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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 퍼온 글
  • 끝내 추방 당한 꿈... 미누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 입력 2009.10.24 16:47

    [오마이뉴스 박은영 기자]



      설마하던 일이 어제 일어났다. 지난 10월 8일 단속에 걸려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던 스탑 크랙다운의 보컬 미누(미누드 목탄).

      면회를 갈 때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나타나 바쁜 사람들을 이리 오게 해서 미안하다,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고 애쓰고 있다, 자신의 삶에 후회는 없다, 떠나고 싶진 않지만 혹 자신이 떠나게 되더라도 이번 일을 기회로 미등록 이주자들에 대한 한국정부와 한국민의 관심과 대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자신의 뒤를 이어 새로운 누군가가 이 일을 계속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던 그는 어제(23일) 밤 8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네팔로 떠났다.

      아니, 억지로 끌려서 비행기를 탔을 것이고 멀어지는 발아래의 야경을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그를 면회하면서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니 그의 강제 출국이 더 가슴이 아프다.

      88올림픽의 나라 한국과 그 나라의 남산타워에 반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스물 한 살의 네팔인 청년 미노드 목탄. 관광비자로 들어와 한국의 식당에 취업을 한 이후 가스밸브공장, 김치공장, 봉제공장 등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며 한국노동자들의 현실에도 관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잔업까지 도와주었던 그.

      어린 시절엔 춤을 잘 추었고, 커서 춤꾼이 될 줄 알았던 소년의 운명은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면서 자신도 알 수 없는 회오리 바람속으로 들어섰다.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겼던 미누는 여러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이주노동자 관련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이주민들에게 즐거움, 자신감, 희망, 행복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10년 넘게 한국생활을 해 오던 미누는 2003년 11월 강제 추방 위기를 맞게 되고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농성'에 참가하게 된다. 농성장에서 강제추방 금지의 뜻인 '스탑 크랙다운'이라는 다국적 밴드가 결성되면서 미누는 밴드의 보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각종 공연에 초대받고 한국사회의 다문화의 그림자를 찾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이주노동자 방송 MWTV에서 이주민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한국민과 이주민들 사이의 소통 역할을 하고자 했던 미누. 뮤직비디오 < 월급날 > 의 감독으로, 학교와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다문화강사로도 활동했다.

      '희망의 미래를 위한 소통'은 다문화 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었던 그. 그는 17년 7개월의 한국 생활을 경기도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서 마감해야 했다. 한국에서의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밝게 웃던 파란색 유니폼의 미누.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정을 나누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가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고 자신이 외국인 보호소에 갇혀 강제 추방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병약하신 아버지께서 알게 되어 혹시라도 잘못되면 자신은 평생 죄인으로 살 것 같으니 아버지께만은 알리지 않기로 했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던 그.

      어린 시절 그저 자신의 앞날만을 바라보며 자신을 위해서만 살고 싶었다던 그. 그러나 18년동안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혈육을 등지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준비는 전혀 없이 단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주노동자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를 들었던 그.

      자신의 삶이 여기까지 흘러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던 그. 하지만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던 그. 자신의 일로 한국사회가 장기체류이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그들이 한국사회에 기여한 바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피부색이나 언어, 문화의 차이로 차별받지 않고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동료로 인정받기를 바랐던 그.

      이제 그는 앞으로 당분간 자신의 젊음을 고스란히 바쳤던 한국이라는 제2의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은 그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그의 제스쳐를 기억하고 그의 마음을 기억할 것이다.

      비록 '법'의 이행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사회에서 밀려났지만 그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리라 생각한다. 그의 개인적인 몸부림은 단지 개인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강제추방의 위기에 몰려 있었음에도 원망이나 후회의 마음보다는 지난 삶을 정리하며 앞으로 다가올 삶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던 그.

      그의 그런 모습이 그의 고향 네팔에서도 지속되기를 바란다. 노래밖에 모르고 카메라의 렌즈로 세상을 지켜보고자 했던 그가 18년만에 만나는 아버지 옆에서도 자신의 일을 찾아 굳건히 살아주기를 바란다.

      미누뿐아니라 그동안 강제추방 당했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던 그의 노래와 그의 영상들처럼 여기 남아 있는 우리도, 한국에서 활동하다 강제추방당했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인 미누를 위해 그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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