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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인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다 해도 ... (퍼온 글) -
  • "엄밀한 의미에서 교회는 일차적으로는 제도가 아니다. 교회는 오히려 같은 영(靈)에 의해서 살아가고 같은 주(主)를 고백하면서 그분의 삶을 뒤따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다." (엘라꾸리아)

    '교회는 제도가 아니다. 공동체이다.' 이 말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교회가 크고 화려하다고 좋은 교회가 아니다. 교회가 볼품없다고 나쁜 교회가 아니다. 물론 교회도 하나의 공간인 이상 가급적 널찍하고 편안한 공간을 확보하려는 목회자와 신자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좋은 교회와 나쁜 교회의 기준을 교회의 크기나 교인들의 숫자에 두는 것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교회의 보물은 주님이다. 성령이다. 교인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드는 대교회라도 주님과 성령이 푸대접을 받는 교회라면 가련하고 문제가 심각한 교회다. 아무리 초라한 개척 교회라도 주님의 뜻과 성령의 인도하심이 존중을 받는 교회라면 축복과 은혜가 넘치는 교회다. 주님과 성령은 사람들의 진심을 보시지 겉모습이나 숫자에 현혹되지 않으신다.

    교회의 보물은 또 있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돈에 욕심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면서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 신자들은 적어도 신앙고백으로는 돈보다 주님을 위에 둔다. 돈의 위력보다는 주님의 은총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삶의 토대와 나침반으로 삼는다. 이렇듯 '같은 영에 의해서 살아가고 같은 주를 고백하면서 그분의 삶을 뒤따르는 사람들'. 그들은 교회의 보물이요 또 세상에서 참으로 값진 보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같은 영', '같은 주'를 모신다고 해도 아직은 온전한 교회가 아니다. 교회의 성숙한 모습은 결국 '공동체'로 귀결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모든 교회가 공동체는 아니다. 사람들이 모였다고 저절로 공동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참된 신앙 공동체는 사람들의 산술적인 집합이 아니라 '같은 영'과 '같은 주' 안에서의 신자들 상호 간의 깊고 진실한 인간적 교류와 사랑과 나눔과 섬김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된다.

    같은 교회에 다니고 같은 직분을 가졌다고 공동체가 아니다.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찬송을 부른다고 공동체가 아니다. 같은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우고 같은 주님을 고백한다고 이미 공동체를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공동체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한때 건강했던 공동체도 자칫 방심하면 병에 걸려 쇠퇴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 교회가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하나 있다. 우리 교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가를 유심히 살펴보면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따스한 시선이 모아지고 그들도 교회의 크고 작은 일에서 소외되지 않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우리 교회가 명실상부한 그리스도의 '몸'이요 공동체라는 증거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뒷전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우리 교회가 영적으로 병들어 있음을 알리는 심각한 경고다.    

    한국교회는 세계 100대 교회들 중에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제도'로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공동체'의 관점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질적 성숙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교회 밖의 사람들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여 교인 수를 늘리는 일에는 극성스러웠지만, 예수의 길(道)을 따르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실질적인 신자들, 진짜 예수쟁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오늘 한국교회는 몸은 비대하지만 신앙의 영혼과 가슴과 머리는 텅 빈 흉측스런 모습이다.  

    2,000년 전 팔레스틴에서 예수가 우직한 황소걸음으로 걸었던 생명 사랑·인간 사랑·민중 사랑의 아름답고도 힘겨웠던 길을 '뒤따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서 한국교회가 명실상부한 예수의 몸된 공동체로 우뚝 서는 그날! 나도 그날을 만들어 가는 작은 일꾼이고 싶다.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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