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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inonia - 길
  • 조회 수: 3969, 2019-09-08 18:49:03(2019-09-08)

  • 길 - 학생회 수련회 후기

    김은미(안나) 


    미뤄지는 날짜 때문에, 혹은 여름휴가 극성수기로 인한 가족휴가 등의 계획 가운데서 이래저래 참석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수련회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나마 막바지에 수련회에 참석 하겠노라 외치는 몇 명의 아이들과 교사들을 포함하여, 모두 19명의 인원이 3대의 차량으로 출발했다.


    소박하고 정갈한 성당의 모습과 더불어, 친근하게 기쁘게 맞아주시는 강릉교회 신부님과 드디어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도 더 무더운 강릉 날씨 탓에 기존에 계획했던 일정을 신부님과 다시 조율하면서 학생회 아이들만의 뜨거운 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허난설헌’ 생가 방문 후, 정민석 교우님께서 초당두부 요리를 크게 한 턱 쏘셔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 후, 물놀이 삼매경에 빠져버린 부제님과 아이들. 덕분에 강릉 시내와 바다를 왔다 갔다 하며 스텝 및 기사노릇은 내 몫이 되었다(ㅎㅎ).


    물놀이 후에 혹여 배고파 쓰러질까, 저녁은 미리 강릉교회 신부님께서 추천해주신 횟집에서 회를 사고, 매운탕을 끓이며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장인숙 자매의 큰 도움으로 무사히 해낼 수 있었고, 덕분에 신부님 가족과 같이 행복한 저녁만찬 시간을 가졌다.

    저녁식사 후에는 아이들끼리 똘똘 뭉쳐 게임을 시작했고, 교사들은 자연스레 밀려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간담회를 하며 여유를 가졌다. 


    해마다 수련회를 진행 하면서 항상 ‘다음은 뭐였지?’ 하며 준비했는데, 박상용 부제님과 학생회를 함께 맡게 되면서 무겁고 중요한 부분은 책임져주시니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되는구나 하는 감사함에 마음이 참 기뻤다. 기쁜 마음을 안고 열심히 놀고 있을 아이들에게 줄 치킨을 사서 교회로 갔더니 하하. 호호. 시끌시끌. 데굴데굴. 우당탕~~~


    어색함이 사라진 중1 신입생 아이부터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되는 아이, 사춘기의 절정에 힘들어 하고 있는 아이, 또 이제 막 사춘기의 막을 내리고 있는 아이, 혹은 사춘기 시절의 모든 일들은 지난 과거마냥 무게 잡고 현실을 살아내는 아이...

    여러 가지 모습의 아이들이 모여서 내는 다양한 소리는 나에게는 감격이자 언제나 참 기쁨이며, 언제 들어도 행복에 겹게 하는 사랑스러운 소음이다. 머나먼 강릉까지 와서야 제대로 된 소음을 듣게 되다니... 


    ‘중1 신입생들이 학생회 공동체에 잘 어울릴 수 있을까?’는 매년 교사들의 고민거리이자 기도거리였는데, 그 고민을 한 번에 없애시고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경외심이 생긴다. 인내가 부족한 나에게 꿀밤을 먹이시는, 그러면서도 끝까지 나를 사랑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참 좋다.


    요란한 밤이 깊어가고 새로운 주일 아침을 맞았다. 아침 10시부터 예배를 준비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며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고,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 후 맛있는 애찬을 먹었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을 기약하며 강릉을 떠났다.


    제자교회에서 5년 째 남편과 함께 학생회 교사를 하며, 나는 항상 ‘과연 나는 이 길을 잘 걷고 있는 것일까?’, ‘제대로 걷고는 있나?’, ‘누구를 위해 걷는 길일까?’ 고민하고 또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 중에, 나는 학생회 여름 수련회에서 중1 신입생들이 학생회 공동체에 잘 어울리는 모습을 봄으로써, 교사들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해주신 하나님의 능력을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제대로 걷지 못하면 하나님께서 제대로 걷게 해주실 것이다. 하나님은 나를 무척 사랑하신다. 또한, 학생회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신다. 실수투성이의 못난 모습인 나일지라도 걷다가 지치면 쉬게 해주실 것이고, 힘들면 손도 내밀어 주실 것이라 확신한다. 


    가끔 아이들은 나에게 손가락 하트를 날린다. 그 순간 내 두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맺히고 내 손은 어느새 하트를 사정없이 날리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들의 사랑을 훔치고 있나보다. 너무 예쁘다. 하트를 날리는 저 손가락을 가진 아이들이. 정말 사랑 한다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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