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고 들어와 커피 한잔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평창동이구요..희망제작소라는 곳입니다.

종로구 평창동...
산동네랍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산동네하고는 많이 다르네요.
산동네라면 다닥다닥 붙은 슬레이트지붕에 옹기종기 아담한 집들,
삐쭉삐쭉 얼키설키 얼켜있는 전신주와 전기줄,
꾀지지한 아이들이 가파른 계단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시끄럽게 뛰어다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곳 산 밑에 자리 잡은 주택들은 삐까뻔쩍하고,
그 앞에 서 있는 자동차들은...벤치, 뱜떠불유, 락세스...
평상시에 보기도 힘든 차들이 즐비하니...

특히 참 조용~! 합니다.
큰 도로에 가게들을 제외하곤 모두 주택가로 이루어져 있어 그런가 봅니다.
아니면.. 회장님과 사모님들만 사셔서 그런가?? (뭐 꼭 그렇지만은 않겠죠..^^ㅎㅎ)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이곳 조용한 동네가 한동안 북적였습니다.
울나라 3대 방송사를 포함해
YTN, CBS, 연합뉴스, 경향신문, 한겨레, 세계일보 등등..
온갖 방송 신문사 차량들이
2층 제자리에서 보이는 건물 앞마당에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희망제작소 사람들도 웅성웅성대기 시작했구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박원순상임이사의 기자회견이 4층 교육장에서 열린다고...
외유 중이었던 박원순상임이사가
어제 입국해 오늘 바로 기자회견을 한 모양입니다.

몇 일전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났습니다.
국정원에서 박원순상임이사를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해서
2억원의 벌금을 매긴다는...

요즘 희망제작소를 포함해 촛불집회 이후
많은 시민단체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부를 포함해 지자체, 기업 등에서 해오던 모든 지원이 끊겼습니다.
이미 약속했고 지원을 코앞에 두었던 사업까지
모두 취소되어 버린 것입니다.
공공연하게 정부에서 압력을 넣고 있다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럴즈음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박원순상임이사가 국정원이 민간이 사찰을 하고 있고,
시민단체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것이 명예훼손의 사유가 된 것입니다.

저도 올라가서 기자회견을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소장에 피고는 당연히 박원순 개인이었고
원고가 대한민국이랍니다.
대. 한. 민. 국. !!!

나를 포함한 우리를 대표하는 대한민국이
나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한 개인을 고소했네요.
그것도 내가 지지하는 한 개인을.
즉..
‘내가 존경하는 한 개인을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나를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고소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네요.

박원순상임이사는
이 고소에 대응할지 마지 아직까지도 고민이랍니다.
대응해 재판을 하게 되면 이길게 뻔하지만
재판하며 쏟게 될 에너지로 말미암아 대내외 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면 이처럼 불편해 진다’는
국정원의 술책에 말려드는 것이라...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정부...

...

이명박대통령의 지지도가 50%를 넘어 섰답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 지지도가 부풀려 졌네 어쩌네 하지만
경향신문에서 조사한 지지도 역시 40%대를 넘어선 것을 보면
그 질량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그의 지지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

아침의 서늘함에 긴팔을 툴툴 털어 내리고 출근을 했는데
밥 먹으러 나가 다시 어깨가 닿을 만큼 팔을 걷어 올렸습니다.
춥고 더움의 기온차가 가을이라는 계절의 이치라서
곧 다가올 겨울의 추위도 참고 견디어야겠지요.

하지만
추운지 더운지도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 차 버린 대한민국.
지구온난화로 인해 아열대가 되어버린 모양인데...
환경문제를 고민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