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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도기
  • 학창시절 고향집에 내려가면

    아버지는 나를 위해

    점빵에 가서 도루코 면도날을 낱개로 사셔서

    새면도날을 끼운 면도기를 준비해 놓으신다.

     

    그 당시 면도날은 국산 도루코 이며 기름종이로 싼 낱개 포장이다.

    아주 얇아 휘어지는 양쪽날이며 몇번 쓰면 날이 쉽게 무디어진다.

     

    헌면도날은  버려지 않고 새면도날을 쌋던 기름종이에 보관해 놓으신다.

    나는 새면도날이 장착된 면도기를 사용하는데

    아버지는 나중에 헌 것을 다시 면도기에 교체해서 쓰신다.

    아직도 여러번 쓸 수가 있으니 버리기 아까우시단다.

     

    헌 것을 쓰면 수염을 막 뜯어 먹어 아프고  매끈하게 면도가 되지 않아 

    나는 새 것을 사용해야 하고

    아버지는 헌 것을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별로 미안한 마음이 없이 다시 서울로 올라 온다.

    (참 불효 막심한 놈)

     

    이제는 아들들이 한번씩 집에 온다

    시대는 바뀌어 도루코 대신 수입산 질레트 진동 면도기를 쓴다.

    면도기는 별로 안 비싼데 (거의 공짜) 면도날이 꽤 비싸다.

    품질은 무척 좋다.면도날 하나로 한 달 이상 써도 쓸만하다.

    파랗게 표시된 인디케이터가  흰색으로 변해도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그런데 아들은 흰색이 되면 피부가 상하고 세균 감염이 된다고

    얼른 새면도날로 바꾸어 쓴다.

    나는 헌 것을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아들들이 가고 나면 다시 교체해 쓴다.

    품질이 좋아 아프거나 상처가 나지 않고 잘 깍이기 때문이다. 

     

    40년 전의 상황이 똑같이 반복되었다.

    나는 아들에서 아버지의 입장으로 바꿔졌다.

    그러나 아버지의 父情만큼 나의 父情은 깊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자녀에게 좋은 것 새 것을 먹이고 입히시길 원하시는

    하느님의 높고 깊은 한 없는사랑에 비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인간의 본능적인 자식 사랑이지만

    오늘 따라 살아 계시면 100세가 되실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 ~ ~ 아버지가 보고 싶다.

     

댓글 9

  • 김장환엘리야

    2013.02.19 14:05

    감동^^

    지금, 많은 교우 분들이 작가로 전업 준비인듯....,
  • Profile

    ♬♪강인구

    2013.02.19 16:12

    요즈음 제자교회 자게에 들어오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제가 열심히 글 올리던 때가 생각나구요...
    제자교회 파이팅~!!
  • 박마리아

    2013.02.19 17:55

    자녀들은 말로가 아니라 본 대로 배운다죠?
    내가 받고 또 베푼 사랑이 더 크게 대물림 되기를 바랍니다~
    회장님~~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
    그리고 부모님 사랑에 마음이 매임니다 엉엉~~

  • 박마리아

    2013.02.19 17:57

    깡 베드로씨의 구수한 입담과 맴을 울리는 찬양~~
    모두 그립 그립~~
  • Profile

    김바우로

    2013.02.19 22:05

    제자 문학관 ^^
  • 서미애

    2013.02.19 22:08

    저도 아버지수염 따갑다고 도망하던 어린시절이 그리워집니다~~
  • 니니안

    2013.02.20 10:03

    부전자전
  • 노아

    2013.02.21 19:57

    그게 부모님 마음인가 봅니다. 아빠가 되보니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되고 하느님의 아버지된 마음을 더 깊이 알게 되네요.
  • 승유맘

    2013.03.05 18:51

    그쵸! 본대로 하는 본능... 어떤 사랑으로 말로 행할 수 있을까? 본능을 바꾸는 것은... 은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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