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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한 휴가 (안재금) - 8월호 다시서기 이야기 하나
  • 조회 수: 4051, 2016-09-08 17:30:48(20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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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금 총무 총무부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 휴가철이 찾아왔습니다어김없이 센터에서는 전직원의 휴가일정을 조율하는 일부터 여름휴가는 시작됩니다그런데 저는 언제 휴가갈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저의 여름휴가는 매년 교회 수련회 일정표와 함께 해왔기 때문이죠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저는 교사로 주일학교 수련회중고등부 학생회 수련회 등을 함께 다녔습니다지금은 아이들이 다 큰 청년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수련회를 갈 수 없어 아쉽지만그래도 제 여름휴가는 장년부 수련회로 교회 수련회 일정표대로 가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다니는 성공회 오산교회에서는 격년으로 한 해는 자체수련회로한 해는 전도여행으로 여름 행사를 하는데 올해는 전교인 전도여행의 해입니다전도여행은 국내·외 교회 및 학교 등 도움이 필요한 곳 중에 선정하여각자 교인이 나름 기도하고 마음에 와 닿는 곳을 선택하게 됩니다그럼 여행지마다 리더헬퍼,섬김작업자기록타임키퍼회계 등 조직을 꾸려 두 달 동안 사전에 여행지에 필요한 작업이나 물품 등을 준비하고중보기도와 훈련 등을 통하여 나름 단련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출발하게 됩니다

    저는 해외 여행지로 선정된 캄보디아 이화슬렁학교로 떠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준비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이화슬렁학교는 베트남 호치민시와 시아누크 휴양지에서 2시간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시골 면단위 사립학교입니다특별히 저에게 맡겨진 역할은 1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 수리 작업이었습니다매일 컴퓨터 앞에서 영수증과 예산과 씨름하는 저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지만저희 센터의 든든한 두바퀴자전거팀 덕분에 이것저것 문의하며 여러 가지 자전거 수리 공구와 자전거 부품을 빠짐없이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떠나게 된 캄보디아 여행은 기대와 달리 처음부터 힘든 일정의 연속이었습니다출발한 인천공항에서는 열심히 준비한 자전거 수리공구와 저전거부품 중 상당수가 본드 등 화물반출 기준에 통과하지 못해 아쉽게도 반송하여야 했고도착한 캄보디아공항에서는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한 한글수업 교재가 들어있는 가방이 분실되어 오랜 시간 지체하다이틀 만에 다른 지역으로 날아간 가방을 찾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준비한 한글수업음악수업미술수업체육수업요리수업 등 많은 수업을 통역 1명으로 진행하려니 힘에 부쳤고가져오지 못한 자전거 수리공구를 대신하여 현지 공구점에서 급하게 마련하였더니 다루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거기다 벌레들과 동거하는 기숙사 사정과 시원찮은 식수 사정 등 생각보다 이번 여행을 힘들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힘든 맘은 새벽 6시에 학교로 등교하는 아이들의 기대에 찬 눈망울만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지고쉬는 시간마다 자전거 수리 현장으로 구름떼처럼 몰려오는 아이들과 눈으로 몸으로통하지 않는 말로 대화하며 보내다 보면 통역도 필요없이 하루라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힘차고 감사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3일 동안의 전도여행의 봉사와 사역은 11명의 교인들이 서로 도와주고 배려하고 이해해주며 아름답게 마무리하였습니다또한 이화슬렁학교의 유치원 아이부터 중학교 학생들까지 모두 대한민국에 매우 긍정적이고 호의적이었으며 특히 학교를 세운 선교단체나 선교사님들의 사명과 헌신을 통해 받은 감동은 지금도 가슴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렇게 아직 캄보디아에서 받은 여운이 다 사라지기도 전에 최근 한 해외 봉사단과 관련한 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봉사단원들은 프놈펜 외곽의 한 보육원을 방문해 하루 종일 놀아주고 아이들 머리까지 감겨주는 등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이들이 미리 준비한 K-POP 댄스 공연에 고아원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그들이 이튿날 떠날 채비를 하자 7~8살 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아쉬운 듯한 여대생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그 여대생도 소녀를 안고 잠시 눈시울을 붉히더니 서로 부둥켜안은 채 결국 울음을 쏟아내고 말았다현지 교육전문가들은 “정들었던 사람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상처와 좌절이에 따른 후유증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크다고 충고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는데저 또한 아이들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온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왜냐하면 지금 이 시간에도 이화슬렁학교 아이들의 맑고 초롱한 눈빛이 그립기 때문입니다또한 항상 어떠한 일이든지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생각하려는 자세는 다시서기센터 현장에서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노숙인 선생님분들에게 또한 필요하리라 생각을 해봅니다.

    어쨌든 그렇다고 해외 봉사를 그만두어야 할까요국내여행할 형편도 안되는데 꼭 해외까지 가서 봉사를 해야하냐구요제가 다녀와 본 바로는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는 각각의 봉사와 도움 나름대로의 이유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옳고 그르다라고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약 제가 이번 캄보디아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제가 고친 수십대의 고장난 자전거는 여전히 아이들의 발을 부르트게 만들고 있을테니까요.

    어차피 계속 도와줄 수도계속 옆에 있어줄 수도 없으면 그 몇 일 잠깐 가서 봉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고도움이 되냐구요저는 그게 바로 휴가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앞서 질문은 어차피 계속 일해야 하는데몇 일 잠깐 휴가가서 뭐하냐’ 질문과 동일합니다우리는 어치파 항상 일해야 하고계속 근무를 하는 근로자이지만잠깐의 휴식을 필요로 합니다그래서 1주일 중 2일을 쉬고, 1년의 일정 가운데 여름 휴가라는 것을 가는 것입니다우리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휴식이 필요하고 휴식을 통해서 힘을 얻고또 다른 경험들을 하며 성장합니다이렇듯 조금이나마 캄보디아의 아이들에게도 함께한 몇 일이 짧은 휴가와 같은 삶의 원동력이 되길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 휴가가 매우 기대됩니다매우 단순한 휴가이지만나 자신에게 진정한 쉼을 선사해 주고 싶습니다우리 또래의 친구들은 공감하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행은 가슴 떨릴 때 해야지 다리 떨릴 때면 하고 싶어도 못 하는게 여행’ 이라는 것이죠.

     여러분도 내년 휴가 계획을 미리 준비해 보시길 권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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