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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글
  • 조회 수: 3824, 2007-03-27 16:14:32(2007-03-27)
  • 밑에 넣은 글은
    저와 수산나가 다녔던, 결혼 예비학교 강사 나 희수 목사님이 보내 주신 글 입니다.
    모두 읽고 생각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띄워 봅니다.



    꿈을 잉태한 자




    어느 젊은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가정 형편상 20대 초반부터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기름 때 찌든 작업복을 입고 괴물 같은 기계 아래 누워 끝 모를 절망감에 3년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때 그는 "공돌이 공순이"라는 말이 얼마나 가슴 아픈 말인지 그리고 얼마나 눈물겨운 이름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는 "손톱 위에 있는 하얀 초승달이 보이지 않았다"고 고백을 합니다.




    그에겐 싸구려 사과를 리어카에 한가득 싣고 , 핸드 마이크를 들고 "사과요~! 사과~!"를 꺽지게 소리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침 6시에 청과물 시장으로 가서 사과를 샀고 밤 9시까지 사과를 팔러 다녔습니다.

    그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점심밥을 사먹지 않았습니다. 어둠이 내리고 배가 고프면 사람들을 피해 골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리어카 안에서 덱데굴 굴러다니는 사과 하나를 집어 바지에 쓱쓱 문질러 꽉 깨물면, 눈에 가득 엄마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는 세상의 상처를 조금씩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수도 없이 밤을 세워가며 그림을 그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림을 팔기 위해 돈암동에 있는 여자중학교와 마로니에 공원과 정독도서관 앞으로 갔습니다.

    아무도 사가지 않는 그림 옆에 서서 그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은 그가 가자는 곳으로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공사장 일을 마치고 허겁지겁 종로로 나갔습니다.

    여자친구를 소개받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정성들여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그가 입은 티셔츠의 얼룩을 보고 압구정동에 산다는 예쁜 여자가 5분도 지나지 않아 쌩 나가 버렸습니다.

    그녀를 소개시켜준 친구에게 미안해서, 그리고 아픈 마음을 감추기 위해 친구 앞에서 비실비실 웃기만 했습니다. 그를 더 아프게 한 건 친구의 아리아리한 웃음이었습니다.




    **********




    그러나 기름때 찌든 작업복을 입고 있을 때도 그는 프란츠 카프카를 읽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사가지 않는 그림 옆에 서서 고개를 들 수 없을 때에도 그는 알베르 카뮈를 읽고 있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말라르메, 스타니슬라프스키와 헤르만 헤세가 있어 그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계셨기에 그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죽을힘을 다해 책 원고를 준비했습니다.

    책 한 권을 준비하는데 꼬박 7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됐다싶어 원고를 들고 출판사로 갔습니다.

    정확히 다섯 군데의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습니다.

    글은 괜찮은데 무명 필자의 글이라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한 번씩 거절당할 때마다 새로운 원고를 써 넣었습니다.

    원고는 더 좋아졌습니다.

    어긋남도 조화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는 그 어름에 체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원고를 다섯 번째 거절당하고 오는 길, 지하철 출입문 쪽에 서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2개월 동안 책 속에 넣을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픈 몸으로 밤을 새워가며 그림 31컷을 완성했습니다.




    원고를 들고 여섯 번째 출판사로 갔습니다.

    출간이 결정되었습니다.

    이리하여 2000년 1월, 그의 책 "연탄길"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300만명이 넘는 독자들이 읽었습니다.

    연이어 "행복한 고물상" "곰보빵"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방금 소개한 책들의 저자 이철환입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사람을 꿈꾸게 하는 건, 기쁨이 아니었다. 아픔이었다......

    아름다움의 원래 모습은 아픔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지금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평화롭고 행복하다."




    **********




    당신에겐 어떤 꿈이 있나요?

    마치 기계의 한 부속품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당신의 눈은 반짝거리고 있나요?

    꼭 기억하십시오.

    꿈을 잉태한 자는 낙심하지 않는 한 언제가 출산하는 날이 분명 있을 것임을!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 옆자리의 그 누군가가 꿈을 잉태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아는 혜안을 가지십시오.

    현실의 그(녀)를 바라보지 말고 꿈을 출산한 후의 그(녀)를 그려보십시오.

    그 잉태한 꿈이 현실이 되어 출산하는 날 당신도 그 기쁨의 자리에 초대받게 될 것입니다.

    꿈이 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티셔츠 얼룩을 보고 쌩 떠나버린" 그녀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미혼청년들이 저에게 심심치 않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목사님! 어떤 사람을 배우자감으로 삼아야 합니까?"

    저는 주저하지 않고 즉시 답을 합니다.

    "눈이 반짝거리는 사람인지 확인해보라!"

    꿈을 품고 눈이 반짝이는 사람이라면 그(녀)와 함께하는 당신의 미래가 밝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부부로서 이 땅을 함께 살아간다면 이 부부의 삶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요?




댓글 4

  • 김은미

    2007.03.28 19:57

    내 눈은 반짝거리고 있는가..아이들을 바라보며 반짝거리고 있는가..
  • Profile

    강인구

    2007.03.31 08:49

    번쩍거리는 거나 혹은 번뜩이거나...
    .
    .
    번들..거리면 안되겠지?
  • 백성현

    2007.04.02 05:36

    개인적으로 연탄길을 참 좋아했었는데 ..^^
    저도 열심히 살면서 눈이 반짝이는 배우자를 찾겠습니다.ㅋ
    제게 마음이 딱 와닿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 박영희

    2007.04.02 12:05

    ㅋㅋ 역시~~~~베드로 아저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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