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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와서
  • 조회 수: 83, 2019-06-02 21:22:32(20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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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와서

     박상용 보나벤투라 부제

    20대와 30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나라를 돌아 다녔다. 내 돈으로 간적은 한 번도 없  고, 모두 취재와 출장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여행이라고 보기에는 힘든 외유였다. 그러다 30대 후반에 비엔나로 유학을 가서 틈틈이 알프스의 산들을 올랐고, 트레킹을 다녔다. 알프스의 산들은 너무나 잘 정돈된 그림 같은 풍경일  뿐만 아니라 산장역시 너무도 좋았다. 한동안 산을 오르다보니 히말라야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가 존재하며, 수많은 산악인들이 목숨 걸고 올라간 곳을 나 또한 가보고 싶었다. 히말라야 트레킹 이야기를 주위에서 들었지만, 한국에 귀국 후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가족을 두고 혼자 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또한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인도는 늘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악명 높은 여행자들의 후일담으로 주저하던 곳이다. 인도 역시 내가 지금 처한 상황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야말로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45일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한 학기동안 해외인턴수업을 듣고, 함께 가는 신학생들과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하면 이 귀중한 시간을 잘 활용해서 내 인생의  또 하나의 밑거름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학기가 끝나고 대성당에서 2주간 인턴수업을 마치고 중국을 거쳐 네팔로 향했다. 사실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교회일과 대성당 실습으로 인해 해외인턴준비를 많이 못했다. 2018년 3월 5일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상해와 쿤밍을 거쳐 32시간 만에 드디어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심한 교통체증과 먼지로 우릴 반긴 카트만두는 몇 년 전 대지진의 피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84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지진은 내진 설계 없이 대부분 지어진 네팔의 주택과 건물들을 그야말로 휩쓸고 지나갔다.

    대재앙이 지나간 네팔의 거리에는 더러움이 있고 죽음의 냄새가 났다. 그러나 더러움과 죽음이 있는 세계가 바로 우리의 진실한 세계이며 우리의 존재를 이루는 근본적인 조건이다. 이 조건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모든 생각, 모든 행위는 어둡고 무상하고 미혹된 길이다. 히말라야로 가는 길은 다름 아닌 성문 밖으로 나서는 길, 죽음과 늙음과 병듦과 마주치는 길이다. 카트만두의 거리에는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고, 매연과 소음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나는 카트만두 시내를 걸을 때마다 매연이며 소음이며 냄새며 그저 내 몸 안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흘려보냈다. 나는 더러운 몸, 더러운 존재, 씻고 화장한들 인간의 근본조건을 어이 벗어날 수 있으랴. 깨끗함에 집착한들 어찌 더러운 사람이 아니랴!

    카트만두에서 며칠을 보내고 바로 랑탕 트레킹을 시작했다. 상상속의 아름다운 절경은 아니지만 고도를 높이면서 올라갈수록 히말라야의 작은 봉우리들이 조금씩 그 자태를 드러냈다. 히말라야의 거대한 풍경은 알프스의 풍광과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알프스가 잘 정돈된 동화의 세계라면, 히말라야는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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