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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inonia - 단상 II
  • 조회 수: 55, 2019-07-28 16:05:42(2019-07-28)

  • 단상 II

    유경아 헬레나

     

    올봄부터 자그마한 우리 집 정원에는 알록달록 예쁜 꽃들로 재미가 쏠쏠합니다.

     꽃분홍색의 꽃잔디와 빨간 철쭉,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피어있는 하얀 딸기꽃까지... 한 동안 자주 들여다보다보면, 어느새 그 자리에 흰색과 진분홍이 섞여있는 체리 세이지, 오묘한 주황빛 꽃의 게발 선인장, 남사 화훼시장에서 사온 이름 모를 노랑, 주황, 보라색 등등의 꽃들, 하다못해 잡초라 여겼던 개방초까지 그 꽃들 사이에 늠름히 자리잡고 있으니 아주 기특합니다. 그 가운데는 저희 집에서 명락이 나무라고 명명하고 있는 꽃기린이 사철내내 앙증맞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꽃들을 들여다보고 있다보니 명락이 나무 꽃기린의 원산지가 마다가스카르이고, 꽃말이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라는, 일명 예수님의 꽃이라는 것도 최근에 알았습니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피어있는 꽃들을 바라보며 물을 주고, 시든 이파리들을 떼어주다 보면 황홀한 꽃들에 흠뻑 취해있는 제 자신을 보곤 합니다.


     그러다 문득 “노랑, 빨강, 꽃분홍, 연분홍, 보라 등등 색들이 예뻐도 너무 예쁘다. 어디서 이렇게 곱고 두근두근해지는 색들이 나올 수 있을까?”(물론 저는 기독교인이니까 우리 하느님께서 만드셨다는 정답이 있지만 말입니다.)라는 감탄과 더불어 떠오른 우화 하나,

    [숲속 여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왕으로 세우겠다고 하자 숲속 모든 새들이 몸단장에 여념이 없었고, 자신이 볼품없다고 생각한 까마귀는 새들의 떨어진 여러 가지 깃털들을 자신의 몸에 붙이고 가장 아름다운 새로 뽑히게 됩니다.

     그러나 까마귀 몸에 붙어있는 깃털이 자신들의 깃털임을 알아본 새들이 까마귀 몸에서 그것들을 뽑아가자 다시 원래의 까마귀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상황이 이솝이 살던 시대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제가 특별한 날 꽃분홍 치마에 노란 블라우스, 빨간 모자에 보랏빛 백을 들고 나타난다면(오 마이 갓!) 소위 말하는 패션 테러리스트로 모든 사람들이 저를 외면할 것이고 곁에 와서 아는 체도 안하려고 할 것입니다. 혹 용기있는 친구라면 와서 이 끔찍한 모습에 대해 힐난하겠지요. 

     오히려 올 블랙의 까마귀는 세련되고 멋지다는 칭송을 받을 것입니다. 더불어 왕관이 아닌 스냅백 힙합 래퍼 모자를 쓰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반짝거리는 돌로 만든 반지라도 낀다면 (우와, 브라보!) 스웩이 넘칠 것입니다.


     결국 노예였던 이솝이 살던 시대에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무지개색의 왕이 칭송을 받았겠지만 주님을 믿는 우리들이 사는 지금의 시대는 우리의 모든 추악한 죄를 사하여 주시고 한명 한명을 멋스럽게 세워주신 주님 뜻에 따라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화단의 예쁜 꽃들이 저마다의 색깔과 모양을 뽐내듯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이 주신 달란트들을 뽐내며 서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면서 함께 한다면, 제가 아침 저녁으로 옹기종기 모여서 각자의 색깔과 향기로 아름다워진 화단을 만드는 꽃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듯이, 주님께서도 우리를 그렇게 보시지 않을까요?


     우리는 까마귀처럼 자신을 초라하게 볼 필요도, 왕관 모양의 벼슬을 가진 화려한 앵무새라고 거들먹거릴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가 주님께서 주신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이고, 서로를 비춰주는 빛나는 빛이고, 달큰한 짠맛을 가진 최상품의 소금입니다.

     이는 성공회 제자교회가 갖가지 어려움들을 힘을 합쳐 극복해내고 더 활력있는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자교회 여러분께 평범한 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꼭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애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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