겨울이 일찍 찾아 온 것이다.
    아마존은 겨울이라고 해도 더운 건 마찬가지이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할 때만 시원하다가 높은 습도와 함께 다시 더워진다.
    강선교사는 조금이나마 시원한 우기를 좋아하고 난 반대로 빨래가 잘 마르는 건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강선교사는 더운 곳 보다는 추운 곳은 좋아하고 난 추운 곳보다는
    더운 곳을 좋아한다.
    이렇게 서로 체질이 다른 부부가 함께 사는것이 신기하다:-)

    성경번역을 하던 어느 날 강선교사는 하루 종일 심심해 하는 아이들을 위해 널빤지를
    다듬어서 구멍을 내고 단단한 끈을 구멍에 묶어 그네를 만들었다.
    우리 집 앞 처마 기둥과 잠부나무에 그리고 교회 앞 망고나무에 세 개의 그네를 달았다.
    유난히 땀이 많은 강선교사의 이마와 등에 땀이 쉬지 않는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그네를 이상하게 여기며 두려워하더니 서서히 그네 타기를 좋아하며 서로 타려고 순서를 기다리며 즐거워한다.
    그네는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잠부나무에 달린 그네에 내 몸을 맡긴 채 마을을 바라 보았다.
    혹 누가 사냥을 해 오지는 않는지…
    혹 어느 집에 연기가 나는지…
    혹 어디에서 고기 냄새가 나는지…
    내 눈과 귀와 코를 세운다.

    아마존에 우기가 시작되면 비가 많이 오면서 뱀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한다.
    청년 마누에우가 독이 있는 ‘꼬로라’ 뱀을 잡아 왔다.
    뱀 종류가 다양한 아마존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독을 가진 뱀들이 많다.
    아나콘다 같은 큰 뱀들이 있는가 하면 가늘고 작지만 무서운 독을 가진 뱀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빨간띠와 검은띠를 두르고 있는 꼬로라 뱀이다.
    ‘자라라까’, ‘수루꾸꾸’ 뱀들도 독이 있어 물리게 되면 하루 안에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데 이 꼬로라 뱀에 물리면 그 독이 치명적이어서 4시간에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전에 한 인디오는 정글에서 쉬다가 이 뱀에 손가락을 물렸는데 즉시 정글칼로 손가락을 잘라 목숨을 지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인디오는 물리자마자 바로 뱀을 죽였지만 본인도 옆에서 죽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정글에서 빠르고 무서운 표범을 만난 이야기다.
    소녀 멜레니가 어느날 여러 명의 친구들과 정글을 다니다가 표범을 만났다고 한다.
    그 때 친구들은 재빨리 다 도망갔는데 혼자 다리가 떨려서 움직이지 못하다가 표범이 달려 드는 순간 기절했는데 마침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총을 쏘아 구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또 한번 표범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용기를 내어 도망을 치는데 때 마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살아 났다고 하며 두 번씩이나 생명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다 무시 무시한 이야기들이었다.
    갑자기 살인적인 더위과 독충, 벌레들이 별거 아니게 느껴졌다.
    어느 한순간도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네 타는 아이들과 강선교사>                <아마존의 꼬로나 뱀>

    여섯 살인 마리아가 손이 아프다고 치료를 받으러 왔다.
    반 정도의 엄지 손톱이 바깥쪽으로 벌려져 있었다.
    벌어진 손톱에 피로 검게 굳어진 것을 보니 오늘 다친 것은 아닌것으로 보였다.  
    다친 엄지 손톱 사이에 피와 함께 검은 때가 보인다. 긴 손톱의 양 손가락도 마찬가지로 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나는 우선 다친 손가락의 손톱을 깍아주고 치료하면서 어떻게 손톱을 깍는지 물어 보았다. 함께 온 마나와 아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니 똑같은 대답으로 입으로 해결한다고 말한다.
    내가 이미 본 손톱사이의 더러운 때가 입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마리아의 손톱을 다 깍고 아나와 마나의 손톱도 차례로 깍아 주었다.
    순간 다른 아이들의 손톱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나에게 또 하나의 섬김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몇개월 전에 큰 물 통 두개를 지붕 가까이 나무 위에 높이 올려 놓고 우기철에 양철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이 우리 집 안으로 들어 오도록 연결하여 수도를 만들었다.
    비가 많이 올 때에는 물통에서 내려오는 수도를 통해 빗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양동이에 받아 설거지를 하고 음식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지난 밤에 많은 비가 왔는데도 물이 나오지 않아 강선교사가 나무위로 올라가 보니
    지붕에서 물통으로 들어가는 연결 구멍에 나뭇잎이 많이 쌓여 있어 물이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낙엽을 치우면서 물 통 안을 보게 되었는데 그 안에도 나뭇잎들이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물통을 내려 청소를 하려고 보니 물통 안에는 나뭇잎뿐만 아니라
    죽은 개구리들 그리고 살아 남은 개구리들, 도마뱀 등 온갖 더러운 것들이 들어 있었다.
    아뿔사 이 물로 마시고 음식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오싹해진다.
    모르는게 약이라더니...  
    우웩!! 토할것 같았다. 그동안 먹은 음식을 다 토해 내고 싶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강선교사와 내 배가 신기하게도 아프지 않고 멀쩡하다는 거다:-)
    어느새 내 뱃속은 건강해진 것일까?

