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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inonia - 청년 수련회 에필로그
  • 조회 수: 120, 2019-08-25 17:46:34(2019-08-25)


  • 청년 수련회 에필로그

    한솔 (베로니카)


    지난 7월 21일, 청년회는 동해로 1박 2일 수련회를 떠났다. 오 신부님까지 총 14명의 회원이 참석했다. 내가 청년회에 있던 중에 가장 많은 수련회 참석 인원이었다. 참 감사한 일이었다. 풍족한 인원만큼 날씨도 따라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갔던 1박 2일 동안 동해는 갑작스런 태풍을 맞았다.


    깔끔한 숙소로, 물이 맑다는 삼척 바닷가 앞으로, 해산물이 동해에서 가장 싸다는 수산시장 근처로, 좋은 경험이 됐으면 해서 이것저것 조사했던 노력이 태풍 앞에서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험한 파도와 추운 날씨 탓에 다들 숙소에 발이 묶여 버렸고 나는 굉장히 초조해졌다. 


    감사하게도 오 신부님과 청년들이 계속 분위기를 띄워줬다. 험난한 날씨지만 밖에 나가서 제지하러 오는 안전요원들을 피해 바닷가에 몸도 담가보고, 숙소에서는 거짓말 탐지기 장난감으로 서로의 수치(?)를 드러내기도 하고, 즐거운 게임으로 다 같이 웃기도 하고, 노래까지 부르며 화기애애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수련회 기간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첫날은 수산시장에 들렀다가 해산물을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치킨을 사러 갔는데 비를 헤치고 가보니 가게가 없었다. 결정하고 판단하는 대부분이 내 몫이었기에 다 내 탓 같았다. 알아보고 확인했었는데. 왜 내가 결정하면 자꾸 꼬이는 것일까. 속상했다. 그러다가.. 결국은 터지고 말았다. 마지막 날, 아쉬운 마음에 처음엔 없었던 강릉행 일정을 정하게 되었다. 신부님과 임원들과 이런 저런 논의를 하다가, 강릉의 유명한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도착해보니 어느 정도 예상한 대로, 주차할 자리가 없이 빽빽했고 어디를 가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한 시간이 넘는 다른 집들에 비해 삼십 분만 기다리면 된다는 곳을 찾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 “30분이라니..” 그 순간 짜증을 내버렸다. “그럼 네가 찾아봐.” 내뱉은 말 한마디는 곧 깊은 후회로 다가왔다. 이 친구의 잘못이 아닌데...


    사실 내가 항상 새기는 말씀이 있다면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사랑은 가장 그리스도인다워 질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회장의 직무를 맡은 후, 내가 가장 많이 한 기도가 있다. 청년들을 항상 사랑으로 대하게 해주세요. 서운한 마음이 생길지라도 그를 이해하고 감쌀 수 있는 주님의 마음을 주세요. 그렇게 기도를 하면 누군가에게 느낀 서운함도 사라지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고 청년들에 대해 애틋함이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기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원인은 개인적인 삶에 있었다. 수련회에 가기 전,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새벽 1시에 퇴근해서 늦은 저녁을 먹고 새벽 5시에 출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졌다. 수련회 준비가 가능한 유일한 시간은 출퇴근 전철뿐이었다. 지치다 보니 주위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일쑤였다. 작은 불평에도 서운함이 밀려왔다.


    그러다가 수련회에서 오 신부님의 설교 말씀을 들었다. 그 주의 내용은 마르타와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 중 누군가는 마르타이기도 하고, 마리아이기도 하다. 우리 공동체 속에서 모두 다 필요한 사람들이고 어느 한 쪽도 덜 중요한 사람이 없지만 때때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파한다. 청년회라는 이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수련회라는 이 시간이 사실은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는 시간 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수련’ 회이다...”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았다. 내가 댔던 모든 원인은 다 핑계였구나. 내가 정말 사랑이 있는 회장이라면 나의 힘듦을, 날씨를 핑계 삼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향한 투덜거림도 용서하고 감싸야 했다. 나는 정말 그리스도인답지도, 청년회 맏언니 같지도 않았다. 마치 내가 그동안 실망하곤 했던 사랑이 없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있었다. 그 점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나는 여전히 너무나 부족했지만 자만했으며, 사랑하는 마음조차 주님께서 부어주시지 않으면 갖기 힘들었다. 이번 수련회에서 그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수련회 마지막 날, 출발하기 직전에 들른 바다는 이틀 만에 처음으로 하늘이 맑았다. 허탈했다. 그런데 또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청년들 기억 속에 마지막은 밝은 햇빛이었고 모두가 특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치 예수님의 위로처럼 따사로운 햇살이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주님께서 계획하신 일인지도 모른다. 자주 모이기 힘든 지체들이 모여 때마침 불어 닥친 태풍의 위기를 극복하게 되고, 돌아가기 한 시간 전 햇빛을 본 그 순간까지.. 나의 부족함을 다시 깨닫고 낮아지도록 단련하기 위함이셨을까... 단순히 교제하고 즐기는 수련회를 넘어서서 모두가 나름의 깊은 깨달음이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심히 아낀다.. 우리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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