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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육식~~아 슬픈 육식
  • 조회 수: 2520, 2011-02-19 10:55:22(2011-02-19)
  • 중학교 2학년 일 때다..
    우리집엔 돼지 약 40마리가 있었다.

    육성돈 돼지들은 케이지(돼지 몸만 딱 들어가게 만든 사육공간)에서 집중 비육되고 있었고
    어미돼지들과  갓난돼지들은 그나마 우리안에서 키워지게 만들어진
    전형적인 서양식 축산법이었다.

    그런 가축사육방식이 보편적이었고, 그것이 돼지에겐 슬픔이었음을 난 몰랐다.

    아버진 다른 일에 늘 바쁘셨기에, 돼지 40마리를 키우는 것은 내 몫일때가 많았다.
    학교를 다녀오면 난 돼지우리에 들어가 그 수많은 똥과 오줌들을 수레에 담고담아
    옮기었다.
    코를 찌르는 냄새, 땀으로 범벅된 몸에 돼지들이 싫기도 했지만
    놀랄만한 사실 또한 발견한 것은 그때였다.

    출산을 하게되면 눈을 못뜬 갓난돼지들은 내 차지가 되어
    한 팔로 젖을 잘 못찾는 아기돼지 6~7마리를 깜싸안고
    어미의 높은 쪽 젖을 물려주기도 하며, 아픈 녀석들을 방에 데려와
    함께 밤을 보내기도 하며, 분유병을 물려주었다.


    돼지들은 모두 내 손길을 기억했다.

    더운날 몸에다 물을 뿌려주면 돼지가 웃으면서 (정말웃는다....^..^이렇게~~)
    자기의 간지러웠던 부위를 벽에다 대고 막 문지른다.

    가려운 곳을 막대기로 긁어주면 자기도 긁어달라고 옆 돼지들도 몰려든다.

    시간이 갈수록 비록 육체적으로 힘들어 돼지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했지만,
    정은 쌓여져만 갔고
    혹 팔려가 도축장으로 가는 돼지를 향해 한숨쉬며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혹독한 겨울이었다.
    돼지는 털이 짧고 자체 보온동물이 아니라. 갓난돼지의 경우 보온등으로 마련된
    조그만 방을 따로 마련해 줘야했다.
    갓난 돼지를 놓을 밤엔 온식구가 밤을 샌 적도 여러번이었다.


    아버진 출산시기가 된 어미2마리를 집안일(바람잘날없던 집안일)로 인해
    신경쓰지 못하셨고
    어미돼지2마리는 그대로 케이지에서 새벽녘 출산을 해버렸다.


    난 아침일찍일어나 돼지 밥을 주러 나왔었다.
    아~~
    난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어미 뱃속에서 나온 갓난돼지  (어느동물보다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기돼지들..)
    들이 추위를 못견디고 , 모두 그 자리에서 동사했다.
    약 25마리...
    어미는 제 자식이 나온줄 알면서도
    케이지에 갇혀 어찌할수도 없었다.

    2시간을 울었다.
    동사한 아기돼지들을 플라스틱박스에 주워 담으며, 난 고통스럽게 울었다.
    울면서 한마리 한마리 땅을 파고 묻어주었던
    그 기억~~

    그 일로 그랬는지는 오랜시간이 흘러 모르겠지만
    나에게 돼지를 키웠던 기억은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
    그리고 난 여기 도시에서 살고 있다.
    아내는 육식을 즐긴다.
    나도 가끔씩 고기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두집건너 한집이 고깃집이다.

    구제역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난 아니 가축을 키워본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오직 인간의 달콤한 육식을 만족시키고자 자행되고 있는 온갖 만행을
    우린 알고 있다.
    생매장된 300만마리의 돼지와 소들...
    어떤이는 이를 퇴비로 만들자고 한다.
    퇴비라니.......슬프다..........

    닭은 태어나 1달 뒤 부터
    잠을 자지 못한채 (닭은 불을 키면 잠을 못잔다.)
    오직 케이지에 갇혀
    오직 하루에 두개 계란을 만들기 위해 (원래는 1년에 200개가 정상이다.)
    밥을 먹고 아비도 없는 알을 낳는다.
    사랑도 한번 못한채....
    몇달못가 온 몸에 털이 빠진채 치킨집으로 간다.



    돼지는 흙도 밟아보지 못하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평생을 살다가
    오직 죽으러 가는 길
    햇볕을 보고
    그렇게 케이지에서 온 청춘을 보낸채 죽는다.



    난 육식을 경멸하지 않는다.
    난 비인간적 육식을 경멸한다.
    그러나 나도 그렇게 그런 육식을 지금 여기서 즐기고 있다..
    슬픈 육식

    하나님의 복음은 인간의 회복에 이어 자연계의 회복까지 포함하는 광대한 복음이다.
    난 믿는다.

    난 돼지와 우리집 닭과 쌓았던 그 추억들이 얼마나
    내 인생에 자양분이 돼고 재산이 됨을 안다.


    고통스러웠던 기억
    25마리의 아기돼지를 떠올린다.

    조금 비싸더라도
    조금 덜먹는 방식으로

    흙을 밟고, 흙을 먹으며,
    잠을 자고.......(인간은 잠을 안잔채 몇 일을 견딜까?)

    비록 인간으로 인해 죽을지라도
    인간의 배려를 통해 그동안 행복했던 기억을 간직한
    가축을 ..

    우리가 그런 육식을 한다면
    그것은 더 참다운 육식이 가능할수 있지 않을까?/



    구제역...
    인간의 탐욕에 대한 슬픈 재앙





댓글 3

  • 김장환 엘리야

    2011.02.19 20:20

    좋은 글 감사!

    난 질병 덕분에 가능하면 육식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
    감사한 일이지요.

    하느님의 모든 피조세계를 향한 공의!
    이 또한 우리의 선교 과제입니다.
  • Profile

    ♬♪♫강인구

    2011.02.21 12:39

    광국~ 화팅!! 계속 부탁해~ ^^
  • 김돈회

    2011.02.25 13:12

    술 담배보다 끊기 어려운 육식..
    돼지 소가 불쌍하지만..
    그래도..
    난..
    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맛나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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