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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이흥준 콜롬바 교우 회고사
  • 이흥준 콜롬바 교우 회고사

     

    오늘 장례 성찬례에 참여하려고 성당에 일찍 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콜롬바 회장님이 손수 주차장의 보도블록 공사를 하시면서 저를 보고 웃으시는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이곳 콜롬바 성당은 별세하신 오산세마대교회 원로회장이신 이흥준 콜롬바 교우의 땀과 정성이 기도로 배어 있는 곳입니다.

     

    이 성당은 원래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예수원과 같은 피정의 집이라는 생각으로 회장님께서 손수 스케치하고 설계하여 건축하신 건물입니다. 그 즈음, 예배 처소없이 지내는 동수원교회를 불쌍히 여기시고 이 성당을 봉헌해 주셨습니다


     

    교회 이전을 준비할 때, 바로 이 자리에서 회장님과 나눈 대화가 기억납니다. 김신부, 여기만 다 채워 봐.” 이 말씀을 하시는 회장님에게는 다음 계획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전한 다음해에 아이들까지 출석 100명이 넘었습니다. 이후 이곳이 다 채워졌습니다. 그랬더니 회장님은 교육관 쪽 땅을 500평을 구입하시고 교육관을 건축하셨습니다.

     

    교육관 건축에서 보듯이, 회장님에게는 성당에 대한 큰 그림이 있었습니다. 성당, 교육관에 이어 사택 건축까지 마쳐야 교회의 큰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회장님이 주도하시고 교우들이 참여하여 사제관이 건축되었습니다. 이후 김근상 바우로 주교님 임기 마지막 때에 봉헌 예식을 가졌고, 이경호 주교님이 승좌하시어 법적인 절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주말농장, 콜롬바장학회 등도 모두 선교를 위한 회장님의 큰 그림의 부분들이었습니다. 미처 교우들이 그 생각을 따라가지 못해 때때로 힘들어했지만, 콜롬바 회장님의 헌신이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오산세마대교회의 성장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콜롬바 회장님은 희사의 은사를 받으신 분이셨습니다. ‘희사의 은사란 자신의 재물을 교회와 교우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내어 놓는 헌신을 말합니다. 로마서 12장에서 사도 바울로는 희사하는 사람은 순순한 마음으로 하라고 권면합니다. 회장님은 이 말씀 그대로 사셨습니다. 평생 노동하시면서 모은 재산으로 그 엄청난 희사를 하셨어도 좀처럼 자기주장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겸손하게 교우들을 만나셨습니다. 성당에 오시면 어린이와 같은 수줍은 미소로 교우들께 인사하셨습니다.

     

    회장님은 성공회를 사랑하셔서 여러 모양으로 헌신해 오셨습니다. 회장님의 마음에는 늘 어떻게 하면 성공회가 발전할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부산교구 박동신 주교님이 제주교회에 계실 때, 저와 함께 제주교회에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주교회를 위해 성당을 마련하시려는 계획이 용인교회로 옮겨가 제2의 콜롬바 성당이 건축되었습니다. 자주 저에게 몇 개라도 더 성당을 건축할 수 있다고... 열심히만 하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수원교회 경애의 집도 건축 봉헌하셨고 안중교회 방음시설을 봉헌하셨습니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성공회 구석구석 그 사랑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렇듯 콜롬바 회장님 어찌하든지 우리 성공회가 성장하고 우리 성공회를 통해 복음이 전파되기를 간절히 바라셨습니다.

     

    이러한 콜롬바 교우님의 헌신은 가족 모두의 헌신입니다. 가족의 동의와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콜롬바 회장님의 교회사랑은 아내 김용순 모니카님, 장남 이동호 베드로님, 따님 이미경 헬레나님, 차남 이창호 야고보님 등 가족 모두의 마음이었습니다. 가족들 모두 한결같은 사랑으로 교회를 섬기고 계십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원교회부터 동수원교회, 오산세마대교회, 20년 동안 콜롬바 회장님과 함께 교회를 섬긴 것은 제게 큰 행운이고 축복이었습니다. 회장님은 제게 아버님 같은 분이셨습니다. 때때로 어려움도 있고 고비도 있을 때마다 회장님이 계셔서 든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뵌게 한 달 보름 정도되었는데,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회장님이 보고 싶습니다.

     

    제가 이 교회를 사임할 때, 저희 가족과 회장님 가족이 함께 갔던 일본 여행이 회장님에게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홀로 떠나셨습니다.

     

    같이 갈 수 없는 여행이기에 아쉽고 마음이 아프지만, 주님 품에서 안식하는 복된 여행이기에 홀로 가시는 그 길을 축복하며 보내드립니다.

     

    사제의 꿈을 접어야 했던 육신의 연약함, 인간이기에 마음 깊이 담고 있었던 여러 회한들, 그리고 허리 디스크와 암으로 인해서 힘들어 하셨던 육신의 고통 등등, 모든 것 다 내려놓으시고 하느님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 안식하시기에, 기꺼이 보내드립니다.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살리신 하느님께서 주님 다시 오시는 그날에 이흥준 콜롬바 교우를 다시 살리실 것을 바라보며 위로를 얻습니다. 오늘 서신의 말씀처럼 썩지 않을 몸으로, 강한 자로, 영적인 몸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처럼 다시 살아나게 하시어, 우리와 영원토록 하느님의 나라에서 살게 할 것을 믿음으로 바라보며 위로를 얻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의 말씀을 읽어드리며 회고의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50-58, “50 형제 여러분, 이 말을 잘 들어두십시오. 살과 피는 하느님의 나라를 이어받을 수 없고 썩어 없어질 것은 불멸의 것을 이어받을 수 없습니다. 51 내가 이제 심오한 진리 하나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죽지 않고 모두 변화할 것입니다. 52 마지막 나팔 소리가 울릴 때에 순식간에 눈 깜빡할 사이도 없이 죽은 이들은 불멸의 몸으로 살아나고 우리는 모두 변화할 것입니다. 53 이 썩을 몸은 불멸의 옷을 입어야 하고 이 죽을 몸은 불사의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54 이 썩을 몸이 불멸의 옷을 입고 이 죽을 몸이 불사의 옷을 입게 될 때에는, "승리가 죽음을 삼켜버렸다. 55 죽음아, 네 승리는 어디 갔느냐? 죽음아, 네 독침은 어디 있느냐?" 한 성서 말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56 죽음의 독침은 죄요, 죄의 힘은 율법입니다. 57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58 그러므로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굳건히 서서 흔들리지 말고 언제든지 주님의 일을 열심히 하십시오. 주님을 위해서 하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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