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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퍼온 글 - 송인수 좋은 교사 운동 전대표, 현 사교육 없는 세상 대표
  •   여러 달 쉬었던 가정예배를 재개했다. 아이들 눈치를 보지 않기로 했다. 피곤한 몸과 지친 마음에 예배를 위해 또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것이 자주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이들과 함께 하는 날이 영원하지 않고,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더이상 말할 사람, 가르칠 사람이 없다 생각하니 아내와 의논해서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

      신혼 때부터 일방적으로 나만 기도하는 가정예배 역할의 비대칭성이 짜증나고, 아내는 아내대로 가정예배의 형식주의에 어린 시절 신물난 터라 참 오랜 동안 쉬었다가, 큰 아이와의 여행 후 재개한 가정예배...일을 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쉬고싶고, 기도나눔이나 말씀나눔시간을 은근히 기피하는 아이들 시선이 싫어 멈칫 멈칫 했던 시간들...하지만 더 늦으면 안될 것이라 생각해 가정예배를 재개했다. 다행히 이젠 아내가 돌아가면서 말씀나눔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선생 시절, 내 제자들을 위한 기도 준비로 아침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1시간씩 기도문을 쓰던 시절이 생각나서, 가정예배 때 즉흥적으로 기도하지 않고 이젠 기도문을 써서 읽기로 했다. 밤 10시 반, 모인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눈 후 처음으로 기도문을 읽었다. "주님. 당신이 우리 부부를 젊은 날 수많은 시련과 난관 앞에서 넘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오게 붙드셨는데, 그런 당신이 우리 뿐 아니라 자녀들의 보호자 되심을 믿지 못하고 근심하고 걱정했던 제 믿음 없음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렇게 기도하며 울었다...

      
      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반드시 온다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의 증거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시련과 절망, 집채만한 과제에도 눌리지 않고 내 한계와 연약함에 대해 절망하지 않고 전진해왔다. 그러나 그 믿음이 아이를 기를 때는 자동적으로 이어 붙지를 않는다. 대신 나는 부모로 자질이 부족한 자라는 미안함과 회오가 깊다.
    ...

      '부모'의 신앙이란 무엇일까. 아이의 생와 미래가 결정되기 이전 어린 시절, 아이의 연약함이 보여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느낄 때, 그 연약함이란 사실은 주를 알아가는 다딤판이라는 믿음이 내게 찾아와 그것으로 마음의 위기를 넘겼다. 아이들도 나이가 들어 이젠 너무도 그 성품이 분명해지고 모든 것이 평범한 가운데 과연 내가 보호자의 위치를 떠날 때 그래도 잘 살 것인가, 그 고민 속에 굳건했던 믿음은 다시 흔들렸다.

      잘 살아가는 대견한 자녀들이 아닌, 사방에 부족한 것이 완연한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과연 부모의 신앙이란 무엇일까. 자녀들의 미덕에 대한 믿음도 아니고, 주께서 지켜 주시겠지 라는, 방치하는 막연한 믿음도 아니고, 연역함 속에 있는 자녀를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그 연약한 것을 붙들고 씨름하되, "내 자식이기 이전에 당신의 자녀이며 나는 맡은 자에 불과하니, 당신이 도우소서..." 그렇게 울며 기도하며,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으며, 변화없음에 절망하지 않으며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 아이는 세상에서 자기몫 당당히 하면서 살아갈 것이니, 내 기대와 꿈으로 강요하거나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되, 언젠가 내 참된 꿈은 돌려주실 것이라 믿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런 안심이 자녀의 미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내게 자녀를 주신 그리스도가 부어주신 믿음에 있는, 그런 믿음을 나는 얻고 싶다, 그 믿음을 다시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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