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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목서신 - 2019년 2월 17일
  • 조회 수: 4156, 2019-02-20 23:03:57(2019-02-20)

  • 교회는 정치를 하는 곳은 아닙니다. 그리고 특정한 정파적 입장을 고집하기도 어렵습니다. 왜냐면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가족 공동체로 살고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 정견(政見)의 대립은 조심스럽고, 그래서 삼가게 되죠.

    하지만, 정치라고 하여 전연 교회에서 침묵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인간은 누구나 정치적인 존재입니다. 아이의 분유 값도, 애써 키운 송아지의 가격도, 공무원의 처우도 심지어 강()의 흐름도 어느 입장을 고집하는 정권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세상에 거하는 동안에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평가는 이미 기성된(旣成)것이고, 이는 대한민국 모든 법체계의 최고인 헌법에도 그 정신과 가치가 계승되고 보전함이 규정이 되어있는 국가의 주요 이념이 된 지 오래입니다.

     

    최근 들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이 5.18에 대한 엉뚱한 이야기를 하여 온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저는 광주세대입니다. 충청도 시골 출신인 저는 대학을 서울로 다니며, 당시 서울의 거의 모든 학교에서 소위 데모가 연일 빈발하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으니 말입니다. 다니기만 했습니까? 돌맹이를 던지며, 구호를 외치며, 당시 민중을 억압하던 독재정권을 향해 타도를 외쳤던 젊은이 가운데 1인이었죠. 지금도 그렇지만, 몇몇 학우들에게 80년 중반, 당시 광주는 처절히 진행 중인 비극이었습니다.

     

    너희가 찢어 죽인 우리 오빠를 살려내라

     

    저는 지금도 그 피맺힌 절규가 제 귀에 가끔 들리곤 합니다. 이미 30년이 훨씬 흘렀는데도 말입니다. 광주의 왜곡은 현재 우리 존재의 부정이요, 또 다른 형태의 독재이며 폭압입니다. 부당한 군부독재의 총부리에 맨주먹으로 항거하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산화한 그 영령(英靈)들이 하늘에서 이 땅을 굽어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으로부터 2,700여년? 전에 예언자 이사야는 다음과 같이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사야의 노래를 인용하시면서, 그 나라를 확인해 주십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이사야 61:1,2 / 루가복음 4:16,17)

     

    물론, 이 본문을 인간의 원천적 해방, 즉 죄와 죽음에서 해방하시는 하느님의 섭리와 간섭, 긍휼과 사랑으로 새겨보지만, 현실 세계에서 인간을 부당히 묶고 억누르는 세상의 불의한 권력에 맞서 자신의 생명을 드려,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목숨들! (주여, 저들의 영혼을 편히 쉬게 하소서!)을 위로하심은 또한 아닐까요?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세대와 모든 백성은 광주뿐만 아니라, 정의와 공평과 민족의 주권수호를 위해 스러져간 모든 선열들에게 생명의 빚을 지고 있다면 과한 표현일까요?

     

    3.1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바라며 목숨을 바쳤던 수많은 영령들 가운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인들이었음은 너무나 당연한 역사적 귀결이 아니었을까요? 신실한 신도였던 유관순과 안중근 열사를 기억하며 그분들 영혼이 주님 품에 안식을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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