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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말을 위한 기도(펌)
  • 조회 수: 1159, 2011-07-06 16:04:25(2011-07-06)
  • 말을 위한 기도


                            이해인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주여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 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 주시어

    좀더 겸허하고

    좀더 인내롭고

    좀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주여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 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아멘  

댓글 3

  • 김동규

    2011.07.06 16:14

    학교에서 아이들이 욕을 하거나 막말할때 적으면서 생각해보자고 합니다.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다고 , 자신은 억울하다고 그래서 짜증난다는

    아이들의 깨진 마음을 이 글을 쓰면서 치유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구업의 세월속에 살며 회개하게 됩니다.

    주님!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당신이 말하소서!
  • Profile

    ♬♪♫강인구

    2011.07.07 00:37

    말은 마음의 표정입니다.

    참 힘든 것이...
    마음을 말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어떨땐 모호하고 위선적이기 까지 하지만...
    또 어떨땐 대단히 지혜로울 수 있게도 보이는가 하면...
    마음을 그대로 말로 드러냈을 경우 어떤 경우에는 솔직하고 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또 어떨떈 참지 못하는 경박함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
    .
    많은 사람들이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을 아끼고 또 자기 생각과는 다른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하는 것이 지혜라고들 말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
    어떤 경우냐 하면...
    믿는 사람들 끼리의 나눔....은 가리는 것이 없고 가식적이지 않아야 하며 보다 많은 솔직한 대화가... 침묵보다 더 좋은 것은 아닌지...
  • 김장환 엘리야

    2011.07.07 15:16

    수녀님의 기도가 마음에 절절합니다.


    "말이 마음의 표현"인데,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마음의 주인이 예수님이기에

    진정 내가 죽고 예수님이 사시면....

    내 입술의 말이 주님의 마음, 주님의 지혜를 드러내는

    살리고 격려하고 축복하는 말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야고보 사도의 말처럼

    말을 다스리는 사람은 완전한 사람으로

    난 여전히 실수하는 연약한 죄인임을 고백하며

    더 완전하신 나의 주님을 의지하는 갈망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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