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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례 여행 2 - 예배, 기도, 전례
  • 주낙현 신부와 함께하는 전례여행 2

    예배, 기도 전례


    이 연재를 시작하며 이미 계획한 순서대로 글 몇 꼭지 초안을 마련하는데 몇몇 쪽지가 날아들었다. 이 연재를 기대하는 바이나 자신의 성공회 신앙생활 내력이 길지 않은 탓인지 첫 글에 등장하는 여러 용어가 여전히 낯설다는 것이었다. 성공회에 꽤 오래 몸담았다는 어느 분도 교회 안에서 혼란스러운 기본 개념부터 확실히 해두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길벗들과 즐겁게 담소하며 걷는 여행이 되려면 사람들이 저마다 달리 이해하는 방식의 근원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는 귀띔도 있었다.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늘 자라온 환경과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신앙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더라도 저마다 신앙 배경과 신앙 교육 환경에 따라서 다양한 생각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교회에는 대대로 성공회 신자가 있는가 하면, 천주교나 정교회 배경을 지닌 신자도 있고, 개신교의 여러 교단에서 자란 신자도 있다. 다른 종교인 혹은 무종교인이었던 신자도 있다. 성공회 전통은 이런 다양한 가지들을 존중하면서도 그것을 지탱해주는 나무의 큰 줄기를 키워왔다. 그런데 줄기보다 가지가 웃자라면 그 가지가 줄기에서 찢어지거나 줄기 자체가 넘어질 위험이 있다. 어떤 분들은 이것이 현재 우리 교회의 문제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정체성의 위기는 이런 가지와 줄기의 부조화를 가리키는 다른 표현이다.


    이런 부조화를 이겨내고 함께 자라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으면서도 한 공동체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 공동체의 신앙 전통이라는 큰 줄기에 자신을 접붙여서 자라는 것과 같다. 큰 줄기는 상처를 내어 자신을 열고, 잘려 나와 역시 상처 입은 가지를 받아들이듯이, 과거의 다양한 배경에서 쓰이던 사고방식이 새로운 전통이라는 줄기에서 서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상처와 상처가 만나 한몸이 되는 것이다.


    예배, 전례, 기도 같은 용어들을 예로 들어보자. 저마다 다른 생각이 있겠지만, 적어도 아래와 같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하면 도움이 된다.


    예배(worship)는 하느님을 향해서 인간이 찬양과 감사를 드리고 표현하는 모든 행동이다. 예배는 사적이거나 개인적일 수도 있고, 공동체이거나 집단적일 수 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예배는 대체로 공동체의 행동이다. 그런데 예배는 아주 넓은 개념이다. 어떤 초월적인 존재나 신비한 힘을 인정하고 반응하는 모든 행동을 포함한다. 이 점에서 모든 종교는 그 나름대로 ‘예배’를 갖고 있다. 굳이 종교가 아니더라도 어떤 경외감을 드러내는 어떤 행동도 예배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기도(prayer)를 흔히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라고들 한다. 이때 그 대화는 사적인 대화일 수도 있고, 공동체적인 대화일 수도 있다. 개신교 여러 교단에서 기도는 개인적인 행위를 가리키곤 한다. 그러나 기도는 공동체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또 말과 언어의 형태가 아닌 기도 방식도 교회 전통에서 그 역사가 깊다. 기도는 모든 예배 행위의 근본 요소이다. 그래서 맥락에 따라 그 뜻이 사뭇 달라지기도 한다. 성공회에서 ‘기도’는 '예배'라는 말과 거의 같은 말이다. 성공회는 하느님과 관계 맺고 그분을 찬양하고 경배하는 모든 행위를 '기도'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성공회의 예배와 전례를 담은 책을 우리는 '기도서'(Prayer Book)라고 부른다.


    전례(liturgy)는 넓은 의미의 예배와 기도를 특정한 공동체 안에 구체화한 신앙적 행동이다. 전례는 항상 공동체의 일이다. 사적인 전례는 없다. 전례의 어원인 ‘레이투르기아’(leitourgia)는 공동체의 의무라는 뜻이다. 전례는 교회 공동체가 공적으로 거행하려고 정한 구조와 본문, 의례 행동에 따라 드리는 예배이다. 전례의 한자어 '典禮'는 문서로 구성한 의례라는 뜻을 잘 표현한다. 그러니 전례는 공동체의 권위로,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고 나누기 위해 교회가 실천하는 공동의 예배이다.


    이 관계를 아래와 같이 단순하게 그려볼 수 있다.

    Fig1.png

    다음 회에는 이런 관계를 머리에 담고, 우리의 신앙과 교회 공동체에서 전례가 어떤 목적과 뜻을 지니고 있는지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위 글은 2011년 "성공회 신문"과  “성공회 신학-전례 포럼”에도 게재되었으며, 필자인 주낙현 신부의 허락을 받아 이 홈페이지에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 이 글을 다른 곳에 옮겨 실으시려면 주낙현 신부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주낙현 신부 블로그 http://viamedia.or.kr

    성공회 신학 전례 포럼 http://liturgy.skhca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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