    독일 베르난도 선교사가 사역하는 아마존 빠마리 부족의 마을에서 열리는 인디오 축제에
    초청을 받았다.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부족을 가기에 내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수상 비행기를 타고 강에서 내려 다시 정글 길을 삼십 분 정도 걸어가야 빠마리 마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어제 내린 비로 정글길은 충분히 젖어 있었고 길이 미끄러웠다.
    나는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미끄러움을 피했다.
    내 어깨의 짐이 무거워 보인다고 빠마리 인디오 빠우징냐가 도와주겠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빠마리 부족의 인디오들은 바나와 인디오들처럼 순박해 보였다.

    마을 입구에 환영의 문구가 보인다.
    약 천 명 가까이 사는 빠마리 부족의 마을은 내가 살고 있는 바나와 부족과 느낌이
    달랐다. 빠마리 마을은 기름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사용하는 집도 있었고 물 탱크를
    이용한 수도들이 각 집으로 연결 되어 있어 편리한 시설을 갖추었다.
    그리고 이층으로 지어진 집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오후부터 비가 내리더니 비가 그치지 않는다.
    저녁으로 삶은 계란 한개와 생선 한토막을 얻어 먹었다.
    아침 점심을 대충 빵으로 먹어 무척 배가 고팠던 나는 맛있게 먹을수 있었다.

      
       <인디오 아이들의 환영 춤>                  < 빠마리 인디언 마을의 이층집^^>

    여러 부족들이 이 빠마리 인디오 축제에 참석했다.
    차로 열두시간 그리고 다시 배로 20시간을 타고 이틀 동안 온 인디오들과
    또는 삼 사 일 동안 배를 타고 온 다른 부족의 인디오들... 이야기만 들어도 은혜로웠다.

    수루이 부족 인디오들의 찬양으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단정하게 옷을 입고 찬양을 드리는 모습들이 빛났고 순서 하나 하나 준비 한 손길들이 아름다웠다.
    강선교사는 새벽예배와 오전에 말씀을 전했다.
    남녀 유별한 바나와 부족과 달리 이곳 젊은 청년들은 서로 어깨를 치고 장난도 하며
    남녀가 자유롭게 같이 의자에 앉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무엇보다 손님들을 재워줄수 있는 인디오들의 넉넉한 마음들과 즉석으로 만든 큰 나무 주걱으로 많은 음식들은 준비하여 나누는 섬김들이 귀해 보였다.

      
               <말씀 전하는 강선교사>                        <즐거운 식사 시간>

    위클리프 비행조종 선교사인 제레마야의 아내 쥴리가 임신을 했는데 7개월정도 된 뱃속의 아기가 심장이 약하고 폐가 좋지 않아 치료 차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그동안 선교 센터 내의 재정 일을 해 왔던 쥴리 대신 내가 잠시 그 일을 맡게 되었다.

    우리는 아마존 항공선교단의 수상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른 아침 바나와 마을을 나와
    바나와 강 줄기를 따라 아랫 마을 ‘헷사까’ 를 거쳐 '피랴냐(식인 물고기)'가 많아 불려진 피랴냐 강까지 카누를 타고 나갔다.

    험하게 넘어진 나무들 틈 사이로 배가 지나가기에 자칫 방심하면 다칠 수 있기에
    우리는 긴장을 멈추지 않았다.
    배의 바닥에 몸을 바싹 엎드려 지나가기도 하고
    겨우 배만 지나 갈 수 있을 때에는 나무 위로 올라가 넘어 가야만 했다.
    오랜 세월을 지닌 아마존의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아름답게 보인다.
    무성하게 엉켜진 낡은 나무들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
    이것이 아마존의 매력인 듯 싶다.

      
         <강에 이리저리 쓰러진 나무들>                     <아마존 강의 수상 비행기>

    새해가 밝았다.
    나는 내 나이를 잊고 살때가 많다.
    그래서 나이를 누가 묻게 되면 그때 잊고 지냈던 나이를 헤아려 본다.
    나이를 잘 모르는 아마존의 인디오들처럼 나이를 먹는 것, 한 살을 더 가지는 것이
    크게 다른 것은 없기에 점점 잊게 된다.
    다만 아마존에서 순간 순간 감사하며 느끼는 기쁨이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올해도 주님의 사랑으로 주님을 드러내며 주님을 닮아 가기를 다짐해 본다.

    이천 십이년 새해에
    심순주드림

댓글 2

  • 김돈회

    2012.02.17 21:50

    귀한 내용이네요 감사^^
  • 이숙희

    2012.02.22 18:24

    하나님이신 주님이 낮아져서 우리에게 오셔서 죽어주신 그사랑이...
    문명의 안락함을 버리고 원시인 그곳의영혼들의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게
    하셨겠죠.!!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502 김장환 엘리야 1957 2012-02-24
501 김장환 엘리야 2228 2012-02-24
김광국 2832 2012-02-05
499 김문영 2442 2012-01-31
498 김장환 엘리야 2487 2012-01-18
497 김장환 엘리야 1926 2012-01-09
496 김장환 엘리야 2220 2012-01-04
495 김장환 엘리야 2391 2012-01-04
494 김장환 엘리야 15154 2012-01-04
493 김장환 엘리야 2187 2012-01-03
태그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